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줌인] 인류의 언어 진화 연구에 획기적 발견...가짜 뱀 실험으로 챔팬지들의 언어 밝혀내다
[사이언스 줌인] 인류의 언어 진화 연구에 획기적 발견...가짜 뱀 실험으로 챔팬지들의 언어 밝혀내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17 05:43
  • 수정 2023.05.17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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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할로윈 호박을 즐기고 있는 침팬지 [사진 = 연합뉴스]
동물원에서 할로윈 호박을 즐기고 있는 침팬지 [사진 = 연합뉴스]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인간은 단어나 표현 및 소리를 사용하여 위험을 알려줄 수 있다. 

“오, 안돼!”나 “도와줘!” 또는 “조심해!” 같은 단순한 외침이나 제스처는 불안한 표정과 함께 다른 인간에게 위험에 대해 경고하기에 충분하다.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들도 이러한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한지를 연구하던 취리히 대학의 한 연구진이 우간다의 야생 침팬지들이, 구문(構文)을 가진, 완성된 형태의 원시 언어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우간다 침팬지의 의사소통'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낚싯줄에 묶인 가짜 뱀을 사용하여 침팬지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녹음했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침팬지들에게 녹음된 소리를 다른 순서로 들려주어 어떤 소리가 더 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침팬지들이 의미에 따라 다른 특정 소리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순을 이해하고 어떤 소리가 먼저 나오는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침팬지가 야생에서 뱀이나 다른 위험을 보았을 때 두 가지 뚜렷한 소리를 내는 것을 알아냈다. 즉, “waa”(다른 침팬지에게 도움을 청하는 소리)와 “huu”(잠재적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소리)가 분명하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가짜 뱀 실험의 첫 번째 단계에서 연구진은 침팬지 근처에 가짜 뱀을 배치하고, 그들의 반응을 녹음했다.

그런 다음 녹음한 것을 재생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우간다 정글에서 침팬지들에게 가짜 뱀을 떨어뜨리면서 녹음기에 녹음된 “waa”와 “huu”를 때로는 단독으로, 때로는 다채롭게 섞어서 들려주었다. 연구진은 어떤 때는 “waa”를 먼저 틀고, 다른 때는 “huu”를 먼저 들려주기도 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waa(도와줘)” 다음에 “huu(조심해)”가 뒤따를 때 침팬지가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통해 소리의 순서가 침팬지들의 반응과 연관이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것이 침팬지의 원시 언어에 구문이 존재함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huu(경고)’ + ‘waa(도움 요청)’가 구문과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합성된 소리가 갖는 의미가 부분적 의미와 연관이 있을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주장했다.

44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사진 = 연합뉴스]
44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발견은 침팬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진화 역사에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의사 소통에서 구문을 사용하는 침팬지에 있어 “구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지 구성 요소(cognitive building-blocks)가 침팬지와 공유한 우리의 마지막 공통 조상에 존재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침팬지는 약 600만 년 전에 마지막 공통 조상에서 갈라졌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데이터는 의미 있는 발성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적어도 600만 년은 되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번 연구 발표의 대표 저자이자 취리히 대학 교수인 사이먼 타운센드는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유인원의 언어 사용에 관한 흥미진진한 연구 업적들에 한 획을 그었다.

‘살롱닷텀(salon)’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코트디부아르의 침팬지가 390개 이상의 고유한 발성을 이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어 실시된 추가 실험에서는 침팬지가 이러한 발성을 사용하여 새롭고 독특한 단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순수한 구조적 관점에서 단일 단위를 구조화된 순서로 조합하는 능력은 광범위한 의미 생성에 적합한 다목적 시스템을 부여합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이러한 구조를 갖춘 배열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의미를 나타내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한 저자는 이렇게 기록을 남겼다.

추가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의 언어를 더 잘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의 언어 진화 과정의 퍼즐도 맞춰볼 수 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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