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종잇장처럼 구겨진 열차 사이에 끼인 시신들...CNN이 전하는 인도 열차 사고와 후속 조치
[월드 프리즘] 종잇장처럼 구겨진 열차 사이에 끼인 시신들...CNN이 전하는 인도 열차 사고와 후속 조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6.06 06:54
  • 수정 2023.06.06 0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차 충돌 사고가 일어난 인도 오디샤주(州) 발라소레 지역에서 지난 3일(현지 시각)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열차 충돌 사고가 일어난 인도 오디샤주(州) 발라소레 지역에서 지난 3일(현지 시각)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N방송은 5일(현지 시각) 이번 인도 열차 충돌 사고 현장 모습과 구조 작업, 그리고 여파에 대해 보도했다.

인도 역사상 최악의 열차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이번 충돌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뒤인 지난 일요일 구조 대원들이 생존자 수색을 끝내고 전복된 열차들이 선로에서 치워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전자 신호 장치의 오작동이 이번 재앙의 원인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동부 오디샤 주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최소 275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최종 집계된 가운데 당국은 사고 발생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철도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현장에서는 수십 명의 복구반이 선로 복구를 위해 섭씨 35도 이상의 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그리고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철도 노선이 여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유족들은 다른 수단을 동원에 현장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널따란 농지 한가운데 펼쳐진 사고 현장에는 사고가 난 여객열차에 타고 있던 수많은 승객들의 소지품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여행 가방, 손가방, 신발 및 개인용 물품 등이 선로를 따라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찌그러진 객차들이 도랑에 굴러 떨어져 있거나 옆으로 누워있었다.

디팍 베헤라(37)는 지난주 금요일 저녁 사고가 났을 때 인근 바하나가 마을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진이 난 줄 알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베헤라 일행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전복된 객차에 가득 찬 수백 명의 승객들이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들은 휴대 전화의 손전등을 켜고 생존자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들이 수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객차가 뒤집히고 심하게 일그러져 승객들은 거의 빠져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베헤라는 목숨이 붙어있는 28명을 포함해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망자들을 끄집어냈다고 덧붙이며 사고 현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시신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고 직후 혼란으로 사망자 숫자가 288명으로 오집계되었다가 275명으로 정정되었다.

생존자인 안슈만 퓨로힛은 사고 객차들이 2층 또는 3층 높이로 쌓이고, 잔해에 짓눌린 사망자들의 피가 사방으로 튄 사고 순간을 다음과 같이 떠올렸다. 

“우리가 문을 열었을 때 단말마의 울부짖음이 넘쳐났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물을 달라거나 도움을 외치는 소리들이었습니다.”

맥 마지막 객차인 일등석에 앉아있다가 사고를 당한 퓨로힛은 이렇게 말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의 시신들이 많았습니다. 몸체가 없이 머리만 나뒹구는 모습도 보았고, 두개골이 부서진 시신도 보았고, 몸이 객차 잔해에 끼어 산산이 으깨진 모습도 보았습니다.”

최근에 세계 최대 인구국으로 등극한 인도 전역에서 이번 최악의 철도 사고를 두고 분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매일 1,300만 명 이상의 승객을 수송하는 철도 시스템의 안전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시 빗발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철도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수년 동안 이어진 이 부문의 태만은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아쉬니 바이쉬노 인도 철도부 장관은 이번 사고가 '전자 연동 장치의 변화' 때문에 발생했으며,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가 규명되었습니다.”

바이쉬노 장관은 인도 통신사 ANI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도 정부의 사고 보고서가 발표될 때까지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고위 철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콜카타에서 첸나이까지 운행하는 고속열차인 ‘코로만델 익스프레스(Coromandel Express)’가 순환선으로 철로를 바꾼 뒤 바하나가 바자르 기차역에서 공회전 중이던 대형 화물열차와 충돌했다.

그런 뒤 사고 열차는 반대쪽 선로로 탈선했고, 방갈로르를 출발해 바하나가 바자르 역으로 다가오던 또 다른 고속열차 ‘하우라 익스프레스(Howrah Express)’와 부딪혔다.

이와 관련, 인도 철도부 관계자인 자야 바르마 신하는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철광석을 싣고 운행 중이던 화물열차와 충돌해 엄청난 사상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고 열차가 시속 128km의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어 충격이 컸던 데다가 철광석을 실은 무거운 화물열차와 충돌했기 때문에 달리는 열차에 모든 충격이 더 크게 전해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녀는 또 맞은편 철로에서 시속 126km로 달려오던 다른 여객열차가 마지막 몇 분의 1초 사이에 탈선한 객차가 놓인 철로로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일요일이 되자 당국이 열차에 깔리거나 끼인 사람들을 찾는 작업에서 사고 잔해를 치우는 것으로 수습의 방향을 전환함에 따라 더 이상의 생존자가 나올 희망도 함께 사라졌다. 탈선한 객차 21대는 모두 치워졌고, 열차 운행을 개시할 수 있도록 사고 지역이 수습되고 있다.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선로 복구를 위해 곡괭이와 삽, 또는 맨손으로 무더위와 습기 속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인도 철도부는 굴착기 7대, 사고 수습 열차 2대, 철도·도로 복구용 크레인 4대가 현장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 부근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사고 현장 부근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야당 정치인들의 사임 요구에 직면한 바이쉬노 철도부 장관은 “수요일 아침까지 완벽하게 복구하는 것이 목표”라며 “사고 복구를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디샤주에 도착한 만수크 만다비야 인도 보건부 장관에 따르면 부상자 수는 1,000명 이상인데, 이 중 100명 이상이 중환자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에서 의료진과 약품, 장비들이 공수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나빈 파트나익 오디샤주지사는 사망한 사람들의 유족에게는 50만 루피(6,067달러), 중상자들에게는 10만 루피(1,213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상자들은 여러 병원에 수용돼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디샤주 당국은 생존자와 시신을 수송하기 위한 특별 열차가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까지 운행할 이 특별열차는 주요 역마다 정차할 계획이다.

현장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현지 당국과 구조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또한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정당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정부는 슬픔에 빠진 유족들과 함께합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은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인도 정부가 철도 현대화 작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중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구식 철도망의 안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인도의 광범위한 철도망은 160여 년 전 영국 식민지 시대에 건설되었다. 최근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으로 등극한 인도에는 67,000마일(약 10,782.6048km)의 선로가 깔려있으며, 이를 통해 매일 약 11,000대의 열차가 운행 중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노쇠한 인프라는 종종 인도의 교통 체증과 수많은 열차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통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열차 사고와 탈선이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은 하고 있지만, 비극적인 사고는 여전히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2021년에는 전국에서 약 1만8,000건의 철도 사고로 1만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국가 범죄 기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철도 사고(67.7%)는 열차에서 추락 및 열차와 사람과의 충돌로 인한 것이다. 이에 비해 열차끼리의 충돌은 덜 일반적이다.

2005년에는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에서 홍수로 유실된 선로를 건너려던 여객열차가 탈선해 최소 102명이 사망했고, 2011년에는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 기차가 탈선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바가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6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 탈선 사고로 140명 이상이 사망한 또 다른 악명 높은 사고를 넘어섰다. 같은 해 모디 총리는 철도 안전과 연결성 향상을 목표로 인도의 철도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모디 총리는 수도 뉴델리와 금융 허브 도시 뭄바이를 연결하는 1,386Km의 고속철도 첫 번째 구간의 개통식을 거행했다.

여기에 인도 철도 네트워크 혼잡 해소를 목표로 하는 ‘서부 화물 전용 노선(Western Dedicated Freight Corridor)’도 건설 중이다. 나아가 올해 말에는 잠무와 카슈미르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체나브 철교(Chenab Bridge)’도 개통될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교통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해서 2025년까지 5조 달러의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려는 핵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모디 정부는 4월부터 시작하는 재정 연도에 공항, 일반도로, 고속도로 및 기타 인프라 프로젝트에 1220억 달러 또는 GDP의 1.7%를 투하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예산 지출의 상당 부분은 악명 높게 느린 철도에 더 많은 고속열차를 도입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잠무와 카슈미르를 연결하는 세계 최고(最高)의 철교 건설을 포함해 몇 가지 주요 프로젝트들이 막 끝났거나 거의 완료 단계에 있다.

모디 총리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는 새로운 고속열차인 ‘반데 바랏 익스프레스(Vande Bharat Express)’ 개통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