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혼인 무효’ 가능해져, 40년만 바뀐 대법 판례...무효 소송 쏟아질 듯
이혼 후 ‘혼인 무효’ 가능해져, 40년만 바뀐 대법 판례...무효 소송 쏟아질 듯
  • 강혜원 기자
  • 승인 2024.05.23 16:04
  • 수정 2024.05.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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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기존 판례 깨고 이혼 이후에도 무효 확인의 실익 있다고 판단
대법원 "혼인은 수많은 법률관계 형성, 혼인 무효가 수많은 분쟁을 해결하는 실익“
이혼 후 혼인 무효 소송 봇물 이룰 듯, 이혼 후 정리한 재산과 상속, 다시 쟁점 우려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연합]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연합]

우리나라 민법 및 가사소송법 체계에서 523일 오늘은, 부부의 이혼 이후 그 이혼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첫 길을 열어준 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우리 민법 체계에서는 대법원 판례는 "한 부부의 혼인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사후에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체계이다. 그 특별한 사정도 합의 자체가 없는 혼인 신고(일방적 혼인신고)' 이거나 '8촌 이내의 결혼(근친혼)’ 등 혼인 무효자체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왔다.

왜냐하면 혼인관계가 이미 이혼신고에 의해 해소됐다면,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은 사후에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판단이 오늘(23)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서 깨졌다. 지난 1984년 이래로 무려 40년 동안 내려온 판례가 깨진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연합]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연합]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오후 원고인 A씨가(1.2심 패소)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청구 소송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의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대법원의 판시내용이다.

대법원은 "신분 관계인 혼인을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그에 관해 일일이 효력의 확인을 구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인 혼인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혼만 했다면 인척 관계는 유지되므로 근친혼을 금지하는 민법 규정의 적용을 받는데, 혼인 자체를 무효로 돌린다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연합]

4촌 내 인척이나 배우자 간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한 형법상 '친족상도례' 제도, 가사와 관련된 빚에 대해 배우자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일상가사채무'의 적용도 받지 않게 된다.

아울러 대법원은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요구를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 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혼인 무효) 확인의 이익을 부정한다면 혼인무효 사유의 존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방법을 미리 막아버림으로써 국민이 온전히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A씨도 항소심에서 '미혼모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혼인을 무효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A씨는 2001B씨와 결혼했다가 2004년 이혼했는데, 혼인신고 당시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정신 상태에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연합]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연합]

민법 815조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거나 근친혼일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러나 1984년 나온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이미 이혼한 부부의 혼인은 사후에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미 혼인 관계가 해소됐으므로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판례는 "단순히 여성이 혼인했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되어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만으로는 (혼인 무효)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 온 당사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게 됐다""국민의 법률생활과 관련된 분쟁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권리구제 방법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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