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파장 확산되는 러시아의 미국 드론 격추 사건...전문가들 "미-러,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우려"
[우크라 줌인] 파장 확산되는 러시아의 미국 드론 격추 사건...전문가들 "미-러,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우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18 06:55
  • 수정 2023.03.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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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에서 격추된 미국의 MQ-9 드론, 일명 '하늘의 암살자'라고도 불린다. [사진 = 연합뉴스]
흑해에서 격추된 미국의 MQ-9과 같은 기종의 드론, 일명 '하늘의 암살자'라고도 불린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가 흑해에서 미국 드론을 격추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의 입을 빌려 “러시아는 미국과 대결을 추구하지 않으며 실용적 협력을 원한다”는 첫 반응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이 사건으로 통제 불능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이번 드론 격추 사건은 미-러가 직접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던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과 비교해 얼마나 심각한지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지난 14일 러시아 Su-27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미국 MQ-9 드론(일명 리퍼:Reaper)을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 고위 관리들은 재빨리 러시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미 공군의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 사령관인 제임스 B. 헤커 대장은 러시아의 “비전문적이고 불안한” 비행으로 인해 Su-27과 MQ-9 리퍼가 거의 충돌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 유럽사령부는 리퍼를 추적하는 두 대의 러시아 제트기 중 한 대가 의도적으로 드론 앞으로 비행해 연료를 여러 차례 뿌렸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고, 러시아는 다음 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논평을 통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최저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미-러 관계는 언제를 기준으로 최저점에 도달했다는 말인가? 2014년 모스크바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아니면 크렘린이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이후? 그도 아니면 작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일까? 미-러 관계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새로운 최상급 수사(修辭)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상공에서의 충돌이 모스크바와 워싱턴 사이의 긴장을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약간만 들여다봐도 두 핵강국 간의 대결은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리아 전쟁의 일면을 살펴보자. 2018년 2월, 시리아 동부에 주둔한 미군 부대는 러시아 사병 집단 바그너(Wagner)가 포함된 일단의 무장 세력이 접근해오자 교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미군은 적들에 공습과 포격을 가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 결과 바그너 용병과 시리아 동맹군에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전투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군과 러시아 전사들 간의 가장 치명적인 전투였지만 확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용병 집단의 존재를 부인했다.(오늘날 바그너 집단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시 인근에서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 

2018년 시리아에서 벌어진 이 전투에 대한 보도로 미-러 사이에 예기치 못한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충돌방지 라인(deconfliction line)’이 가동 중임이 드러났다. 즉, 의도하지 않은 확전 위험을 최소화하기 양국 사이 군대 이동 및 작전에 대한 의사소통 채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말이다.

이러한 채널은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에도 계속 열려 있었다. 지난 3월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군사적 오판을 피하기 위해 이 ‘충돌방지 라인’을 가동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흑해 지역 상공의 미국의 일상적인 드론 비행이 ‘충돌방지 라인’ 가동 수준까지 비화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와 관련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통신 조정관은 미국 자산이 “1년 동안 그 영공을 꾸준히 비행해 왔다”며 흑해 상공을 비행하기 전에 ‘충돌방지 라인’을 활성화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크렘린궁 대변인 페스코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드론 격추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모스크바와 워싱턴 사이에 고위급 접촉은 없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전투기의 미국 드론 격추와 관련, 갈등의 확대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전투기의 미국 드론 격추와 관련, 갈등의 확대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충돌방지 라인’이 가동될 수는 있지만, 미-러시아의 대결은 냉전 당시 가장 위급했던 순간 이후 가장 심각한 순간에 도달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케네디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지구 멸망의 아마겟돈 수준에 직면한 적은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푸틴의 핵 위협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같이 언급했었다.

“나는 (푸틴이) 전술 핵무기를 아무렇게나 사용하고도 아마겟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냉전 기간 동안 쿠바 미사일 위기를 포함 몇 차례의 핵전쟁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수십 년에 걸친 냉전 대치 기간 동안 미국과 구소련 사이 직접 대결로 확대된 사건들이 몇 차례 있었던 사실은 쉽게 잊혀지고 있다.

예컨대, 한국전쟁 중에 미국 전투기 조종사는 소련 미그기(MiG)와 공중전을 벌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중전은 흔적은 재빨리 기밀로 분류되었고, 전투 참가자들을 함구에 붙이는 등 베일에 싸여 있었다. 왜 그랬을까? 이런 사실들을 공개하면 두 초강대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이 소련 영토 주변에서(때로는 상공에서) 수행한 유인 정찰 비행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가 조종한 U-2 정찰기의 격추는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미국에 큰 당혹감을 안겨주고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기밀로 분류되어 수십 년 동안 뉴스에 등장하지 않았다.

수십 년 후에야 기밀이 해제된 또 하나의 사건으로,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던 60528기의 격추가 있다. 미국 C-130기가 소비에트 연방 소속이던 아르메니아 상공에서 격추되어 17명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던 사건이다. 미국 정부는 1945년에서 1977년 사이 40대 이상의 미국 정찰기가 이런 식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 격추되었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리퍼의 격추를 놓고 유독 말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정보전쟁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러시아의 경우 이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러시아는 약간 의도적이고 전문적인 도발(trolling) 측면에서, 러시아 연방 안전보장 이사회 의장 니콜라이 파트루셰프는 러시아가 연구를 위해 MQ-9의 잔해를 수색할 것이라고 밝혀다.(이와 관련 두 명의 미국 관리는 CNN에 해당 드론 내의 민감한 소프트웨어는 추락하기 전에 삭제되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문가이자 카네기 국제평화기금(Carnegie Endowment)의 ‘James Family Chair 및 연구’ 부문 부회장인 앤드류 웨이스는 트위터 타래(thread)를 통해 이번 미국 드론 격추는 러시아인들에게 쓸모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즉, 서방과의 대결에서 확전 의지를 드러내는 허세에 써먹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나주었다는 말이다.

“러시아는 흑해 주변에서 행해지고 있는 미국과 NATO 활동에 대해 특별히 민감합니다.”

그는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오늘 러시아 제트기가 드론 정찰기를 추락시켰다고 해서 미국이 이런 식의 정찰 임무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을 정도로 크렘린 당국은 명석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 지었다.

“러시아 공격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을 거론하는 수많은 말들과는 다르게 현실은 억지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러시아가) 미국의 드론 정찰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모스크바 당국이 미국과 나토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잃어버린 자신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전략으로 보면 됩니다.”

그러나 웨이스가 언급한 억지력은 양날의 검이다. 미국의 정찰 드론 비행을 가지고 야단을 떠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모스크바가 (공개적으로) 인명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결국 다른 시나리오를 입에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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