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에 말한다] 삼성·SK 명운 걸린 K반도체, 一举两得 전략이 필요하다
[尹정부에 말한다] 삼성·SK 명운 걸린 K반도체, 一举两得 전략이 필요하다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3.03.09 15:33
  • 수정 2023.03.0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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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집중한 尹정부, 강제징용 배상 매듭 속도에 여론 분분
바이든 대통령, 배상 소식에 '획기적인 새 장'이라며 대환영
한·미·일 안보 강화 속 미국, 자국 위한 반도체 지원법 발표
삼성·SK그룹, 미국 반도체법 참여시 中보복 우려 '진퇴양난'

일사일득(一舍一得)이란 말이 있다. 하나를 버려야 하나를 얻을 수 있단 뜻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수년 간 지지부진됐던 일본 강제징용 피해배상에 '3자 변제' 형식을 일본 측에 선제안하면서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시민들의 이같은 반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먼저 손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 

■ 우크라 전쟁이 불러 온 신냉전…한미일, '안보'로 뭉쳐야 할 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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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유럽·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가장 예민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북한이다. 과거 프랑스 전 드골 대통령은 자국의 핵무기 무장을 반발하는 미국을 향해 "미국은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촌철살인 발언을 했다. 북한이 ICBM과 핵무기를 목숨 걸고 개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 앞에 미국이 뉴욕을 내주고 한반도를 지킬 수 있는 결단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ICBM 시험 발사를 할 때마다 일본의 머리 위를 지나간다는 점이다. 일본 시민들은 북한의 이같은 도발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ICBM을 발사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안에 떨어졌을때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 행위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도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한 사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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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러시아 전쟁과 북한의 도발, 중국의 대만 위협 등으로 일본은 자국 안보가 불안해지자 최근 2023~2027년 5개년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을 통해 방위비를 43조엔(412조원)까지 증액하고 GDP의 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또 적의 미사일 공격에 맞설 수 있도록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도 했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확장에 환호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촘촘한 방공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핵무기를 탑재하고 마하 속도로 날아오는 북한 ICBM을 100% 격추시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단 한 발이라도 핵무기가 미국 본토에 떨어지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1차적으로 동해상에서 ICBM을 격추한다면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도발 위험성을 한층 낮출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 정부는 어느때보다 한미일 공조 체계가 공고해야 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강제징용 피해배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기 전, 한미일 '핵우산 상설협의체' 신설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한미일 안보 훈풍 속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발표, 진퇴양난 빠진 SK·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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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측면에선 한미일 공조가 무르익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기에 놓였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8월 러시아와 가장 우호국인 중국을 제재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지원법을 발효시켰다. 내용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보조금 총 390억 달러(약 51조 원)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 정부의 반도체 생산시설 접근 허용, 예상 초과 이익 공유, 10년간 중국 투자를 금지 등의 부가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도 반도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난감하게 됐다. 미국 요청을 거절하자니 향후 미국의 보복이 두렵고, 이행하자니 중국 눈치가 보여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미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미국 내 11곳에 25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계획을 제출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7월 최태원 SK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22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전했다.

이미 방향은 정해졌으니 이제 풀어야 할 숙제는 중국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낸드플래시·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중이다. 특히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낸드플래시 해외 거점으로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7만 장의 낸드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 가량이다. 

SK하이닉스도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에게 인수받은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중이다. 우시 공장은 12인치 웨이퍼 기술 월 18만장의 D램을 생산중이다.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4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두 기업의 그간 중국 공장 투자 규모도 상당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중국 시안 1공장에 180억 달러(약 12조 원), 2017년 시안 2공장에 70억 달러(약 8조 원), 2019년 시안 2공장에 80억 달러(9조6000억 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에 현재까지 총 5조 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미국과 손 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보복이라도 한다면 양사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 日의 '잃어버린 시대' 서막 플라자 합의, 우리나라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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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두 회사가 미국 투자를 포기하고 국내로 눈을 돌리면 RE100이 상당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에 대랑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RE100을 이행하려면 생산비용 상승으로 직결되는 부담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달성 불가능한 RE100을 포기하고 비교적 적용 가능한 CF100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추세는 이미 RE100에 접어든 만큼 정부의 CF100 정책이 빛을 발휘할 지는 두고봐야 할 부분이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겐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을 선택하는게 최선으로 보인다.

기업이 나서지 못하는 부분을 정부가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끄는 양대산맥인 삼성과 SK가 이같은 위기에 놓였을 때, 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따른다면 미국은 무얼 해줄 수 있느냐'며 기업에 유리한 딜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 대통령도 이를 인지한 듯 내달 26일 한미 정상회담 때 안보 뿐만 아니라 반도체·인플레이션 감축법도 의논하겠다고 밝혔다. 

■ "한미 협의, 미국 요청에 의했다면 美반도체법 옵션 제안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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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안보 분야에선 눈에 띄는 진전이 있을 수 있으나, 경제 분야에선 얼마나 큰 선물을 가지고 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요청으로 윤석열 정부가 일본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라면 유효한 옵션을 받을 수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이미 미국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대형 선물을 내주겠냐는 것이다. 

1985년 9월22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모여 '플라자 합의'를 선언했다. 미국은 당시 대규모 재정적자를 겪고 있었다. 특히 대일 적자는 429억 달러까지 확대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가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에 미국은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해 달러 강세 현상을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플라자 합의' 이후 독일 마르크스화는 1주일 만에 달러 화가 약 7%, 엔화 약 8.3% 오르며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이후 2년 간 달러 가치는 30% 이상 급락했다. 덕분에 미국 제조업체는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1990년 대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갔다. 반면 일본은 엔고로 버블 붕괴 등의 타격을 받고 2010년 이후까지 후유증에 시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 미국의 이익을 위한 법안 때문에 시련의 강을 건너고 있다"면서 "예전에 플라자 합의로 일본이 당했던 사례를 우리 정부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선 정부가 대놓고 미국에 반발하는 태도를 보이기 보단 물밑 협상을 통한 실익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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