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2024] 민망한 출정식 이후 지지율 획득에 부심하는 디샌티스
[미 대선 2024] 민망한 출정식 이후 지지율 획득에 부심하는 디샌티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27 06:57
  • 수정 2023.05.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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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 = 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 = 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24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공식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 레이스에 합류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즉각 공세에 나섰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의 음성 채팅 서비스인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대담하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행사 초반 25분 가까이 제대로 중계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CNN방송은 26일(현지 시각) 매끄럽지 못한 출정식 등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대선 가도의 험난한 앞날에 대해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론 디샌티스의 대선 가도를 알리는 신호탄은 일론 머스크의 초기 로켓 시제품처럼 매끄러운 출발이 되지 못했다. 

플로리다 주지사인 디샌티스는 대선 출마 선언을 위해 몇 달 동안 준비해 왔지만, 그의 출정식은 반대자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그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대한 정치적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 디샌티스는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트위터 스페이스(Twitter Spaces)’에서 바로 그 소유주인 머스크와 함께 오디오 스트림을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공식 출마를 공식화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일반 유권자와 함께하지 않고 형체 없는 목소리를 통해 출마를 선언했다는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출마 인터뷰가 지연되고, 플랫폼의 기술적 결함으로 출마 선언 자체가 지연되었다. ‘대선 후보가 가장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는 때는 출마 선언을 할 때’라는 말은 스스로 출정식을 망쳐버린 디샌티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행사가 시작되고 나서 여러 보수적 오피니언 리더들이 디샌티스를 지원한다면 전화를 걸어왔지만, 실상은 행사 주최자에게 관심을 더 보이기는 것처럼 보여서 마치 머스크를 위한 팬 페스티벌을 연상하게 했다.

알리사 파라 그리핀 전 트럼프 행정부 공보담당 국장은 CNN의 앤더슨 쿠퍼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유 세계의 미래 지도자가 아닌 라디오 토크쇼의 진행자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레이스를 놓고 CNN이 가장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53%로 26%를 획득한 디샌티스를 두 배 이상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디샌티스가 트럼프를 제치고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려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샌티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삐걱거린 출정식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재직 때보다 대통령직을 훨씬 더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는 그의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은 중요한 순간을 망쳐버린 디샌티스를 놓고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론 디샌티스의 잘못된 출마 선언식은 왜 그가 그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입니다. 미국에게 너무나 중요한 대통령 후보를 위한 경선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저런 초짜 정치인이 도박을 벌이는 자리가 아닙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단체 ‘Make America Great Again PAC’의 캘로린 리빗 대변인은 이렇게 조롱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운동 조직조차 바이든 대선 자금 모금에 대한 링크를 트윗하면서 디샌티스 조롱 대열에 합류했다. 바이든 재선팀이 올린 트윗은 디샌티스의 오디오 스트림과 달리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그러자 디샌티스는 동영상을 올리고, 출마 선언식에서 수많은 지지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자신이 “인터넷을 들었다 놨다 했다(broke internet)”고 자화자찬하며 실수를 만회하려 부심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당내 후보 유세 과정에서 디샌티스 출마식의 해프닝을 무자비하게 능욕하고 조롱할 것이 분명한데 이처럼 초기부터 그에서 큰 선물을 건네주는 결정적 실수를 범한 것이다.

특히 디샌티스의 첫 공식 등판을 위해 몇 달씩 준비했던 보좌관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디샌티스는 이제 수요일의 혼란으로 계속해서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대선 캠페인에 대한 서사를 바꾸라는 즉각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출마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디샌티스가 추진한 사전 바람잡이는 트럼프의 재부상과 디샌티스 자신의 해외순방에서의 불협화음, 다른 라이벌들이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지 못하면서 최근 몇 주 동안 위축되는 것처럼 보였다.

디샌티스의 부진한 출발은 이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처럼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는 후보들에게 디샌티스의 하향 추세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트럼프와 디샌티스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와 디샌티스 [사진 = 연합뉴스]

실패한 트위터 오디오 스트림보다 더 큰 문제

만일 플로리다 주지사가 수요일 저녁의 민망한 출정식을 불식시키고 공화당 대선 후보를 따낸다면 분명 ‘트위터 스페이스’ 오디오 스트림의 오작동 탓은 아닐 것이다. 그건 바로 트럼프 자신의 패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두 번의 탄핵, 돈으로 포르노 배우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 성범죄와 명예훼손에 따른 500만 달러 배상 판결, 그리고 2020년 대선 이후 일련의 그의 행동들 및 기밀문서 처리와 관련된 조사 등으로 훨씬 무거운 짐을 지고 재선 가도에 나섰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이 모든 경우에 잘못을 시인한 적이 없고,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조차 상식과 도리를 넘어선 그의 거칠고 터무니없는 행동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디샌티스에게는 수요일에 민망한 모습으로 출마를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그는 전직 대통령 트럼프가 2015년 황금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출마 선언을 한 이후로 공화당의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경쟁자들과 그가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라고 부르는 세력들이 그의 우스꽝스러웠던 출정식을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별도로 향후 몇 달 동안의 실제 테스트는 그가 강력한 반 트럼프 전선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출마 선언식에서 ‘트위터 스페이스’ 스트림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디샌티스는 자신의 철저한 이력과 지난 여정이 자신이 다음 대선의 공화당 후보가 되어야 함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주부터 마주하게 될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청중들을 겨냥해 “엘리트” 계층과 “레거시 미디어”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보수의 철저함을 대변하는 문화 이데올로그임을 내세웠다. 그는 2024년 대선에 승리할 경우 워싱턴을 레킹볼(철거할 건물을 부수기 위해 크레인에 매달고 휘두르는 쇳덩이)처럼 철저하게 개혁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디샌티스는 또 바이든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의료 권위주의(medical authoritarianism)”를 강요했다고 비난하고, 워싱턴의 공중보건 시스템 전부를 뜯어고치겠다고 약속했으며, 민주당이 좌파적 “각성 이데올로기(woke ideology)”에 집착하고, 기본적인 미국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연방정부를 앞세워 보수 세력을 박해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디샌티스는 플로리다 주지사로 활동하는 동안 학교, 기업, 의료 분야에서 자유주의자들과 싸운 자신의 이력이 곧 미국을 이끌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다면 제대로 할 수 있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을 뒤흔들었던 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2020년 대선 패배와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희망의 불씨를 꺼뜨린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질책했다.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공화당을 감싸고 있는 패배주의를 종식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봐야 합니다.”

'Team Trump' 트위터 계정 화면 캡처
'Team Trump' 트위터 계정 화면 캡처

국가적 비전 실종

디샌티스는 분명히 공화당 핵심 지지자들에게는 호소력이 있지만, 그의 극명한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미국인들을 끌어들일 요소가 많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덜 당파적인, 보다 폭넓은 유권자들을 유인할 마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는 당선되면 일부가 아닌 전체 미국인을 대표하거나 그가 국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서구 세계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내세우지도 못하고 있다.

대신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내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보수 세력에게는 엄청난 방해물이 되고 있다는 데에 화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트럼프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기로 한 그의 전략은 트럼프의 파워뿐만 아니라 그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트럼프와 싸울 방법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그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바로 트럼프를 대놓고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기치는 좋아하는 보수층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디샌티스의 또 다른 당면 과제는 공화당이 왜 트럼프와 멀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득은 가능할지 몰라도 공화당 활동가들과 전직 대통령과의 관계는 논리적이기보다 감성적이라는 데에 있다.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지명하는 것은 2020년 대선 실패와 작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외면한 경합주 온건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주의(Trumpism)는 이데올로기만큼이나 감성에 가깝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들의 영웅과 거의 영적인 친밀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의 행동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많은 풀뿌리 공화당원들조차도 트럼프가 적으로 묘사한 사람들의 공격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려 한다.

부실하고 민망한 대선 출마 선언 행사보다 더 어려운 이 진실은 디샌티스가 트럼프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다면 그를 파멸로 몰아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디샌티스는 캠페인 출발에서 재앙이 초래된 뒤 당장 유권자들을 폭넓게 끌어들이고 수요일의 민망함이 조기 투표 주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경쟁 참여 시도는 초기에는 빈번하게 실패를 거듭했다. 지지자들은 디샌티스도 머스크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이겨내면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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