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갈등, 1만명 'PA 간호사' 존폐 논쟁으로 비화 조짐...준법투쟁에 수면 위로
간호법 갈등, 1만명 'PA 간호사' 존폐 논쟁으로 비화 조짐...준법투쟁에 수면 위로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05.23 06:56
  • 수정 2023.05.23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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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지원간호사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진료지원간호사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 직역 간 갈등이 PA(Physical Assistant·진료보조) 간호사 논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간호사들이 '업무 외 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준법투쟁'에 나선 것을 계기로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 속에서 PA 간호사들의 역할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23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PA 간호사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PA 간호사는 수술장 보조 및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시 보조 등이 주된 역할로, 법의 경계에서 의사의 의료행위를 일부 대신해왔다.

의료법 제2조는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진료의 보조'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의사 수가 부족한 병원에서 사실상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일부 대신해 온 것이다.

수술실 보조나 수술 후 처치(드레싱 등) 등 전공의가 해야 하는 대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담당 교수와 함께 회진을 돌기도 한다.

이처럼 의료법 저촉 여지가 적지 않지만 PA 간호사는 필수의료 분야 기피 등으로 인한 의사 수 부족에 2010년 생겨난 이후 빠른 속도로 수가 늘고 있다.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2016년 12월 시행되면서 더 두드러진 인력 공백을 각 병원이 전공의가 아닌 PA 간호사들로 메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호협회는 '불법의료행위 리스트'까지 만들어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신고도 받고 있다.

리스트에는 대리처방, 대리기록, 대리수술, 수술 수가 입력, 수술부위 봉합, 수술보조(1st, 2nd assist), 채혈, 조직 채취, 천자, 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봉합, 관절강내주사,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항암제 조제 등이 포함됐다.

간호사들의 이런 '준법투쟁'에 대해서는 전공의(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이참에 서로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전공의들은 전공의법이 시행된 이후 주당 130시간 이상 일하던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크게 줄긴 했지만, 병원들이 전담의나 촉탁의 등 대체 의사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그 자리를 PA 간호사로 채우면서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혼재가 더욱 심화했다고 보고 있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환자에게 얼마만큼 위해를 끼쳤는지와 함께 간호사의 숙련도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서 판단하지, 의료행위의 종류에 따라 불법과 합법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의료행위의 결과에 따라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경우 PA 간호사를 둘러싼 혼란 상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현재 의료현장을 "게임의 규칙이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PA 간호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단체는 반대하지만 PA 간호사 제도를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등 해외처럼 PA 간호사가 별도의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을 거쳐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의사 업무의 15%를 PA 간호사가 대체할 수 있다"며 "PA 간호사를 6만 명정도까지 늘려서 의사를 보조하도록 하면, 의료서비스의 효율과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다음달 중 전문가, 현장 종사자,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PA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prtjam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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