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지지자들의 시위 속에 파시스트당의 설립자 묘를 이장한 스페인 정부
[월드 투데이] 지지자들의 시위 속에 파시스트당의 설립자 묘를 이장한 스페인 정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4.26 05:49
  • 수정 2023.04.2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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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과거사 청산 과정의 일환으로 과거 파시스트 독재자들의 묘들이 이장되고, 프랑코 독재 시절 희생자들의 공동묘지로 바뀌고 있는 '사자의 계곡' [사진 = ATI]
스페인 과거사 청산 과정의 일환으로 과거 파시스트 독재자들의 묘들이 이장되고, 프랑코 독재 시절 희생자들의 공동묘지로 바뀌고 있는 '사자의 계곡' [사진 = ATI]

호세 안토니오 프리모 데 리베라(José Antonio Primo de Rivera)는 스페인 근세 역사에서 스페인 제2공화국의 정치가이며 파시스트 정당 팔랑헤당(Falange movement)을 창당한 인물이다.

스페인 정부가 독재자 프랑코 묘의 이장에 이어 바로 이 프리모 데 리베라의 묘지도 이장을 완료했다고, 25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스페인은 지난 월요일 프랑코주의(Francoist regime) 정권을 지원한 파시스트 팔랑헤 운동(Falange movement)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프리모 데 리베라의 시신을, 그의 지지자들이 파시스트 경례를 보내는 가운데, 마드리드 근처 산비탈에 새겨진 공동묘지에서 파내, 이장을 완료했다.

과거에는 ‘전몰자의 계곡(Valle de los Caídos)’으로 불렸던 집단 묘지 입구에 모인 소수의 팔랑헤 운동 지지자들은 프리모 데 리베라의 영구차가 지나가자 손을 들고 파시스트 인사를 보내며 “호세 안토니오는 영원하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치켜들거나 “스페인 만세!”를 외쳤다.

스페인 경찰은 이후 프리모 데 리베라가 재매장될, 마드리드 남부의 산 이시드로 공동묘지 밖에 모인 약 150명의 팔랑헤 지지자들을 제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들은 팔랑헤당의 찬가인 ‘태양을 보라(Facing the sun)’를 부르며 파시스트식 경례를 보냈다.

스페인 정부가 2019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의 유골을 이장한 데 이어 단행된 이번 프리모 데 리베라 묘의 이장은 프랑코가 건설한 이 공동묘지를 1936-39년 동안 치러진 스페인 내전에서 사망한 50만 명을 기리는 기념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단행되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이 공동묘지의 이름을 ‘사자의 계곡(Valley of Cuelgamuros)’으로 개칭했다. 

스페인 대통령부 장관 펠릭스 볼라뇨스는 지난주 금요일 이번 이장 작업이 ‘사자의 계곡’에 새로운 상징성을 부여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독재정권의 추억을 찬양하는 그 어떤 사람이나 이념도 ‘사자의 계곡’에 발붙여서는 안 된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스페인의 장기 독재자 프랑코의 생전 모습 [사진 = ATI]
스페인의 장기 독재자 프랑코의 생전 모습 [사진 = ATI]

지난 2021년 7월 스페인 정부는 프랑코 독재의 과거사 청산을 위해 국가폭력 희생자 유해 수습, 쿠데타 찬양 발언 금지, 과거 사법 판결 재조사 등의 내용을 담은 전방위적 법안인 ‘민주주의 기억법’을 마련한 바가 있다.

‘민주주의 기억법’은 스페인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와 그의 정권을 찬미하거나, 독재 정부에 희생당한 이를 모욕하는 발언을 할 경우 최대 15만유로(약 2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매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23년부터 1930년까지 스페인을 통치했던 독재자 미구엘 프리모 데 리베라(Miguel Primo de Rivera)의 아들인 호세 안토니오 프리모 데 리베라는 1936년 11월 알리칸테(Alicante)에서 좌파 공화주의자 세력에 의해 총살당했다.

한편, 프리모 데 리베라의 묘가 파내어진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그의 시신은 총 다섯 번 매장되고, 네 번이나 파내어진 것이다.

프리모 데 리베라의 유해는 1939년 동부 해안 도시 알리칸테에 있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공동묘지에 두 번 묻힌 후 500km나 떨어진 마드리드 근처의 산 로렌소 데 엘 에스코리알에 있는 스페인 왕족 묘지로 이장되었었다.

그의 유해는 그로부터 20년 뒤 ‘전몰자의 계곡’ 공동묘지가 완공되면서 이곳으로 다시 옮겨져 예배소 제단 아래에 묻혔다. 스페인의 장기 독재자 프랑코도 1975년 이곳에 묻혔었다.

프랑코의 전기 작가인 폴 프레스톤에 따르면 보수적인 장군 프랑코와 떠들썩한 바람둥이 프리모 데 리베라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프리모 데 리베라가 좌파 세력의 포로가 되었을 때 프랑코는 구조대를 조직하거나 포로 교환 시도를 갖은 수단을 다해 방해했다고, 프레스턴은 프랑코의 전기를 통해 주장한다.

프리모 데 리베라의 죽음으로 프랑코는 라이벌을 제거하고 팔랑헤당을 장악하여 그의 독재 체제를 강화하는 더 광범위한 극우 운동에 그들을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프랑코 정권 시절 희생된, 거의 대부분이 익명으로 매장된 34,000명의 유해들을 친지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사자의 계곡’ 공동묘지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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