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지정학적 중요성을 앞세워 민주주의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폴란드
[월드 투데이] 지정학적 중요성을 앞세워 민주주의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폴란드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6.19 05:33
  • 수정 2023.06.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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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야권 주도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참가자들이 폴란드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을 흔들고 있다. 당국은 이날 시위에 50만명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야권 주도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참가자들이 폴란드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을 흔들고 있다. 당국은 이날 시위에 50만명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은 1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째로 이루어진 방문이었다. 이로써 미국이 현 폴란드 정권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아가 이는 현 폴란드 정권이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여전히 주요 동맹국이라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ATO 회원국 중 비교적 덩치가 큰 폴란드는 동맹의 동쪽 날개를 맡아 언제나 미국과 서방 동맹의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부터는 그 중요성이 최고조로 부각되고 있다.

CNN방송은 18일(현지 시각)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서방이 폴란드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정권의 비민주적 행태 사이에서 미묘한 입장에 처해있다고 보도했다.

한 마디로 폴란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이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주요 허브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난민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영국 서식스대학 정치학과 학장인 알렉스 슈체르비아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은 폴란드 집권 ‘법과 정의당’ 정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던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폴란드가 지역 안보의 핵심 고리라는 사실 때문에 일종의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폴란드와 매우 긴밀한 협력 관계로 돌아섰다는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새롭게 부각되는 폴란드의 중요성은 유럽 동맹국들을 미묘한 입장에 놓이게 하고 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폴란드의 전폭적인 헌신과 지원이 필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폴란드 정부가 사법권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 민주적 원칙 및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계속 침해하는 상황에도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1년 전에 있었던 문제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지정학적 상황이 바뀌었고 폴란드가 동맹의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법 제도와 관련된 내정 문제는 상존합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슬라브·동유럽연구소’의 아그네츠카 쿠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인다는 구실을 앞세워 폴란드가 민주적 퇴행의 길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폴란드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만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폴란드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만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치열한 선거전

폴란드는 이번 가을에 의회 선거를 치르는데, 현재 매우 팽팽한 양상을 띠고 선거운동이 진행 중이다.

집권 ‘법과 정의당’은 지금까지 야당인 ‘시민 강령 그룹(Civic Platform grouping)’에 대해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부터 정권을 잡고 있는 ‘법과 정의당’은 2019년 재선에서 승리했다. 만일 이번에도 집권당이 승리해 3연임을 한다면 폴란드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 최초의 사례가 된다.

폴란드 현 집권당의 비민주적 처사에 대해 해외에서 계속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EU(유럽연합) 최고 법원은 폴란드의 사법 제도 변화는 EU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하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에 직면할 것이라 밝혔다.

이후 유럽연합 위원회는, 폴란드가 자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새로운 법률에 대해 폴란드를 제소했다.

유럽연합 위원회는 이 법이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반대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 국무부도 이 법이 “적법한 절차 없이 야당 정치인들의 입후보를 막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폴란드가 새로 만들겠다는 ‘특별위원회’는 이전 정부가 러시아 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핵심 임무이다.

이와 관련해서 집권 ‘법과 정의당’은 과거 정부가 러시아 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폴란드의 이익을 해쳤다고 주장하면서 이 법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는 현 정권이 최대 정적인 도널드 투스크를 축출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시민 강령당(Civic Platform party)’의 대표이기도 한 투스크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폴란드 총리를 역임한 바가 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독일 등 다른 나라들과 함께 러시아 가즈프롬과 협정을 맺고 러시아 가스를 수입했었다.

‘특별위원회’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수사 권한을 갖게 된 조사위원회는 주로 친정부 의원들로 구성되어, 국정을 농단한 사실이 드러난 인사들에게 최대 10년 동안 공직 출마를 금지할 수 있는 등 광범위한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맹렬한 비판에 직면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 법이 헌법재판소에서 검토, 개정될 것이지만, 그러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폴란드에서는 친러시아 인사로 낙인이 찍히는 것은 정치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쿠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6개월 안에 ‘특별위원회’의 성과가 언론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릴 것으로 예상되고, 당연히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요.”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특별위원회’ 법은 폴란드가 2차대전 후 첫 번째로 치른 민주적 선거의 34주년 기념일인 지난 일요일 바르샤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유 중 하나였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특별위원회’ 법과 사법 개정, 정부의 동성애 혐오 및 낙태 금지 정책, 그리고 EU와 끊임없이 충돌하는 행태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번 대규모 시위는 야권 지도자인 도널드 투스크가 직접 주도했으며, ‘법과 정의당’을 굴복시킬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야권의 시험대로 간주되고 있다.

슈체르비아크 교수는 이번 시위가 향후 사태의 신호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지지자들의 이동으로 판가름나지는 않을 겁니다. 핵심은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느냐에 달렸는데, 이는 중도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선거 전략과는 다릅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나는 그것이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위태롭다고 느끼면 투표장에 나오게 될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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