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59) 미 대사관 “북한 식량사정 ‘악화일로’ 치달아”…노무현 정부 “곡물 소매금지 조치, 식량난 가중”
청와대-백악관 X파일(159) 미 대사관 “북한 식량사정 ‘악화일로’ 치달아”…노무현 정부 “곡물 소매금지 조치, 식량난 가중”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5.02 07:30
  • 수정 2024.05.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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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연합뉴스
북한 식량난 /연합뉴스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동안 주민들의 식량난은 더욱 심해져갔다.

주한미대사관은 2006년 5월 23일자 국무부에 보낸 전문에서 “우리는 최근 북한이 1990년대 중반 기근과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거나, 조만간 겪을 거라는 다수의 예측을 주시하고 있다. 식량 배급제의 붕괴와 지역에 따른 식량 부족에 관한 보고가 곧 닥칠 식량 위기의 주요한 증거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5년 수확량이 애초의 보고보다 풍작이 아니었다는 증거를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노무현 정부 당국자들도 실제로 2006년 식량 상황은 아주 절박한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피력했다. 

대사관은 전문에서 “노무현 정부는 세계식량계획을 비롯한 민간단체의 추방과 맞물려 식량 배급제로 복귀한 북한 정부에 기근 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그러나 남한 전문가들은 1990년대와 같은 광범위한 기아가 되풀이되려면 일종의 자연 재해나 인재 같은 중요한 요인이 부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한미대사관의 전문 내용이다. 

식량난에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 /연합뉴스
식량난에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 /연합뉴스

대사관은 노무현 정부의 농업부문 전문가로 꼽히는 권태진 박사와 함께 북한의 임박한 식량 위기 보고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권 박사는 북한 농촌 경제 분야의 선도적인 정부 전문가로 알려졌으며, 북한 관련 정부의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권박사가 말한 바로는 북한의 식량 확보 가능성이 여러 이유로 힘들어지고 있다. 

첫째, 4월, 5월, 6월은 역사적으로 월동 비축 식량이 소비에 따른 단경기(端境期)로 신년 첫 수확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한은 이처럼 단순한 농경 생활의 현실을 넘어서는 발전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연례 현상으로 말미암아 아직도 고초를 겪고 있다.

그러나 다가올 식량 부족의 더 중요한 원인은 곡물의 민간 무역과 소매 금지와 우연히 겹치면서 북한 당국이 식량 배급제를 다시 구축한 점에 있다고 권태진은 말하였다. 북한중앙정부는 식량 공급과 유통 창구에 대한 장악력을 되찾으려고 하면서 사람들이 판매용으로 쟁여놓은 식량을 압수당하지 않도록 꼭 움켜쥐고 있다. 

그러한 불법으로 식량을 쟁여놓은 사람들은 축재에 따른 처벌을 피하려고 한다. 권태진의 견해로는 대체로 지역에 따른 북한의 식량 부족은 이러한 계절적 부족과 식량 배급제로 야기된 비효율성이 결합한 데 그 원인을 돌린다.

그와 동시에 권태진은 북한이 본격적인 기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 표명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경고의 목소리는 대체로 북한에서 근무하는 민간단체나 비전문가에게서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은 항상 경종을 울린다”라고 비꼬았다. 

흥미롭게도 북한에는 상대역으로 의지할 만한 농촌경제연구원과 같은 기관이 없으므로 그는 자체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직접 조사를 펼칠 민간단체 채널을 활용한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대사관 경제과 직원은 김진구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 지원기획과장과 함께 회동했다. 김진구도 비슷하게 위기 상황 전망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김진구는 북한은 1990년대 기근 이후에 과거 10년에 걸쳐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경험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런 맥락에서 남한 정부는 아직은 대북 식량 원조를 “정례화”할 준비를 하지 않는 가운데 또 다른 대규모 기근을 피하고자 정부가 식량과 비료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수용하였다. 김진구는 남한 정부가 북한의 원조 요구를 사안에 따라 지속해서 평가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남한의 대북 식량 원조 상황에 관해 묻자, 통일부 김진구는 쌀 선적 계획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그는 대북 쌀 선적은 거의 10년 동안 매년 평균 40~50만 톤 수준이었다고 공언하며, 한국 정부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많은 쌀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조달과 수송에 더해 북한의 개개인의 수령자에게 쌀이 전달되기까지 두 달이 소요될 것이다.

그 와중에 비료와 관련해 남한은 이미 올해 15만 톤의 비료 수송을 완료했고, 대략 20만 톤에 달하는 두 번째 수송은 5월 중순에 시작해서 7월 중순에 완료될 거로 예상한다. 김진구가 말한 바로는, 남한 정부는 북한이 바라는 비료 10만 톤을 보낼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시행한 조사에 의하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감소세의 원인은 경작지의 감소, 토양 악화의 진행에 의한 생산량 감소에서 기인한다.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의 연구에 의하면 남한이 제공하는 비료 지원이 없이는 북한의 쌀 생산량은 남한 생산량의 단 50%에 그칠 것이다. 북한의 쌀 농사꾼은 비료 원조와 더불어 1만㎡당 남한의 생산량의 90%와 일치하는 수확량을 달성할 수 있다.

북한이 필요한 식량 규모는 매년 6백만 톤 정도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정확한 예측은 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올해의 경우 4백만 톤 정도의 수확량을 예상하고 있다. 권태진의 말을 빌리자면, 남한이 그간 북한에 전달한 양과 중국의 식량 원조, 그리고 세계식량계획이 배포한 식량을 전부 통틀어 거의 50만 톤이 되는 데 식량 상황이 나쁘겠지만, 극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태진은 남한이 대략 40만~50만 톤의 식량을 북한에 보내온 이유는 바로 그만큼의 양이 남한 농부가 과잉 생산한 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일 남한 정부가 그보다 더 많은 양을 보내길 원한다면, 그 차이만큼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남한 정부가 북한이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고 깨닫게 되더라도, 남한 당국자는 종국에 북한으로 수송할 쌀을 값을 치르고 수입하기는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우리는 소규모 북한 활동을 위한 세계식량계획의 양해 서한 발표 바로 몇 일 전에 권태진과 얘기를 나누었다. 권태진은 그때 세계식량계획이 북한과 합의를 하자마자 남한 정부는 세계식량계획 프로그램을 통해 배포용으로 아마도 작년과 동일한 기부를 할 예정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통일부 김진구 과장과 함께한 회동에서 그는 계속되는 세계식량계획에 대한 남한의 지원을 확인해 주었고, 미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으로부터 기부 요청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어떤 응답을 했는지 질문함으로써 추가적인 질문을 무마시켰다.

우리는 예로 들면 독립적인 증거 자료가 거의 없지만, 대사관의 견해로는 대규모 기근 위험을 우려한다는 민간단체의 주장을 단박에 평가 절하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모든 보고에서 북한의 식량 배급제가 과거 10년에 걸쳐 제대로 그 기능이 우려될 정도로 망가져 왔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변화는 2002년 경제 개혁 이후로 4년 동안 가속도를 냈다. 

1990년 기근 때와 현 상황 사이에 중요한 차이는 북한 인구의 상당 비율이 그간 시장 활동을 체험해 왔다는 점이다. 한 번 익히게 되면, 그런 체험은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며, 북한의 곡물 시장에도 생동감 넘치는 암시장이 등장할 거로 기대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한 암시장 기회에 대한 전망과 더불어 도매 비축이나 유통 채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북한 농부나 그 밖의 사람들은 식량 배급제를 벗어나 암시장에서 부풀려진 가격으로 판매하려고 공급량을 비축하거나 전용하는 등 여러 인센티브를 누리게 된다.

만일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북한 당국자들은 처음에는 암거래상 근절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내부 소통 문제라든지 북한의 만연된 부패상을 비춰보면, 북한 정부가 그러한 쟁여놓기 방지에 전적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식량 공급의 적은 마진을 고려할 때, 식량 배급량을 줄이는 게 기본 대응 방안이 될 수도 있는데, 북한에서 정치적인 약자를 징벌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공급량 감소와 지리적 제약으로 세계식량계획은 식량이 가장 절실한 북한 주민에게 손길을 보낼 역량이 예전보다 못한 상태다. /버시바우 대사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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