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트럼프가 기소될 경우 미국에 미치는 국가·정치적 파장은?
[월드 프리즘] 트럼프가 기소될 경우 미국에 미치는 국가·정치적 파장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23 05:44
  • 수정 2023.03.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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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6일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재판에 출석한 스토미 대니얼스(왼쪽)와 마이클 애버내티 변호사(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2018년 4월 16일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재판에 출석한 스토미 대니얼스(왼쪽)와 마이클 애버내티 변호사(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 절차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관련 의혹을 검토해온 뉴욕시 맨해튼 대배심은 예정과 달리 22일(현지시간) 소집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와 N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수사 중인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사장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배심은 이르면 23일 다시 모일 예정이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는 23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을 체포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지층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가 있다. 그리고 맨해튼 지방 검찰은,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와 과거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삿돈으로 합의금을 지급한 뒤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강성 지지층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를 앞두고 뉴욕의 법 집행기관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경찰(NYPD)과 뉴욕시 간부들이 공공 안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가 현실화 됐을 때 벌어질 일들과 국가 및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미국의 정치 및 법률 기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 던지는 또 한 번의 극단적 시험에 대비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이면서 전(前) 리얼리티 TV 스타이자 전직 미국군 총사령관이었던 트럼프는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고 퇴임 후에는 기밀문서를 무단으로 처리한 혐의로 여러 조사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당장 그의 앞에 드리운 기소 가능성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무마비를 지불했다는 주장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는, 적어도 지난 주말까지는,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민주당 소속)로부터 자신을 기소할 것이라는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대배심 절차가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법무팀은 기소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고 CNN에 밝혔다.

기소될 경우 이른바 ‘포르노 배우 무마 재판’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변호사 마이클 코헨을 시켜 포르노 배우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를 지급한 사실을 불법적으로 은폐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해당 사건은 대선 선거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으며 다니엘과의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을 위협하고 골수 지지자들을 동원해 공화당 고위층에게 자신의 편으로 집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자신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에 흠집을 내기 위한 특유의 전술에 돌입했다.

모든 미국인은 정치적으로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지니고 있지만, 이번 주말 전직 대통령이 그의 지지자들에게 외친 “우리나라를 되찾기 위해 행동에 나서라!”는 호소는 그가 2021년 1월 6일 개인적 이익을 위해 폭력을 선동한 사실을 떠올리게 하면서 불안한 조짐을 예감하게 하고 있다.

트럼프측 변호사 알리나 하바는 CNN에 '트럼프가 가벼운 범죄로 기소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검찰 조사의 결과가 낳을 수 있는 여러 파장 중 하나를 언급한 것으로 들린다. 

“대혼란이 일어날 겁니다. 내 말은, 미국에게 지금은 매우 엄중한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하바 변호사는 아무도 다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서도 이같이 경고했다. 그녀는 이와 더불어 트럼프 지지자들은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의 트럼프 지지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서 지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의 트럼프 지지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서 지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을 내세우고 활용하는 트럼프

기소가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시절 공화당의 뻔한 논리를 다시 한 번 시험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즉, 열성 보수 지지자층에 대한 그의 장악력이 너무 막강해서 대부분의 공화당 국회의원과 관리들은 보신을 위해 그를 달랠 수 밖에 없는 딜레마를 말한다.

사건을 정치화함으로써 혐의를 벗어나려는 트럼프의 계책은 이미 그의 최측근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를 공격하는 모습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일례로, 케빈 매카시(공화당, 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이 사건을 가리켜 “가장 근거가 박약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이기도 한 매카시 의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맨해튼 지방검사가 포르노 배우 입막음 사건 수사에 연방 자금을 전용(轉用)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도록 공화당이 주도하는 위원회들에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이미 바이든 정권이 정적(政敵) 탄압에 정부 권력을 “무기화(weaponization)”하는지 조사에 돌입한 오하이오주 하원의원 짐 조던(하원 법사위원장)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던 의원은 CNN에 브래그 검사를 워싱턴으로 불러 증언대에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매카시 하원의장은 사람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놓고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되며, 트럼프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기소가 된다고 해도 소란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폭력이나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나아가 공화당에 대한 트럼프의 굳건한 장악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몇몇 공화당 비판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그리고 2024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참여해 트럼프에 도전할 것을 고려 중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ABC 뉴스에 나와 “정치적 기소처럼 느껴집니다. 미국인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이 트럼프와 멀어져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고까지 말한 바 있는 공화당 소속 뉴햄프셔주 주지사 크리스 수누누는 CNN에 나와 브래그 검사의 조사가 “전임 대통령에게 많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언급하며 역풍을 거론했다. 이어 그는 “나는 오늘 아침 몇몇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그들 중 누구도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닌데도 모두 트럼프가 공격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 국회의사당 앞 시위 [사진 = 연합뉴스]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 국회의사당 앞 시위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가 기소될 경우 미국에 닥칠 엄중한 상황들

전직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은 국가에 엄중한 함의를 드리우고 있다.

—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 될 것이며, 2020년 선거에서 평화로운 정권교체의 역사적 전통을 방해하고, 승리를 빼앗겼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두 번이나 탄핵된 트럼프에게 또 한 번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안겨줄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전(前)정권 사람들이 후임 행정부에 의해 철저히 파헤쳐진 전통은 없다. 따라서 트럼프에 대한 사건이 법적으로 정당화되더라도 뉴욕 맨해튼 검사는 물론 조지아 검사와 법무부 검사는 전인미답의 길을 걷는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있다.

— 트럼프는 이미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한 후보이며, 특히 지난 대선 이후 그와 관련된 조사를 놓고 박해받고 있다는 수사(修辭)를 전략적으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적들에 대한 보복도 약속하고 있다.

— 트럼프가 기소되더라도 그는 여전히 헌법상의 보호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다른 정치인들과 언론은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그의 노력에 동조하지 말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자신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제기한 법무부에 대해 정치적으로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정의를 무기화한 행태로 치부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미래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새로운 전략이다.

— 트럼프 기소는 2024년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primary)의 판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무죄를 주장하는 트럼프에게,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략적 수사(搜査)를 지지하는 세력들로 몰기 위한 구실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은 공화당 잠룡인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와 이미 경선에 뛰어든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같은 트럼프 라이벌들에게 불안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위의 두 사람 모두 2024년 대선 공화당 예비경선이 순교자 코스프레를 하는 트럼프를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관련해서 디샌티스는 이 사건에 대해 무게 있는 언급을 했지만, 트럼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대신에 브래그 검사를 비판하는 데 그쳤다.

“자신의 관할 구역에서 매일 발생하는 범죄는 등한시하면서 수년 전 일어난 포르노 스타 입막음 비용에 대해 검찰권을 휘두르려 한다면 검찰권의 정치화와 사유화에 해당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 첫 번째 공화당 후보 경선이 거의 1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공화당 예비선거 참여 당원들과 전국 유권자가 전직 대통령의 기소에 어떻게 반응할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선 출마도 고려하고 있는 수누누 주지사는 민주당이 브래그 검사의 조사를 통해 트럼프에 대한 동정심이 일도록 하는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미 일부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드라마, 혼란, 법적 분쟁 등 트럼프식 전략·전술에서 이제 그만 벗어날 때라고 피로감을 느끼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선거 무관심층을 이끌어내려는 전직 대통령의 책략은 작년 중간선거 경합주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곤욕을 안긴 바도 있다.

— 포르노 여배우 무마 사건은 트럼프의 유일한 법적 문제도 아니며 그를 둘러싼 가장 심각한 문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미 법무부가 2020년 1월 6일 벌어진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일련의 행위들에서 그의 역할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별도로 구성된 특별 대배심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도록 트럼프가 조지아에서 지방 관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풀톤 카운티(Fulton County) 지방검사 파니 윌리스는 지난 1월 말 조사 결정이 “임박”했다고 밝힌 바도 있다. 뉴욕에서의 이번 기소만 떼어놓고 본다면 트럼프의 대선 전략에 정치적 호기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물밀 듯 밀려드는 사법적 위기는 그가 어떤 식으로 대선 레이스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져준다.

— 트럼프에 대한 모든 법적 쟁송들을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특이성과 복잡성, 유죄 판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일부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감안할 때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그를 기소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트럼프 같이 유명인이 아니었거나 왕성한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다르게 취급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 또한 트럼프를 재판에 회부함에 따라 발생하는 정치적 분열과 국민적 상처가 더 넓은 의미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도 있다.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 비용을 지불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1월 6일 난입사태보다는 헌법적 함의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역사는 실패한 기소를 관용의 눈으로 보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이 또 한 번의 대선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르노 배우 사건은 6년 전 선거라는 과거로 관심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특히 이 사건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일반 대중들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애리조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마크 켈리는 지난 일요일 CNN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왕에 기소를 할 거면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확실하게 추진하기 바랍니다. 이런 사건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켈리 의원의 언급은 대선 초년병으로 뛰어든 지 거의 8년 만에 트럼프가 국민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관념을 어떤 식으로 깨부수고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다시 한 번 가장 논쟁적인 방식으로 국가 정신과 정치 논쟁의 중심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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