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현의 시선] ‘형제 경영’ 순항할까?
[조필현의 시선] ‘형제 경영’ 순항할까?
  • 조필현 기자
  • 승인 2024.05.24 10:19
  • 수정 2024.05.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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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약산업 부장

한국 60%, 일본 55%, 프랑스 45%, 미국 40%, 독일 30%. 이 퍼센트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 선진국들의 대주주 상속세 비율이다. 한국의 상속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업 승계 시 징벌적 세금을 세게 매기면서 1세대 창업주가 만들어 놓은 기업을 2·3세대가 받지 못하고, 오히려 세금 내려 회사를 파는 사례가 나올 정도다.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징벌적 상속세를 선진국처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속세와 관련해 제약업계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던 사례가 ‘한미약품 사태’다. 이른바 ‘모자(母子)의 난’ 시작은 상속세였다. 한미약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은 지난 2020년 별세하면서 유족에 모두 5,400여억 원의 상속세를 남겼다. 송영숙 회장(창업주 부인)과 임주현 부회장(창업주 장녀) 모녀는 이러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 OCI그룹과 통합을 진행했고, 임종윤·종훈(창업주 장남·차남) 형제는 통합 반대를 연대했다. 결국, 주총 표결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리하면서 OCI와 통합은 일단락됐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고 임성기 회장의 유족은 상속세를 연부연납 방식으로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나눠서 내기로 했다. 유족은 상속세 5,400여억 원 중 절반인 2,700여억 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내야 할 상속세는 2,600여억 원이다. 지난 3월 700억 원 규모의 3차 납부기한이 있었지만, 한미 오너 일가는 최근까지 납부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주요 관심사는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임종윤·종훈 형제의 남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형제가 어떤 방식과 형식으로 남은 상속세를 해결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14일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임종훈 사장의 첫 일성은 ‘상속세’가 아니라 ‘인수합병’이었다.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임 사장은 사내 전산망 메시지를 통해 “인수합병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확보하겠다”고 자신했다. 또한, 최근 1년간 다양한 변화들을 뒤로하고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며 노력과 성과는 의미 있는 성과보수와 지속적인 교육 기회로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은 상속세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형제 경영의 가장 큰 숙제는 상속세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형제 경영은 순항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불안한 순항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송 회장과 임종훈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을 때만 해도 어머니와 경영 갈등은 봉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봉합은 한 달여 만에 무너졌다. 임 사장이 어머니를 해임하면서 단독대표에 오른 것이다. 업계는 상속세 해결과 인사권에 대한 갈등을 주요 원인으로 본다.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형제와 손잡기를 거부한 상황에서 상속세 해결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모녀와 형제가 상속세 납부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극한 대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장남 임종윤 사장은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 열어 한미약품 새 대표로 복귀한다. 모친 송영숙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에서 내려왔고, 장녀 임주현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연구센터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모녀가 경영 일선에서 밀려난 상황. 임종훈·종윤 형제가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상속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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