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10%포인트 더 낮춰 적용
집값 대비 90% 이하·공시 가격 대비 126% 수준 도입
![전세계약 CG.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305/137992_126638_5845.jpg)
이번달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조건이 한층 깐깐해진다. 전세가율 90% 이하인 주택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전세 보증금이 집값과 동일한 주택까지 보증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악용해 깡통 전세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전방위적으로 거세지자 보증보험 가입조건을 강화하면서 진입 장벽을 더 높인 것이 특징이다.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전세사기’ 방지 대책으로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조정했다. 주택가격 산정기준 역시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추면서 결과적으로 ‘공시가격의 126%(140%×90%)’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날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기준을 기존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을 100% 이하에서 90% 이하로 10%포인트 더 낮춘 것이다. 이번에 강화된 기준은 HUG 뿐만 아니라 SGI서울보증,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세보증보험은 집주인이 계약만료에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반환해주는 보증상품이다. 세입자로서는 최대 연 0.154%의 보험료로 전세금 떼일 위험을 차단하는 셈이다. 전세보증금 기준은 수도권 7억원 이하, 비수도권 5억원 이하가 대상이다.
아울러 이날부터 공시가격은 지난달 말 확정 기준으로 적용된다. 올해 공시가격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하향 조정 및 부동산 침체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전년 대비 18.63% 떨어졌다. 이 때문에 전세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보증금 범위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 CG.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305/137992_126640_835.jpeg)
공시가격·실거래가 없는 경우 감정평가액을 통해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전셋값이 감정가액의 90% 아래여야 한다. 그동안은 연립·다세대주택도 감정평가금액의 100%를 주택가격으로 인정했으나, 그 기준을 90%로 낮춘 것이다. 쉽게 말해 연립·다세대주택 등 이른바 빌라는 감정가액의 81%보다 낮아야만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감정평가 유효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으며, 감정평가 적용방식도 대폭 전환됐다. 그동안은 신규·갱신보증을 신청하면 주택 감정평가금액을 최우선적으로 적용했으나, 이제는 KB시세나 부동산테크, 공시가격 등이 없어야만 후순위로 감정평가금액이 적용될 수 있도록 바꾼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미 올해 초부터 현실화될 조짐을 보였다. 지난 1월부터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주택가격 산정의 공시가격 적용비율이 150%에서 140%로 10% 포인트 하향됐으며, 이번 달부터 전세가율 조건도 강화되면서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 * 전세가율 90%)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이번에 바뀐 기준은 이번 달부터 신청하는 모든 신규 보증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며, 갱신보증은 내년 1월 1일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다만 기존 전세보증 갱신 대상자에 한해서는 올해까지 적용이 유예된다. 또 임차인이 드는 전세보증과 달리 등록임대사업자가 가입하는 임대보증금보증(임대보증)은 종전 기준인 전세가율 100%가 적용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7월 중 임대보증의 가입 요건도 전세가율 90%로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이날부터 전세보증보험 가입여부를 따지는 주택가격 산정시 아파트·오피스텔·노인복지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에서 공시가격이 최우선으로 적용된다. 그동안 단독·다중·다가구 주택은 최근 1년 이내 매매가격이 우선 적용된 것이다.
한편 정부는 보증보험 가입기준을 상향하면서 ‘깡통전세’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증보험 가입이 어렵게 되면, 보증금 미회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세입자의 수요가 줄어든다고 봐서다.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집을 말한다. 주로 집값 하락기 혹은 전셋값 상승기에 발생한다.
예를 들면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전용면적 23.2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2억2400만원에서 올해 2억1500만원으로 900만원 낮아졌다고 치자. 지난해였다면 이 주택은 공시가격의 150%에 해당하는 3억3600만원까지 보증금을 책정해도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변경된 방식을 적용하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최대 보증금은 공시가격의 126%인 2억7090만원에 그친다. 불과 1년 만에 동일한 집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상한선이 6500만원 이상 낮아졌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셋값이 낮아져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컨대 올해 1월 전세보증금 2억43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세대주택 전용 42㎡는 당시 보증보험 가입기준으로 주택가격은 지난해 공시가격(1억9300만원)의 140%. 전세가율은 100% 이하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최대 2억7020만원까지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올해 공시가격(1의8000만원)의 140% 및 전세가율 90% 이하로 기준이 적용돼 보험 가입이 가능한 최대 보증금은 2억2680만원으로 기존 대비 16.1%(4340만원) 줄었다.
![전세사기 CG.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305/137992_126642_3738.jpg)
보증보험 요건이 까다로워진 데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 하락하면서 가입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HUG 관계자는 "기존 주택가격 산정기준이 전세사기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HUG의 전세사고 대위변제액은 지난 3월에만 2251억원에 달한다. 2013년 전세보험 상품 출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증금을 낮추는 등 전세보증보험에 대한 가입 조건을 강화한 것은 역전세(주택가격보다 높은 전세가)로 인한 전세사고를 막을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에 따라 보증금은 두달 치 월세 정도만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우리도 점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세 제도는 낮은 은행 예금금리로 집주인의 투기적인 자금 운용을 위한 개인 대 개인 간 대출 성격이 크기 때문에 전세사기나 역전세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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