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한미FTA 폐기론‘ 미국 산업계가 반대하는 3가지 이유 [포커스]
트럼프의 '한미FTA 폐기론‘ 미국 산업계가 반대하는 3가지 이유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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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8 10:10
  • 수정 2017.09.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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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원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절벽 끝까지 끌고 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일보 후퇴했다.

한미 FTA 효과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않는 이상 개정 협상도 없다던 우리 정부의 반응에 ‘폐기(withdrawal)’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미국 내 산업계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압박 수위를 누그러뜨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교역 구조에서 관세장벽을 다시 세울 경우 국내 물가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규모 13위인 우리나라 수입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산업계는 한미FTA가 철폐될 경우 첫째로 글로벌 톱 수준인 한국의 반도체-LCD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산 제품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17%, 메모리칩 시장의 64%를 차지한다. LCD 시장 점유율은 40%에 육박하면서 부가가치 기준으로 전자상품의 세계 4대 생산국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나 메모리칩·LCD 등의 한국 제품은 세계 공급 사슬의 초입에 위치한다. 미국 업체들이 한미 FTA의 폐기를 우려하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컴퓨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간재다. 특히 자동차 부품을 포함해 반도체, 석유제품, 고무제품, 철강판 등 주요 공산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필수 재료가 우리 대미 수출의 중심이다.

FTA 폐기로 관세가 높아지면 결국 손해는 미국 업체가 보게 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우리나라 석유화학제품에 매기는 관세율은 평균 0.6%다.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가 없었다면 관세율이 3.2%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철강제품의 경우에도 관세율이 0.2%에서 0.6%로 세 배가량 뛴다. 우리나라 기업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 중간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해내는 미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도 그만큼 낮아진다.

둘째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미 FTA 폐기로 주요 완제품인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이 줄더라도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 미국 기업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1만8,000대, 2012년에는 2만8,000대에 불과했던 한국GM의 대미 수출물량은 지난해 기준 16만2,000대까지 올라서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수출 물량이 14만4,000대 늘었다. 증가율로만 따지면 800%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 증가율은 고작 21%, 13%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한 거래(horrible deal)”로 꼬집었던 대표적 사례인 자동차에서 사실상 혜택을 봤던 것도 우리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이었고 한미 FTA 폐기로 피해를 볼 자동차 기업도 현대·기아차가 아닌 한국GM이 되는 셈이다.

자동차의 경우 관세장벽이 부활할 경우 미국은 우리나라 수입 시장에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미 FTA가 발효됐던 2011년 3억8,100만달러에 불과했던 미국의 대한국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기준 17억3,900만달러로 연평균 35.5%씩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연평균 12.4%)의 3배에 가까운 증가세다.

셋째는 농산물 시장이다. 지난해에만 61억5,500만달러를 벌어들인 농축산물 시장과 100억달러 넘게 흑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 시장에서도 놓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우리나라에 68억7,200만달러의 수출고를 올렸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7억1,700만달러)을 제외한 흑자만 61억5,500만달러다.

쇠고기 수출 금액이 10억3,500만달러였고 옥수수(8억3,200만달러), 혼합조제 식료품(6억5,100만달러), 돼지고기(3억9,300만달러)도 주요 수출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서비스 업종에서 벌어들인 순이익도 2015년 기준 141억달러에 달한다.

한미 FTA 폐기에 따른 부작용은 미국 기업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중간재와 최종재의 가격 상승은 미국 내의 물가도 밀어 올릴 수 있다.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의 관세를 2.5%에서 지난해 0.4%까지 낮췄다. 한미 FTA가 폐기되면 관세가 그 수준에서 다시 되돌아갈 테고 그만큼 한국산 자동차 가격도 비싸질 수 밖에 없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동차 뿐 만이 아니다.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지난해 0.4%에 불과한 한국 제조기업의 생산 제품 관세율도 1.7%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섬유제품의 경우에는 2.7%의 관세율이 8.9%로, 생활용품은 0.3%에서 3.0%로 각각 상승한다. 관세장벽이 1.4%에서 3.6%로 높아지는 정밀화학제품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kbs1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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