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해법이 없는, 미국 젊은층의 자살률 증가...정확한 원인조차 파악 못해
[월드 프리즘] 해법이 없는, 미국 젊은층의 자살률 증가...정확한 원인조차 파악 못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21 06:43
  • 수정 2024.04.21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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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35세 미만 미국인의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를 차지한다. BBC는 19일(현지 시각) 이처럼 미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캐서린 살라스와 토니 살라스 부부는 아들 벤에게 또 다른 삶이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들은 약혼반지를 쇼핑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토니 살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속마음을 우리에게 털어놓고 도움이라고 요청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캐서린 살라스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이렇게 슬퍼했다.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다가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벤 살라스는 지난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21세였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는 전도가 양양한 대학생이자 야심만만한 올림픽 운동선수이기도 했다. 그는 친구도 많았고, 인간관계도 훌륭했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었다.

벤 살라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5만 명 중 한 명이었고, 전체 자살자 5만 명은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2위는 2022년으로, 그 해에는 4민9,449명이 자살했다.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벤의 부모는 생전 아들의 방에 아들을 추모하는 ‘기억의 벽(memory wall)’을 만들었다. ‘기억의 벽’ 맨 위에는 벤이 죽은 뒤 그에게 수여된 대학 졸업장이 걸려있다.

“벤은 다재다능한 아이였어요.”

토니 살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마음속은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텅 비어버렸습니다.”

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바로 살라스 가족도 이 의문을 풀지 못해 괴롭다.

벤의 부모는 아들이 2020년 경미한 우울증 치료를 잠깐 받았지만, 이후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안심했다고 말했다.

“정신 건강으로 계속 시달리는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징후가 전혀 없었습니다. 벤은 내성적이지 않았습니다.”

토니 살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벤은 부모님과 자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살하기 직전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벤은 ‘아주 좋아, 아빠!’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몇 시간 뒤 세상을 등진 겁니다.”

미국에서는 2022년 한 해 동안 거의 5만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0-2022 사이 미국의 자살자 현황 그래프 [사진 = BBC]
미국에서는 2022년 한 해 동안 거의 5만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0-2022 사이 미국의 자살자 현황 그래프 [사진 = BBC]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는 최근 일련의 자살 사건으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학년도에는 벤을 포함해 7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1월 말의 한 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세 명의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시 중심부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저스틴 홀링스헤드 부총장은 학생들의 자살 건수가 늘면서 교직원과 학생 모두가 당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살 문제는 단지 대학 캠퍼스에만 국한되지 않는 미국의 “국가적 전염병”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를 안다면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원인 파악에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살자에게는 경고 신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찾지도 않은 채 스스로 결정을 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는 상담사 및 상담 공간을 늘리고, ‘QPR(Question, Persuade, Refer) : 물어보고, 설득하고, 도움을 청하기’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주변의 학생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교직원들은 수업을 습관적으로 빠지거나 수업 마감일 연장을 요청하는 학생들을 인지할 경우 학교 당국에 통보하도록 훈련받고 있다. 즉, 뭔가 이상한 신호를 감지할 경우를 대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는 말이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홀링스헤드 부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시는 ‘참나무의 도시(City of Oaks)’로 알려져 있으며, 붉은 벽돌로 지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건물들은 그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여러 층으로 지어진, ‘탤리(Talley)’로 불리는 학생 회관 건물에는 카페, 학습 공간 및 상점들이 벌집처럼 들어서있다.

“저는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같은 기숙사에 있었습니다.”

이 학교 학생 로렐라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세대는 세상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하고, 살기가 벅찹니다.”

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브로디는 대학측이 자주 보내주는 이메일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측이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편, 젊은 자살자 증가의 문제는 다른 주의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게 겪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35세 미만 미국인의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를 차지한다.

‘미국 정신질환 연맹(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의 정신건강과 의사이자 의료 부책임자인 크리스틴 크로포드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에 필요한 기술과 도구를 습득하는 과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지적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학생회관 모습 [사진 = ATI]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학생회관 모습 [사진 = ATI]

“그들은 집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젊은이들의 건강한 발달에 매우 중요한 친교나 사회적 수단들로부터 단절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크로포드 박사에 따르면, 전자 기기에 “싸인” 채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은 끊임없이 전쟁 이미지와 양극화된 정치적 메시지에 노출되면서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한다.

2021년 12월,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젊은층 자살 증가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공중보건 권고안을 발표한면서 그 원인으로 “젊은들에게 이미 불어닥친 전례 없는 스트레스를 악화시킨” 소셜 미디어와 코로나 팬데믹을 지목했다.

미국 전역에 설치된 200개 이상의 자살 예방 상담 서비스인 988에 걸려온 전화는 지난해에만 매월 10만 건이 증가했다.

메릴랜드주에 있는 한 상담 센터는 이미 150명의 상담원을 증원 중이다.

상담원 조슈 멜렌데즈는 15세부터 35~40세까지의 젊은 남성과 대학생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등록금 등의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한 학생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살라스 가족으로 돌아와, 캐서린 살라스는 젊은이들이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과거 세대가 누렸던 모든 사회안전망이 사라졌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해 매우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아들의 사진과 ‘You Matter(네 자신이 중요하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저는 매일 이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습니다. 내 가슴 속에 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정신 질환은 미국에서 낙인처럼 간주된다.

“이 문제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토니 살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캐서린도 이에 동의했다. 

“‘우리는 괜찮아’라고 안심하지 마세요. ‘괜찮아’는 정말 괜찮은 경우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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