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세계에서 부동산이 가장 비싼 홍콩...납골당이 집값보다 더 비싸
[월드 프리즘] 세계에서 부동산이 가장 비싼 홍콩...납골당이 집값보다 더 비싸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8.06 06:23
  • 수정 2023.08.0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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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콰이청(Kwai Chung) 지역 산자락에 자리 잡은 12층짜리 납골당 건물 샨슘 타워 전경 [사진 = CNN 캡처]
홍콩 콰이청(Kwai Chung) 지역 산자락에 자리 잡은 12층짜리 납골당 건물 샨슘 타워 전경 [사진 = CNN 캡처]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고의 부동산 가격으로 악명이 높은 홍콩에서는 망자들의 유골을 모시는 납골당 안치비가 집값보다 비싸다." (CNN)

신발 상자만한 공간을 차지하는 비용이 5만3,000달러(이하 미화 기준)부터 시작하는 홍콩의 한 납골당은 그렇지 않아도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싸기로 이름난 홍콩에서 망자의 안식처로는 비싸도 너무 비싼 공간이다.

홍콩에 건설된 12층짜리 납골당 건물 ‘샨슘(Shan Sum) 타워’의 화려한 흰색 대리석 인테리어는 평범한 고객이 아닌 좀 더 좋은 걸 찾는 고객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즉, 비싼 안식처에 누으면 저세상에서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기는 고객을 위한 공간이라는 말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 고층 납골당은 독일 건축가가 설계한 물결 모양의 부채꼴 건물에 자리 잡고 있으며, 화장(火葬)을 마친 2만3,000기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유골 항아리 자체 가격 외에도 항아리 두 개가 들어갈 수 있는 납골실 하나의 가격은 7만6,000달러에 달하며, 최대 8명의 유골을 보관할 수 있는 가족 공간은 43만 달러까지 나간다.

결국, 약 1세제곱피트(30㎤) 크기의 일반 납골실 한 개의 가격은 크기에 대비해서 계산해 보았을 때 홍콩에서 가장 비싼 주거용 부동산보다 더 비싸다 할 수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홍콩 고급 주택 단지인 ‘더 피크(The Peak)’의 맨션이 평방피트(30㎠)당 3만2,000달러에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콰이청(Kwai Chung) 지역의 낡은 산업 지대 한 편에 자리한 산슘 타워는 홍콩에서 가장 비싼 납골 묘역은 아니다.

‘홍콩 소비자 위원회’에 따르면 홍콩에서 가장 비싼 납골당은 판링(Fanling) 북쪽 외곽에 있는 사찰에 있다. 이 안식처의 납골실 한 개당 가격은 66만 달러이며, 이 가격에는 납골실 유지·관리비와 추가 요금에 해당하는 최소 2만5,000달러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내세의 영원한 안식을 고려할 때 이 정도 투자는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샨슘 타워에 안치된 망자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평화를 누릴 수는 없다. 홍콩 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납골당 운영에는 10년이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샨슘 타워는 2033년까지만 운영된다.

에어컨과 함께 하는 안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로 ‘자비심’을 의미하는 샨슘 타워에는 납골 묘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샨슘 타워를 설계한 건축가 울리히 키르히호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건물 내에는 망자를 방문하러 온 조문객들을 위해 소형 정원이 구비된 휘어진 발코니와 옥상이 있는데, 건물 면적의 약 1/5이 열린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한 샨슘 타워는 미학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물결 모양의 고층 건물은 중국 전통 묘지를 모방했고, 풍수지리의 원리를 적용해 산자락에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 제습기, 에어컨, 심지어 방문 시간을 미리 예약하는 앱과 같은 현대식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샨슘 타워는 보석과 부동산 사업으로 큰돈을 번 뒤 지금은 자신의 이름으로 자선재단을 운영 중인 70대 사업가 마가렛 지의 아이디어이다.

마가렛 지는 CNN에 망자를 극진히 모시는 것은 중국의 전통문화로 사람들은 장례나 제사 의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 여정은 저승길을 편히 가기를 비는 행위뿐만 아니라 이승에 남겨진 이들과 작별을 고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마가렛 지는 2007년 사망한 남편을 마지막으로 보내며 매장지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죽은 자를 추모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 자들뿐만 아니라 죽은 자들의 자리 확보 경쟁도 치열한 홍콩의 공동묘지 현실 [사진 = CNN 캡처]
산 자들뿐만 아니라 죽은 자들의 자리 확보 경쟁도 치열한 홍콩의 공동묘지 현실 [사진 = CNN 캡처]

산 자뿐만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한 공간도 부족한 홍콩

홍콩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야기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납골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7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데다가 일부 지역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홍콩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위한 공간 확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은 면적이 1,110㎢로 뉴욕시 크기의 약 1.4배에 달할 정도로 작지 않은 도시이지만, 대부분이 산악 지형으로 이루어져 부동산 개발에 적합하지 않다.

이렇게 집 지을 땅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자들은 전통적으로 샨슘 빌딩처럼 가능한 한 많은 공간을 수용할 수 있는 고층 빌딩을 선호한다. 결과적으로 2021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평균 주택 크기는 430평방피트(131㎡)에 불과하며, 평균 주택 가격은 백만 달러 이상이면서도 가격 대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 중 하나에 속한다.

이러한 공간 부족은 사후 세계에서도 계속되며 홍콩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콩인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2069년에는 3명 중 1명 이상이 고령층에 속할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장례 방식

홍콩인의 90% 이상이 화장을 선택하지만, 유골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 이는 중국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산골(散骨)보다는 망자를 찾아 경의를 표하고 제사를 드릴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홍콩의 사망률은 연간 약 4만6,000명(샨슘 타워 수용 능력의 두 배)으로, 납골당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벅찬 상태이다.

현재 홍콩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에는 13만5,000개에 약간 못 미치는 납골실들이 있고, 20년 임대료로 약 300달러를 받고 있지만, 입점 경쟁이 너무 치열해 최근에는 몇 년 동안 대기하는 유족들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납골당 공급난에 대처하기 위해 샨슘 타워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사설 납골당 14곳을 허가해주는 한편 공공시설의 수를 늘리는 두 가지 방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관련해서 홍콩 식품환경위생부 대변인은 CNN에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약 7만7,000개의 유골 단지가 “기다릴 필요 없이” 납골실을 바로 할당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2025년까지 4곳의 납골 시설이 완공돼 16만7,000개의 납골실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공공 납골 시설 공급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현재 공공 납골실 공급 상태는 양호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변인은 이렇게 주장했다.

망자의 공간도 프리미엄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평균 월급이 2,400달러에 불과하면서도 수십억만장자가 많은(고액 자산가를 추적하는 업체 ‘Wealth X’에 따르면 100명 이상으로 추정됨), 상업이 번성하는 도시 홍콩의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급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옵션이 있다.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는 샨슘 타워의 최고급 납골 시설이 제격이라 할 수 있다.

마가렛 지의 아들이자 타워 운영 책임자인 판 통은 망자를 기리는 다양한 숭배 관습에 맞춰 층마다 다른 종교 컨셉으로 시설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불교 신자들을 위해서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공간과 납골실 문을 자비의 여신인 관음보살로 꾸며놓은 구역이 있다고 말했다.

또, 종교와 상관없는 세속 층에는 중국식 ‘지붕’과 내세의 번영을 상징하는 금화로 장식된 이중문이 있다.

“실제로 나는 이 납골당을 만들면서 내가 납골실에 들어가 있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죽은 뒤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를 상상해서 꾸몄다는 말입니다.”

판 통은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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