"매 앞에 장사 없고, 돈 앞에 장군 없다?" [정숭호 칼럼]
"매 앞에 장사 없고, 돈 앞에 장군 없다?" [정숭호 칼럼]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3.02.20 07:26
  • 수정 2023.02.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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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WIKI DB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WIKI DB

“퇴역 군인에게 지급하는 군인연금을 국회의원 임기 중에도 지급하는 내용의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라는 뉴스(19일 중앙일보)를 보면서 “백마고지 전투에서도 낮잠 자는 놈이 있다”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20년 이상 복무한 후 퇴역한 군인에게 지급되는 군인연금은 받는 사람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되어 급여를 받게 되면 임기 중에는 지급이 중단되는데 앞으로는 군인연금법을 고쳐 둘 다 받도록 하겠다는 거다. 

군인연금법 개정이 추진된 건 작년 11월. 애초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라온 개정안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다. 원래의 개정안은 선출직이 받는 급여가 연금액보다 ‘적으면’ 그 차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선출직 공무원의 소득이 연금보다 ‘많아도’ 군인연금의 최소 50%를 지급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현재 국회의원의 월급은 군인연금보다 많다. 군인연금법이 이런 식으로 개정되면 대상자는 매달 몇백만 원씩 수입이 늘어난다. 

“백마고지 전투에서도 낮잠을 자는 놈이 있다”라는 말은 “세상이 뒤집혀도 요령꾼은 제 몫 챙기는 것을 잊어먹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묘지.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묘지.

백마고지 전투는 6.25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힌다.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24차례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혈전을 치른 이 전투에서 중공군은 1만여 명, 우리 군은 3,400여 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이런 전투에서 낮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 속담이 사람들 입에 오르는 건 옆에서 누가 죽건 말건, 피를 흘리며 쓰러지건 말건 내 이득만은 확실히 챙겨놓자는 사람이 여전히 이 사회에 넘치도록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군인연금법 개정을 추진하는 국방위 소위에서 육군 중장 출신의 한기호 의원(국민의힘)은 “봉급이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가 군인 출신에 홀대하는 게 아니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저 당사자 문제라 거론하기 조심스럽긴 한데 해당하는 사람이 6명 정도밖에 안 된다. 기재부 협조도 문제없다”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요약하면 “우리가 나라에 봉사한 게 있는데 좀 대접해주면 안 되나?”일 것이다.

장군들의 이런 발언은 백마고지에서는 요령 좋은 장군들도 포탄을 피해 낮잠을 잤겠다고 생각하게 한다. 사병들이야 죽거나 말거나 자신의 안위를 먼저 챙겼다는 ‘장군’들 이야기는 임진왜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런 장군들에게 “국가에 봉사한 대가는 필요 없다”라는 생각에 대통령 연금까지 수령을 거부한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이 마땅할지 모르겠다. (드골이 지하에서 화를 낼 것 같아서!) 

2차세계대전에서 망명 프랑스 정부를 이끌며 프랑스의 자존심을 되살린 그는 1970년 사망을 앞두고 마땅히 받을 수 있는 국가원수에 대한 연금을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전쟁회고록 인세도 지적 장애아를 위해 쓰라고 전액 기부했다. 남편의 자존심- 나라를 위해 일했지, 나 개인의 영달과 안락을 위해 일한 것은 아니라는-자존심 때문에 그의 부인은 남편이 사망한 후 집도 없이 수도원 같은 곳에 몸을 의탁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아, 진짜 모범을 보고 싶다. 아니 모범은 못 보이더라도 대중을 실망하게 하지는 말아주오. 그대들도 그저 가만히 있는 게 세상에 도움이 된다오. 그대들 덕분에 “매 앞에 장사 없고, 돈 앞에 장군 없다”라는 속담이 새로 생겨날 것 같으오. (돈 밝히는 ‘지도층’이 그대들만은 아니겠소만 이번은 좀 심하다 싶어서 잔소리 좀 늘어놓았소.)

/ 메타버스인문경영연구원장, 전 한국일보 경제부국장, 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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