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주목을 끌고 있는, 넥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 속의 특이한 종교 체험 장면
[월드 프리즘] 주목을 끌고 있는, 넥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 속의 특이한 종교 체험 장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4.18 05:54
  • 수정 2023.04.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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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대니 [사진 = 넷플릭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대니 [사진 = 넷플릭스]

대니(스티븐 연)는 화로를 환불하러 마트를 찾는다. 직원은 몇 번째 환불이냐며 그에게 면박을 준다. 영수증이 보이지 않아 환불도 하지 못한 채 대니는 마트를 나선다.

빨간 트럭을 몰고 주차장을 나서려던 때, 지나가던 흰색 SUV가 그의 차를 향해 경적을 울린다. 안 그래도 핏발이 곤두서있던 차에 그는 “뭐가 문제냐”며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소리친다.

SUV 운전자는 그런 그를 향해 사과 대신 손가락 욕을 날리고 떠나 버린다. 대니가 그 뒤를 쫓으면서 분노의 질주가 시작된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은 도로 위에서 보복운전으로 마주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대니와 에이미는 서로 때문에 신세를 망쳐가지만 표정은 어딘가 시원해 보인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그들은 삶의 압박에 짓눌려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오면서 계층은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막막함과 답답함을 느낀다. 항상 무언가가 그들을 괴롭히는데 벗어날 수 없다.

우울증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고 가족이나 상담사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그들이 서로를 만나고부터는 욕을 퍼붓고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성난 사람들’은 14일 기준 전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로튼 토마토’에서도 신선도 99%를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다.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을 만든 제작사 ‘A24’가 만들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이기도 한 데이비드 최, ‘엄브렐라 아카데미’, ‘애프터 양’의 저스틴 민 등 한인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매회 다른 타이틀 아트는 데이비드 최가 작업했다. 30분 분량의 에피소드 10개로 구성돼 있다.

CNN방송은 17일(현지 시각) ‘성난 사람들’의 인기에 주목하며, 특히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매우 특별한 종교 체험 장면이 온라인을 타고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넷플릭스(Netflix)의 코미디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은 두 낯선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주차장에서의 싸움으로 시작해 광란의 복수 이야기를 얼개로 엮어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러다가 극의 전개가 미국 내 한인 교회의 사역으로 방향을 틀면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10부작 시리즈의 초기 장면에서 한인 배우 스티븐 연이 연기한 대니는 한인 교회를 찾는다. 에이미(앨리 윙)와의 보복 운전 문제로 인한 여러 사건들이 그를 교회로 이끈 것이다. 그는 이전 장면에서 에이미의 차에 불을 지르려다가 그녀의 딸이 차 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포기한다. 그러나 그 장면은 대니가 성스럽게 거듭난 순간은 아니었다.

대니가 교회 문턱을 넘는 순간 그와 관객은 심금을 울리는 복음주의 교회의 예배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교회 안의 사람들이 손을 높이 들고 기도를 한다. 그리고 용서에 대한 애절한 노래를 부르는 밴드도 있다.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진 신도석 장의자를 비추는 부드러운 햇빛 사이로 예배자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순간 대니는 그 장면에 압도되어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린다.

스포일러로 욕먹지 않을 정도로만 이야기한다면, 이 장면은 대니가 교회를 찾는 마지막 순간은 아니며, 이때부터 교회 장면은 이 드라마의 주요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일부 시청자들은 한 에피소드에서 예은이 유명 기독교 가수 크리스 탐린(Chris Tomlin)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와 똑같이 부르는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등의 교회 장면들이 한인들(Korean American)의 매우 특별한 경험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복음주의(evangelical) 또는 개신교(Protestant)에 속하든 아니면 두 교파 모두를 지향하든, 이민자들의 모든 기쁨과 슬픔이 스며있는 한인 교회의 분위기를 말한다.

“아시아계 미국인 기독교인과 탈복음주의자들(Exvangelicals)에게 ‘성난 사람들’은 보기에 민망하고 불편할 정도로 문화적으로 너무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작가이자 사회학자인 낸시 왕 유엔은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대니의 특별한 기독교 체험 장면이 온라인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대니의 특별한 기독교 체험 장면이 온라인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이러한 감상의 배경에는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에서 글렌 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2020년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스티븐 연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가 다녔던 한인 교회는 그의 어린 시절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21년 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예배에 참여하고 크리스 탐린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같은 찬양 노래를 불렀다고 회상한 바가 있다. 이 경험으로 결국 그는 ‘성난 사람들’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 장면을 직접 선곡, 삽입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모국어로 진행되는 한인 교회 예배에서 자신의 가장 정확한 정체성 실현을 경험한 것입니다.”

‘GQ’의 편집자 크리스 게이요말리는 이렇게 평가했었다.

“그는 교회 내 청소년 그룹 활동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으며 자신만의 작은 세계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CNN은 추가 논평을 듣기 위해 스티븐 연과 연락을 취했다.

‘성난 사람들’의 제작자 이성진은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에 자신과 예은의 교회 경험이 드라마 장면, 장면들을 장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정말 한국적인 교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행복한 버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그리려 노력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성장하던 시절 나의 찬양 밴드가 추구했던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연과 이성진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교회 행사가 끝난 뒤 세속적인 음악을 연주했던 일도 털어놓았다.

“알다시피 우리는 인큐버스(Incubus)의 ‘드라이브(Drive)’도 장면에 삽입했습니다. 교회 활동이 끝나면 그와 나는 그 노래를 부르곤 했기 때문입니다.”

제작자 이성진은 이렇게 떠올렸다.

수많은 이민자 그룹의 삶에서 신앙공동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에서도 한국계 미국인들이 맺고 있는 기독교와의 독특한 관계는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한국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해외로부터 유입되었다. 이미 유럽의 영향 아래 기독교에 환멸을 느낀 아시아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일본 강점기 하의 한국 사람들은 미국과 유럽 선교사들에게 호의적이어서 한국에는 기독교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미국에서 교회 활동을 계속하거나 새로 시작함으로써 한인 이민자들은 다른 많은 공동체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한인 교회는 한인 후손들에게 인종을 넘어 정체성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복음주의 교회의 한 가지 매력은 소수 인종적 처지에 덜 집착하고, 기독교인으로서의 기본 정체성을 더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소재 ‘클레어몬트 매케나 대학’ 종교학과 부교수인 이스터 정-김은 2021 ‘SOLA 컨퍼런스’ 중 갖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특정 인종 교회에 출석하는 것의 사회적 이점 중 일부를 설명합니다.”

교인들의 숫자는 또한 흐름을 반영한다. 2012년 ‘Pew Research’ 연구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은 아시아계 미국인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전체 아시아계 미국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의 약 1/3을 차지한다.

하지만 ‘성난 사람들’ 속의 장면의 영향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다. 일부 한국계 미국인은 그 장면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약간 자극적이라고 평가한다.

스테파니 김은 트위터에 “자라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한인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꼈다”고 썼다. 

“‘성난 사람들’을 보면서 그 소외감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인 교회 풍습에 익숙하다면… 넷플릭스의 ‘성난 사람들’은 당신을 웃고, 울게 만들 것이다. 너무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이렇게 포스팅을 올렸다.

한편 ‘성난 사람들’의 제작진은 특별히 이 프로그램을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도하는 작품으로 홍보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예, 이 캐릭터들이 분명 아시아계 미국인이긴 하지만, 드라마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제작자 이성진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찬가지로 대니의 교회 장면도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넓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바로 교회, 그 중에서도 한인 교회를 말한다. 그곳은 사랑스럽게 기억되거나 부정적 기억으로 남아있는 공간이다. 그곳은 문화적 역사를 들려주고, 비슷한 중요도를 지니고, 개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소인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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