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 양회에서 재확인된 시진핑의 권력 장악과 대미 강경 노선
[월드 프리즘] 중국 양회에서 재확인된 시진핑의 권력 장악과 대미 강경 노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16 05:36
  • 수정 2023.03.1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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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새로 임명된 딩쉐샹 상무부총리(맨앞 가운데)를 포함한 부총리 4명과 국무위원 5명이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새로 임명된 딩쉐샹 상무부총리(맨앞 가운데)를 포함한 부총리 4명과 국무위원 5명이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3일 미국·영국·호주로 구성된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는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조기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호주는 세계에서 7번째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가 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중국의 패권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일관된 스탠스가 반영된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런 움직임 속에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3일 폐막했다.

CNN방송은 15일(현지 시각), 이번 양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권력 장악이 굳건하며, 대미 강경 입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정치회의가 지난 월요일 마무리되면서 시진핑 주석은 초강대국 통치자로서의 권력 기반을 다시 한 번 다지고, 수십 년 이래 가장 강경한 대미 강경 노선을 분명히 했다.

9일 동안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양회(兩會)는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되어 대부분의 일정이 사전에 준비되었지만 몇 가지 놀라운 일도 있었다.

이번 양회에서 주목해 볼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당과 시진핑의 우세(優勢)

중국 정치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에게 이번 양회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바로 중국 공산당은 전진하고 있는 반면 국가는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수기 노릇을 하는 입법부(전국인민대표대회)와 최고 정치 자문기구(인민정치협상회의)의 연례 회의는 전통적으로 중앙 정부와 총리가 빛을 발하는 무대였지만, 이번 회의에서만큼은 당과 시진핑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시진핑 주석의 전례 없는 3기 연임을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및 통치 전반에서 당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전면적인 개혁 일정을 승인했다.

이번 개편으로 중국의 내각 격인 국무원의 역할이 줄어들고, 국가의 핵심 금융 및 기술 부문에 대해 당이 훨씬 더 직접적인 통제권을 갖게 되었다.

그간에도 시진핑 치하에서 국무원의 권력은 당에 의해 점점 더 압도당하면서 당과 국가를 어느 정도 분리하려 했던 고(故) 덩샤오핑 최고 지도자의 노력을 무색하게 해왔다. 즉, 시진핑을 수장으로 하는 당은 모든 의사 결정권을 장악하고, 국무원의 역할은 단순 집행자의 역할로 축소된 것이다.

중국의 신임 총리 리창은 지난 월요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런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새 정부 목표의 윤곽을 알려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리 총리는 “새 정부의 임무는 당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수행하고 완벽하게 이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리 총리는 기자회견 내내 시진핑을 7번, 당을 11번이나 언급했다.

대미 강경 노선

올해의 양회에서 유독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중국 최고위층의 워딩이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연례 정치극(政治劇)이라 할 수 있는 양회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신중히 준비된 것들이라 봐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이 지난주 민간 기업들을 대표하는 정부 자문위원들 앞에서 미국을 맹비난하며 던진 날카로운 수사(修辭)는 심각한 단계로 들어선 미-중 관계에 경종을 울리는 소리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이 전방위적으로 우리를 견제하고 억압해 우리 발전에 전례 없는 심각한 도전을 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최고지도자는 그동안은 양국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피하고 ‘서방국가’나 ‘일부 선진국’으로만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미국을 직접 지칭한 것은 미-중 관계 긴장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의 관료집단이 최고지도자의 이 같은 발언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연구하며 전체 관료가 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다음날 중국의 신임 외교부장 친강은 시진핑의 주장에 동조하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억압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두 초강대국은 반드시 “충돌과 대결”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미 강경 노선을 드러낸 또 다른 징후로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장군을 새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인민해방군 현대화 운동의 공로자인 리 샹푸 장군은 2018년 Su-35 전투기와 S-4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의 러시아 무기를 구입한 혐의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시진핑 집권 3기의 공식 출정식 격인 양회(兩會)가 개막하는 지난 4일 회의장인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앞이 참가자와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집권 3기의 공식 출정식 격인 양회(兩會)가 개막하는 지난 4일 회의장인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앞이 참가자와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중국의 리더십

매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이 되면 중국 관영 언론은 늘 마오쩌둥 주석의 경구(警句)를 인용하곤 한다.

“하늘의 반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여성이다!”

그러나 해마다 항상 3월 8일 즈음에서 열리는 국가 행사는 중국 고위직에서 여성을 찾아보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눈부시게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중국의 신임 리창 총리 밑에 부총리로 임명된 여성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성차별은 더욱 두드러진다. 리 총리의 전임자 리커창은 두 번의 임기 동안 내각에 한 명의 여성 부총리를 두었었다.

리창의 새 내각에는 남성이 30명인 반면에 여성은 3명뿐이다.

이러한 유리천장 현상은 당 쪽으로 가면 더욱 극명해진다.

지난해 10월 당 지도부 개편에서 24인의 정치국위원에 오른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당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집단이자 행정부의 정책 결정 기구가 남성에 의해 완벽하게 장악된 것이다.

물론, 권력의 가장 깊숙한 이너 써클(Inner circle)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한 여성은 한 명도 없다.

또 무너진 고위 공직자 은퇴 관례

지난 일요일 베이징 당국은 미국에서 교육받은 경제학자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류쿤 재무장관 등 기존 경제 리더십의 일부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두 사람 모두 중국 각료의 공식 은퇴 연령인 65세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018년 중국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된 이강은 지난해 10월 주요 당 대회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직에서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앞서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68세 이상 지도자는 물러나야 한다는 선례를 깨고 당 지도자로 한 번 더 유임됨으로써 스스로 당의 은퇴 관례를 깨뜨린 바가 있다. 그는 또한 69세의 왕이 전 외교부장을 정치국원으로 승진시키며 이 같은 예외 임명을 뒷받침했다.

분석가들은 이강 인민은행 총재와 류쿤 재무장관을 유임시킴으로써 베이징 당국이 국내외에서 경제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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