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침묵 명령(gag order)’...CNN "트럼프 사법리스크의 모든 것이 보인다"
[월드 프리즘] ‘침묵 명령(gag order)’...CNN "트럼프 사법리스크의 모든 것이 보인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26 06:34
  • 수정 2024.04.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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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석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피고인석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크리스 콘로이 검사는 23일(현지시간) ‘입막음 돈(hush money)’ 재판에 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한 마디로 잘라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CNN방송은 25일(현지 시각) 현재 계류 중인 각종 트럼프 재판의 핵심을 관통하는 법원의 ‘침묵 명령(gag order)’을 설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콘로이 검사는 증인, 법원 직원, 배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원이 내린 ‘침묵 명령(gag order)’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트럼프의 태도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트럼프의 비즈니스와 정치에 대한 접근 방식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한 묘사는 없는 듯하다. 다시 말해, 만일 그가 백악관으로 컴백할 경우 어떻게 행동하겠다고 장담한 공약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콘로이 검사는, 트럼프가 법원의 ‘침묵 명령’을 위반했는지를 따지는 청문회 중에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 포스팅 등을 활용해 배심원단이 편향된 자유주의자(biased liberals)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고, 재판의 주요 증인 두 명인 그의 전 변호사이자 그를 도왔던 해결사 마이클 코헨과 성인 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를 비난하면서 ‘침묵 명령’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고 후안 머천 판사가 ‘침묵 명령’ 위반과 관련해 트럼프를 처벌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화요일 청문회 전에 녹음된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침묵 명령’을 위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PVI 필라델피아’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클 코헨은 거짓말쟁이로, 범죄자이기 때문에 어떤 신뢰성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재판에 돌입한 지 불과 6일 만에 트럼프는 늘 하던 대로 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2024년 대선 캠페인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법률 규칙과 관행을 밀어붙이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추가 제재에 몰릴지도 모르는 트럼프

검찰은 이제 머천 판사를 향해 ‘침묵 명령’ 위반 혐의 10건에 대해 트럼프에게 각각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계속해서 명령을 무시할 경우 투옥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화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 모독죄로 투옥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비밀경호국, 법원 당국, 뉴욕시 교정국이 은밀히 협의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 처방은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떤 판사도 근본적으로 피고인이 법치주의를 모독하며 판사의 권위를 조롱하는 것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머천 판사는 법정을 장악해야 합니다.”

전 판사이자 현 쿨리 로스쿨(Cooley Law School) 교수인 제프리 스와츠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판사는 ‘침묵 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제 마음대로 행동하게 놔둬서는 안 됩니다.”

만일 다른 형사 피고인이라면 트럼프처럼 자신이 소요한 소셜 네트워크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활용하고 법정 밖에서 카메라에 대고 함부로 발언한 것처럼, 판사와 법정을 모독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트럼프는 ‘침묵 명령’이 언론의 자유와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의 선거운동을 할 권리를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뻔뻔한 거짓말이다. 머천 판사가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침묵 명령’을 발동했다고 해도, 그 명령의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화요일 트럼프의 변호인들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트럼프가 ‘침묵 명령’을 준수하려 애쓰고 있다고 주장하자 머천 판사는 눈에 띄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한 순간 법원  청문회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트럼프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머천 판사는 트럼프 측 변호사들에게 “법원으로부터 모든 신뢰를 잃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법정 스케치를 전문으로 하는 아티스트 엘리자베스 윌리엄스는 판사가 트럼프의 변호인인 토드 블랑쉬와 충돌했던 특별한 순간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머천 판사는 매우 멋진 캐릭터입니다. 그는 쉽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여의치 않은 트럼프에 대한 책임 추궁

대부분의 판사와 마찬가지로 머천 판사도 그러한 모욕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제재를 가하려 했던 수많은 당사자들 중의 하나이다.

미국 법률과 헌법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판사, 공무원, 정치인, 비즈니스 업계 등 수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트럼프 한 사람에 가해진 ‘침묵 명령’이라는 단일 사건은 찻잔 속의 태풍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트럼프가 미국인들의 삶에 미치는 보다 깊은 진실을 품고 있다.

트럼프의 네 가지 형사 사건, 기타 사법 리스크, 두 번의 탄핵을 초래한 한 번의 대통령 임기에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즉, 트럼프는 다른 모든 미국인에게 적용되는 법률 준수를 끊임없이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와 관련한 기소 두 건, 기밀문서 비축 및 기타 민사 및 사기 사건과 관련된 한 건을 포함하여 트럼프가 계류 중인 모든 재판을 떠받치고 있는 본질은 동일하다. 바로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법체계의 근간인 이 근본적인 가치를 끊임없이 침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번주 말 미국 대법원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도 전직 대통령은 재직 중 저지른 행위에 대해 기소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가장 대담한 방식으로 전개할 것이다.

이 주장은,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를 방해했다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연방 선거 개입 사건을 무산시키려는 시도와 관련이 있다. 트럼프는 일요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대통령 면책권이 없으면 대통령은 제대로 기능하거나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의 범죄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면책권을 노리고 있다. 이는 미국 역사 거의 250년 동안 다른 어떤 최고직도 누려보지 못한 특권이자 건국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군주에게 대항하며 세워진 나라이다.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트럼프의 주장이 근거 없다고 믿고 있으며, 이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항소법원에서 그에 대한 판결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일부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면 대통령의 직무 범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자신을 초법적 존재로 여기는 듯한 트럼프

트럼프가, 스스로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들을 포함해 다른 일탈 행위들에서 자신은 남과 다르다는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자신감은 그의 모든 법적 사건에서 빛을 발한다.

• 그는 선거에서 패하고도, 자신은 선거 부정 때문에 졌다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이다.

•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2020년 대선 과정에서 경합 지역에서 조 바이든의 승리를 뒤집기 위해 조지아주 관리들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인단의 숨은 표를 “찾아달라”고 요구한 행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이 통화 과정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태도는, 그의 첫 번째 탄핵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 일가의 부정을 폭로하라고 강요했었다.

• ‘침묵 명령’을 무시하는 태도와 대통령 권력의 한계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무시하는 태도는 트럼프가 자신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기밀문서를 잘못 처리한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이 사건에서도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법이 다른 사람들에게만 엄격해야 한다는 착각은 트럼프가 은행과 보험 회사로부터 특혜를 받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과대평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이는 트럼프 회사와 그의 아들들을 상대로 한, 거의 5억 달러에 달하는 민사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재를 경시하는 트럼프의 태도에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법적, 정치적 제도를 무너뜨리려는 그의 강공 전략에 그를 지지하는 수백만 명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을 되찾기 위해, 정치, 법률, 의료계, 언론 분야에서 엘리트 통치를 불신하는 미국인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는 2023년 3월 ‘보수정치행동회의(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서 “나는 당신들의 정의이고 …… 부당한 대우를 받고 배신당한 이들을 위해 보복에 나설 것이다”라고 외쳐며 포퓰리즘에 기반해 지지자들을 선동한 바가 있다.

그러나 민주적 법 원칙과 헌법을 짓밟으려는 트럼프의 행동은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의 등을 돌리게도 했다. 2020년 이전까지는 늘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투표했던 보수 성향의 변호사 조지 콘웨이는 수요일 바이든을 위한 기금 모금 행사에 등장해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예정이며, 트럼프의 공약에 반대해 바이든의 재선을 위한 기금 모금에 거의 백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와 법치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

콘웨이 변호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트럼프 재판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콘웨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능한 최대 금액을 기부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면서 감정이 격해졌다.

“그렇습니다. 이 결정은 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후손들이 물려받을 가장 소중한 재산은 헌법에 입각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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