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트렌드] 실속 소비시대...브랜드를 없애라!
[NEO트렌드] 실속 소비시대...브랜드를 없애라!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17.09.01 15:46
  • 수정 2017.09.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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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 기자= 세계 기업들마다 브랜드력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역발상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국내 대형할인마트 매장에서 노브랜드(No Brand)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 스토어 ‘브랜드리스(Brandless)’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브랜드리스는 식품부터 가사용품, 화장품, 조리도구 같은 생필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통업체다. 그런데 이 회사가 구글 벤처스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로부터 5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주요 언론들은 브랜드리스의 영업이 시작된 지난 7월부터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브랜드리스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에 있다. 모든 제품을 균일가 3달러에 판다. 유기농 식품부터 셰프용 부엌칼까지 평균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상품인데도 모두 3달러다. 단가가 낮은 물건들은 묶어서 3달러에 맞춰 판다.

3달러는 최소 가치와 최고 품질의 중간 값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소비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마음 편히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다.

취급하는 상품군은 200개 가까이 되지만 각 품목은 단 하나의 엄선된 제품으로만 구성한다.

맛·안전·친환경성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소수 정예 협력업체를 선별했으니 고객은 혼란과 피로감 없이 필요한 물건을 카트에 담으면 된다. 패키지에는 큰 로고나 화려한 디자인 대신 제품의 기본 특성을 정직하고 정확하게 표기한다.

‘브랜드리스’라는 이름조차 넣지 않았다. 군더더기를 빼고 가격까지 통일시킨, 단순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략이다. 수많은 종류의 상품을 다양한 가격대에 제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힌 아마존과는 정반대다.

창업자 티나 샤키와 이도 레플러는 브랜드리스를 통해 ‘생필품 시장의 민주화’를 이루겠다고 말한다. 양극화·계층화되는 시장에서 생필품만큼은 소비자들이 더 나은 상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평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푸드뱅크 기관인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를 통해 기아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지원하는 사회적 가치도 더했다.

브랜드리스의 등장은 시장 환경 변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비롯됐다. 세제·치약·면도기 같은 생활용품은 부모가 사용하던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그런데 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부모의 소비패턴과 브랜드를 무조건 답습하지 않는다. 개성이 강하고 정보력이 뛰어난 이들은 단순히 유명하거나 익숙한 브랜드가 아닌 본질적인 가치,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 제품을 선호한다.

밀레니얼의 소비 성향은 오히려 기성세대에 영향을 미쳐 시장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너무 높은 품질은 의미 없이 가격만 올린다’는 ‘이케아식 사고’가 다양한 연령층과 소득층으로 확산됐다.

브랜드리스, 달러 쉐이브 클럽의 가격파괴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고 운영의 단순성을 극대화해 물류·유통·마케팅의 낭비 요소를 제거함으로 구현된다. 브랜드리스의 제품과 유사하지만 브랜드가 있는 타 업체의 제품 가격은 브랜드리스 보다 최소 140%서 최대 370% 비싸다.

브랜드리스는 이렇게 더 붙는 가격을 ‘브랜드세(Brand Tax)’라고 정의한다.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리스는 브랜드세를 제거해 고객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온오프라인 경쟁업체와의 분기별 가격 비교를 통해 고객이 실제로 브랜드세를 얼마나 절감하는지를 증명해주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브랜드세는 빅 브랜드 입장에서는 ‘체면 유지’를 위해 치러야하는 이름값이기도 하다. 질레트의 광고에는 타이거 우즈부터 엑스 페케까지 최고의 스포츠 스타가 등장한다. 글로벌 기업의 광고 각축장인 미국 슈퍼볼의 2017년 평균 광고비는 500만 달러에 이른다. 반면 달러 쉐이브 클럽은 CEO가 직접 등장한 4500달러짜리 유튜브 동영상만으로 32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영국의 시장조사 업체 퍼네즈 마케팅 그룹이 몇해 전 전 세계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CEO의 73%가 마케팅에 대한 신뢰가 낮고 기업 성장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예술적이고 화려한 광고만 양산해 경영 원칙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컸다. 경영진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80% 이상의 마케터들은 여전히 스타일을 중시하고 인지도 높이기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식의 괴리가 커지면 마케팅 무용론이 제기될지도 모른다.

kbs1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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