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중국이 말하는 평화는 러시아의 입맛에 맞는 평화인가?
[우크라 줌인] 중국이 말하는 평화는 러시아의 입맛에 맞는 평화인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31 05:55
  • 수정 2023.05.31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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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이 정리한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의 관계국 순방 결과 분석
지난 26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리 훼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
지난 26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리 훼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가 지난주 금요일 모스크바 방문을 끝으로 거의 2주간에 걸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특사 순방은 중국이 과연 걷잡을 수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 양태를 평화적으로 중재하려는 진정한 의사를 지니고 있는지를 가름하는 시금석 역할을 했다.

CNN방송은 30일(현지 시각)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 순방 일정 종료에 맞춰 그 성과를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의사소통 채널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일시적으로 유럽의 환영을 받았다.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 리 훼이는 지난 5월 16일부터 우크라이나, 폴란드, 프랑스, ​​독일 당국자들과 회담하고 브뤼셀을 방문해서 EU(유럽연합) 관리들과도 만났다.

그러나 리 특사의 유럽 순방은 평화에 도달하는 방법을 놓고 중국과 유럽 사이의 시각차를 분명히 드러냄과 함께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얼마나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리 특사는 지난 27일, 그가 주러시아 중국 대사로 무려 10년이나 재직했던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균형 잡힌 시각”과 분쟁 종식에 “긍정적 역할”을 하려는 의지를 추켜세웠다.

그러나 유럽 각국의 관료들은 다른 시각, 즉 러시아가 침략군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 영토가 회복되는 것이 평화라는 시각을 강조하고, 중국이 이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고 있다는 시각을 분명히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측의 발표에 따르면, 리 특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회담을 위해 유럽이 의견 일치를 이루고, 유럽만의 “안보 기구”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니까 유럽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이 포함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안보를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중국의 시각을 은근히 드러냈다는 말이다.

“기본적인 문제는 중국이 러시아나 푸틴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침략으로 차지한 영토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합의는 러시아의 패배로 비칠 것입니다.”

런던대학 아시아·아프리카 연구소(SOAS)의 중국 책임자인 스티브 창 연구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방의 바람은 중국의 선택지 위에 있지 않다고 창 연구원은 말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도 영토 회복이라는 원칙은 절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에 EU로서는 러시아가 침략으로 얻은 영토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전쟁 중재 방안 모색 사명을 띠고 유럽을 순방한 리 훼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 [바이두 캡처]
우크라전쟁 중재 방안 모색 사명을 띠고 유럽을 순방한 리 훼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 [바이두 캡처]

말뿐인 평화

여전히 서방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러시아를 핵심 파트너이자 균형추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거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중국은 크렘린의 부당한 침공으로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데도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 때문에 유럽이 전율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면서 리 특사의 방문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올해 초 발표하고 리 특사가 순방 중 피력한 갈등의 ‘정치적 해법’이라는 비전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12개 항목의 입장 문서에 드러나 있는데, 이 문서는 “모든 국가의 합법적인 안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또, 이 문서는 모든 국가의 “주권, 독립 및 영토 보전”이 지켜져야 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입장문은 적대행위를 종식시키기 위한 선제조건인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대신 휴전을 옹호하고 있다.

분쟁을 끝내는 방법에 대한 중국의 모호한 입장과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비판은 리 특사와의 회담 결과를 정리한 유럽 관리들의 요약에 잘 암시되어 있다. 그들은 중국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보이치에흐 게르벨 폴란드 외무부 차관은 리 특사에게 “이 전쟁의 침략자인 러시아와 피해자인 우크라이나를 같은 지위로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엔리케 모라 EU 정무(政務) 사무차장은 중국 특사와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 침략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의미 있는 방법은 유엔헌장과 일치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리고 프레데리크 몬돌로니 프랑스 외무부 정치안보국장은, 러시아가 전쟁 발발과 지속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리 특사에게 프랑스는 중국이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 정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특히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켜주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달 초 리 특사를 만났을 때 러시아군의 철수와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의 반환을 명백히 요구하는 키이우의 “평화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주 금요일 리 특사의 순방에 대한 질문을 받고 “평화 회담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국제사회에서 폭넓은 이해와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지난 17일 키이우를 방문한 리 훼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와 회담하고 있다. 쿨레바 장관은 영토 상실을 포함한 어떤 종전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전했다.  [사진 = 연합뉴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지난 17일 키이우를 방문한 리 훼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와 회담하고 있다. 쿨레바 장관은 영토 상실을 포함한 어떤 종전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전했다. [사진 = 연합뉴스]

메시지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을 유지한다고 주장은 한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전쟁에 대한 미국과의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평화 회담을 밀어붙이려는 중국의 숨은 의도에 의구심을 들게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베풀어서 결과적으로 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주말 동안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서방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리 특사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의 통제하에 두는 즉각 휴전안을 받아들이도록 유럽 관리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리 특사와 만났던 서방 동료들에게 즉각 연락을 취했고, 그들 모두는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어떤 협상이나 대화는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모든 핵심 파트너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등 뒤에서 우리를 배신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월요일 언론 브리핑에서 월스트리트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대신 중국의 발표문을 가리켰다.

한편, 중국이 우크라이나 평화 형성 조건에 대한 입장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관측통들은 식량 안보, 인도주의적 구호, 핵전쟁 위협 증가에 대해 일정 부분 중국의 역할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이 크렘린과의 관계를 이용하여 푸틴을 평화 협상 자리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 또한 남아 있다. 이는 지난달 가장 최근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조한 해법이다.

“이번 리 특사의 순방은 유럽에 어느 정도 가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리 특사를 활용해 베이징의 지도부에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는 모스크바에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 특사는 시진핑과 직통 라인을 갖고 있어서 독일, 프랑스, ​​폴란드 주재 중국 대사관 인력들보다 시진핑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일대학 로스쿨 ‘폴 차이 중국 센터(Paul Tsai China Center)’의 모리츠 루돌프 연구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중요한 점은 키이우, 바르샤바, 베를린, 파리, 브뤼셀 등 유럽이 강조한 메시지의 어떤 내용을 리 특사가 모스크바와 베이징에 전달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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