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유대계 미국인들이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와 거리를 두는 이유
[월드 프리즘] 유대계 미국인들이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와 거리를 두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29 05:40
  • 수정 2023.03.29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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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법 개편' 반대 시위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 '사법 개편' 반대 시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우파 연정에서 추진해온 ‘사법제도 개편’ 입법 절차를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네타냐후 정부의 극우 행보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이스라엘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 개편’ 시도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12주 연속 대규모 반대 시위를 이어왔다.

특히 이스라엘 군사력의 한 축을 이루는 예비역들이 야권에 동조해 잇따라 훈련 불참을 선언하고 복무 거부 움직임까지 보인 뒤 안보 위기 상황이 우려되자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공개적으로 사법제도 개편 계획 중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하루만인 26일 갈란트 장관을 전격 해임하면서 시민들의 저항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이스라엘 최대 노동단체인 ‘히스트라두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까지 총파업 투쟁에 가세하면서 시위대를 지지했다. 히스트라두트는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약 8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최대 노동단체다.

이같은 상황과, 관련 CNN은 전통적으로 친이스라엘 정서가 강했던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 특히 네타냐후의 극우 정권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이달들어 145명의 미국 유대인 지도자들이 모여 베잘렐 스모트리흐 재무장관은 미국이 원하는 이스라엘 각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 정부 각료 한 명과 공개적인 선긋기에 나선 바가 있다.

유대계 미국인의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을 반영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직 이스라엘 장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스모트리흐 장관은 반아랍 인종주의부터 악의적인 동성애 혐오에다 유대인 우월주의를 절대 신봉하는 등 대다수의 미국 유대인이 혐오하는 견해를 오랫동안 표명해왔다.”

미국 내 유대인 지도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에서 두 명의 이스라엘 형제가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민들의 분노가 들끓자 스모트리흐 장관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없애버려야 한다(to be erased)”고 주장한 것이다.

이번 성명서 파동은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 정책이 우경화하면서 많은 유대계 미국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가치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증상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선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에는 역사상 가장 우익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극단주의자들이 요직에 오르게 되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나아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수십만 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게 했고, 핵심 동맹국들로부터의 비판을 자초해왔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를 거의 정기적으로 비판해왔다. 미 국무부는, 지난주 화요일, 이스라엘 의회가 요르단강 서안지구 점령지 일부에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마이클 헤어초크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소환된 것은 1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대계 미국인과 이스라엘의 이익이 수년 동안 다른 길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이 미봉책으로 가려졌던 게 현실입니다.”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극단적 민족주의와 극우 유대교 원리주의 종파를 추종하는 정당들에 구애함으로써 ‘트럼프주의 각본’을 답습한 것을 언급하면서 유대계 미국인 공동체에 네타냐후와 거리를 둘 것을 촉구했다.

오늘날 유대계 미국인들은, 현 이스라엘 정부를 통해 팔레스타인과 평화를 이루려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권위주의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이며 극렬 민족주의적인' 국가가 되기를 원하는지 갈림길에서 더 깊게 고뇌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여긴다.

좌파 성향의 친 이스라엘 로비 단체 ‘J 스트리트(J Street)’의 커뮤니케이션 부총재인 로건 베이로프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러한 역동성은 유대계 미국인들이 미국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입니다.”

베이로프 부총재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런 갈등이 미국 정치판에서도 벌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데, 반(反) 트럼프 전선에 정치적으로 힘을 보태는 유대계 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행위에 반발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계 미국인들이 이스라엘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기 위해 뭉치는 모습은 아직까지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 협의회(AIPAC)’는 스모트리흐 장관이 과거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그를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미국 입국을 거절하라는 청원서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그의 극단주의적 언사에도 거의 침묵을 지키고 있다.

AIPAC는 이와 관련된 CNN의 논평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영국 역사가 도미닉 그린은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유대계 잡지 ‘유대인 연대기(Jewish Chronicle)’ 기고문을 통해 스모트리흐 장관을 보이콧하는 것은 “유대인의 분열”을 앞당길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요 유대인 단체들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가 입은 제복에 경의를 표한다(그 사람이 아니라 그가 표방하는 이념이나 국가 또는 단체에 경의를 표한다는 뜻)’는 미국의 전통을 따를 수도 있었다.”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그런데 그들은 대신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스라엘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선택을 했다.”

2020년부터 실시된 유대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애착이 적고 이전 세대보다 더 비판적일 가능성이 높다.

2021년 ‘유대인 유권자 협회(Jewish Electorate Institute)’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대인의 4분의 1이 이스라엘을 인종차별 지향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국가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미만에서 부정적 여론은 38%로 증가했다. 또한 34%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처우가 미국의 인종차별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0대 미만의 경우 43%).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유대인 뉴스 매체인 ‘포워드(Forward)’의 편집장이자 전 뉴욕타임스 예루살렘 지국장인 조디 루도렌은 지적했다. 

“우리 부모 세대에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스라엘을 미워할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 지지를 놓고 親反 갈라진 시위 모습 : 지난 2014년 7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존 F 케네디 광장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둘러싼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민들(왼쪽 사진)은 ‘이스라엘은 방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민들(오른쪽)은 ‘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를 멈춰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맞섰다.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 지지를 놓고 親反 갈라진 시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유대계 미국인들을 포기’한 네타냐후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계 미국 유대인들 사이에서 이는 반(反) 이스라엘 정서에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네타냐후가 이미 유대계 미국인들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우파 정책과 상충되는 자유주의적 세계관을 지닌 세력들로 치부해버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6번이나 총리를 맡은 네타냐후는 대신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그들보다 더 좋은 친구가 없다”고 구애하며, 수년 동안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지지에 호소하고 있다.

“네타냐후와 그의 측근 대부분은 유대계 미국인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겠다는 의지를 이미 포기했습니다.”

로건 베이로프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들은, 유대계 미국인들 대다수는 진보적이며 민주당원이고, 팔레스타인과의 두 국가 정책을 지지한다고 믿습니다.”

조디 루도렌은 네타냐후가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를 무시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말한다. 미국-이스라엘 동맹은 유대계 미국인들의 정서에 근거하지는 않지만, “유대계 미국인들이 지원하는 대규모 자선 활동, 기술 투자 및 관광은 이스라엘의 경제 및 시민사회에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미국의 대(對) 이스라엘 원조액은 현 회계연도 기준으로 38억 달러에 달해, 미국의 누적 대외 원조 부문에서 최고를 기록하는 나라이다.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유대계 미국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베이로프는 지적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견해가 바뀌면서 대(對) 이스라엘 비판 목소리는 민주당 행정부에서 더욱 보편적 정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전통적으로 당파를 초월해왔지만, 며칠 전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동정심이 이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원의 49%가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하는 반면 이스라엘에 더 공감한다고 답한 비율은 38%로, 팔레스타인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인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한 공화당원은 78%로, 증가율은 1% 포인트에 그쳤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인의 54%가 팔레스타인보다 이스라엘에 더 공감하지만, 젊은 세대로 내려가면 추세는 변화한다. 밀레니엄 세대의 42%는 팔레스타인에 공감하고, 40%는 이스라엘에 공감한다.

갤럽은 또 최근 이스라엘인을 동정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워드(Forward)’의 루도렌 편집장은 유대계 미국인들이 이스라엘의 사법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연대”했지만,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점령과 극단적 유대교 원리주의의 이스라엘 지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진 채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이 위기에서 유대인들로 구성된 민주주의 국가로서 살아남는다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달성될지는 의문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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