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애널리스트들은 왜 실버게이트의 몰락을 예견하지 못했을까?
[월드 프리즘] 애널리스트들은 왜 실버게이트의 몰락을 예견하지 못했을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12 06:56
  • 수정 2023.03.12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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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TI]
[사진 = ATI]

‘실버게이트(Silvergate)’ 사태가 코인과 주식시장 모두 휘청이게 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회원사이자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이기도 했던 전통 은행 실버게이트가 끝내 청산을 결정하자 파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버게이트’가 그간 미국을 대표하는 코인은행(Crypto bank)으로서 가상자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에 유동성 위기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코인데스크닷컴(coindesk)’은 11일(현지시간) 투자 전문가 안젤로 칼벨로 박사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전통적 분석에 얽매였던 애널리스트들이 탈중앙화 같은 비전통적 금융 기법에 문외한인 까닭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실버게이트(SI)는 최소 10명의 조사 및 재무 분석가(애널리스트)들이 조사에 참여하는 상장기업이다. 이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실버게이트를 위시한 기타 은행들을 평가하고 회사의 주식 또는 부채 상태를 고지하고 투자 적격 여부를 추천한다. 다시 말해 이 회사의 주식 투자를 매수, 매도, 또는 보유할지를 추천하는 일을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애널리스트들은 FTX 암호화폐 거래소 붕괴 이후에도 계속해서 실버게이트를 추천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9일 캐너코드제뉴이티(Canaccord Genuity) 애널리스트 조 바피는 “FTX가 운영을 중단하거나 일부 고객이 다른 거래소로 이동한다고 해도 해당 거래량은 실버게이트 체제 아래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피는 실버게이트에 매수 등급과 150달러의 목표 가격을 부여했다. 그 결과 실버게이트는 지난해 11월 9일 34.69달러에 마감되었지만, 그 이후로 그렇게 높은 가격으로는 거래되지 않았다.

그런 뒤 많은 일들이 뒤따랐다. 미 의회가 실버게이트 은행에 질문지를 보냈고, 실버게이트가 연방 주택대출은행(Federal Home Loan Bank)으로부터 43억 달러를 대출받았으며, 법무부의 조사 소식이 들려왔고, 암호화 자산 위험(Crypto-Asset Risks to Banking Organizations)에 대한 은행 규제 기관의 공동 성명이 있었다. 이후 실버게이트가 기업의 지속성을 유지할지에 대한 자체 연례 보고서 제출을 연기하고 주요 금융 파트너들 중 다수가 이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이런 일들이 닥친 뒤에야 애널리스트들은 굴복했지만, 이때에도 실버게이트의 투자 포지션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는 애널들이 있을 정도로 모두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종 몰락이 발생하자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것이다. 3월 8일 실버게이트 은행은 운영 중단과 자발적 청산 계획을 발표했다.

실버게이트에는 지난해 11월 훨씬 이전부터 전통적인 애널리스트들이 감지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크게 과소평가했던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실버게이트 같은 기업 측 재무 분석가(애널리스트)들은 일반적으로 기왕에 잘 다져진 무난한 경로를 따른다. 그들은 금융, 경제학, 수학 등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선임 애널리스트를 위해 일하는 초급 직책을 맡는다. 그리고 CFA(공인재무분석사), 시리즈 7(증권 브로커 자격 시험) 또는 MBA를 취득하고 특정 부문 또는 지역 은행 같은 하위 부문에서 일한다.

바로 해당 애널리스트들의 이러한 경력이 전통적인 금융(TradFi) 렌즈로밖에 사태를 바라볼 수 없도록 하고, 그 결과 탈중앙화 금융(DeFi)에 대한 분석을 사각지대로 남기면서 은행의 암호화폐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실버게이트의 등급을 제때 낮추지 못한 전통적인 평가 기관의 애널리스트들에게도 함께 적용될 수 있는 약점이다.

바로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해당 애널리스트들이 실버게이트 사태에서 뚜렷이 빛나고 있던 몇 가지 위험 신호를 놓친 것이다.

충분한 직원?

실버게이트는 기업 운영 거의 대부분을 조용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 은행으로, 전통적인 개인 및 비즈니스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했다. 그러다가 2016년 자칭 “비전통적 은행( nontraditional bank)”으로 탈바꿈하며 암호화폐에 올인하게 되었다.

2019년 규제 당국에 제출한 문서에서 실버게이트는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이 기존 은행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비전통적 은행 업무’를 넓혀갔다. 실버게이트는 전통적인 은행 업무와 함께 자칭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신흥 금융 기술(핀테크) 회사에 전문 상업 뱅킹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두 업체”로 군림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변화는 암호화폐 관련 인수나 의미 있는 자본 투자로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버게이트가 암호화폐 은행을 운영할 인력과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지친 모습의 트레이더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지친 모습의 트레이더 [사진 = 연합뉴스]

실버게이트 거래소 네트워크(SEN)

실버게이트의 대표적인 상업은행으로서의 전문 상품은 ‘실버게이트 거래소 네트워크(SEN : Silvergate Exchange Network)’로 불리는 거래소인데, 코인데스크(CoinDesk)는 이를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연중무휴의 즉시 결제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실버게이트도 SEN을 “재래식 유선 거래를 대체해 참여 기업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소 간에 미국 달러를 즉시 이동할 수 있도록 하여…”라고 묘사했다.

실버게이트는 지난 3일 SEN을 폐쇄하고 웹사이트에서 해당 서비스 내용을 삭제했다.

또, 그간 SEN의 성공을 바탕으로 실버게이트는 SEN 레버리지(SEN Leverage)를 제공했다. 이 맞춤형 대출은 “기관 투자가가 비트코인 ​​또는 미국 달러로 담보된 레버리지를 활용해 이 플랫폼에서 모든 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했으며, SEN을 통해 “실시간에 가까운 대출 실행 및 상환”을 제공했다. 해당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3월 3일에 종료되었다.

이러한 서비스는 패러다임 전환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연방정부의 보증을 받는 다른 은행들에서는 실시하지 않는 서비스이기도 했다. 더욱이 실버게이트의 CEO인 알란 레인은 2021년 인터뷰에서 SEN 레버리지가 은행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러한 서비스들은 실버게이트의 성장을 암호화 시장의 널뛰듯 하는 변동성과 변화에 직접 연계되도록 했다. 그 결과 실버게이트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이러한 시장과 아직 진행 중인 사례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했다.

자금세탁 규제 미비

SEN은 실버게이트의 고객 확보 전략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이 전략은 통했다. 실버게이트의 고객층은 2016년 20명의 암호화폐 고객으로 출발에서 2022년에는 1,6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고객들에는 헤지펀드, 100개가 넘는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 토큰 프로젝트(token project)를 수행하는 회사가 포함되었다.

중요한 점은 고객 예치금이 대부분 디지털 자산이었으며 실버게이트를 비전통적인 위험, 특히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에 직접적으로 노출시켰기 때문에 특히 안전하거나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여기에다 실버게이트가 암호화폐와 관련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준다는 사실이 이러한 위험을 가중시켰다. 이를 두고 한 투자자는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면 모든 것이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또한 이러한 고객들이 SEN을 사용하여 “2017년 개시 이후 1조 달러 이상의 자금 지급”을 처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는 2022년 실버게이트의 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특히 강조된 부분이기도 하다.)

실버게이트 같은 중급 은행이, 심지어 “동급 은행보다 2배 더 많은, 규정에 합당한 직원”을 거느린 은행일지라도 고객들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감지하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금세탁 방지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버게이트 수준에서 수많은 고객과 수많은 실시간 통화(通貨) 거래를 일일이 감시하기는 불가능했다는 말이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안심의 척도를 제공하는 이러한 거래의 양과 속도는 실버게이트의 규제 메커니즘을 압도했다.

결국 이러한 약점을 인지한 일부 고객들은 SEN을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FTX와 자매 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는 실버게이트 규제 프로그램의 허술함을 악용해 자신들의 거래에 사용된 수상한 돈을 숨기기 위해 가상의 자회사(Northern Electronics)로 보이는 계정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FTX가 붕괴되기 전에도 고객들이 빠르면 2021년 7월부터 SEN을 불법적인 목적으로, 특히 2022년 8월에는 돈세탁에 활용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지난 1월 24일자 ’New York Magazine Intelligencer‘에는 이러한 사악한 돈세탁 활동을 광범위하게 지적하며, 실버게이트를 “수사를 받거나, 문을 닫거나, 벌금을 부과하거나, 파산한 12개 이상의 암호화폐 회사를 위한 은행”이라고 묘사한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는 법을 위반한 수많은 실버게이트의 고객들이 거론되었다. 예를 들면, 유죄 판결을 받은 호주 암호화폐 폰지 사기범 스테판 히 킨과 과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한때 실버게이트 주주이며 고객이었던 비트렉스(Bittrex)는 이란과 시리아를 대신해 자금을 이동한 혐의로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는 내용이 실렸다.

한편, 다른 투자자들과 연구원들은 실버게이트의 문제를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공유했다. 공매도 전문가 마크 코호데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전문 웹사이트 ’더블록닷컴(The Block)‘에 “실버게이트는 공개적 범죄 현장이며 알란 레인은 감옥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나아가 문제를 설명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는 편지를 실버게이트 감사관 및 규제 당국에 보내기까지 했다.

경영 기법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간의 불일치를 이해하고 평가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의 무능, 암호화폐 관련 대차대조표상의 엄청난 위험, ‘승인되지 않은(nondisapproved)’ 제품 및 서비스 제공에 따른 규제의 사각지대, AML(자금세탁 방지제도)의 허점 모두가 합쳐져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장밋빛 전망은 일부 실버게이트 고객들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기 및 부도덕한 활동에 가담하도록 허용하는 것 외에도 실버게이트 자체에 제도적 합법성을 제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버게이트 사태가 암호화폐 메커니즘의 실패가 아니라 은행 메커니즘의 실패라고 발 빠르게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이 또 다른 전통적인 금융(TradFi) 분석에 따른 실패라고 생각한다.

과거 셀시우스 네트워크(Celsius Network)와 FTX 사태 때의 기관투자가들과 마찬가지로 실버게이트 애널리스트들은 전통적인 투자 기술과 기법 분석만을 사용해 비전통적인 회사(nontraditional company)의 가치를 평가함으로써 기업의 몰락에 일조했다. 암호화폐 대학살을 막으려면 전통적인 금융(TradFi) 분석 기법에 탈중앙화 금융(DeFi) 분석 렌즈를 장착해야 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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