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미국에서 가장 더운 사막도시 피닉스 '폭염 사망자를 줄여라' 비상 전략
[월드 투데이] 미국에서 가장 더운 사막도시 피닉스 '폭염 사망자를 줄여라' 비상 전략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6.06 05:41
  • 수정 2024.06.06 0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여름 최고온도 섭씨 43도를 오르내리며 미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가 되고 있는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에서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다고 폴리티코(POLITICO)가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피닉스의 여름은 뜨겁다.

노숙자들은 도로의 열기로 노출된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발에 화상을 입어 고름이 흘러나오고, 땀에 젖은 붕대 아래에서는 세균이 가득한 상처가 곪아 터지고 있다.

그나마 이들은 운이 좋은 축에 속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마리코파 카운티(Maricopa County)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645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애리조나 주 대도시들 중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다.

지난 10년 동안 1,000%나 증가한 온열 질환 사망률은 피닉스 당국의 노숙자 정책 변화에 때맞춰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오면서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피닉스 노숙자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정부보다 교회에 더 의존해 왔는데, 이번 위기로 현지 공무원들은 취약 계층에게 애리조나 주의 사막 공기를 피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폭염 사망자의 거의 절반인 290명이 노숙자였다. 그중 20명은 버스 정류장에서, 다른 이들은 텐트 안에서, 그리고 기록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도로 위에서 죽어갔다.

여기에 고령이거나 병을 앓거나 운이 나쁜 250명 이상이 냉방이 되지 않는 집에서, 또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 중에 사망했다.

1년 전까지 피닉스 거리에서 살았던 ‘컨츄리’라는 별명의 조지 로버츠는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죽지 않으려고 그냥 그늘을 찾아다닐 뿐입니다.”

피닉스 당국은 올해는 사망자 수를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성패는 예산 마련에 달려 있다.

그들은 새로운 폭염 피난처를 운영하기 위해 ‘연방 팬데믹 구호 자금’ 중 거의 200만 달러를 전용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와는 달리 온열 사망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피난 센터가 저녁까지, 때로는 24시간 운용될 예정이다.

이 같은 공적자금의 긴급 전용은 미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에서 사람들을 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여한 최초의 사례이다. 예산이 부족한 다른 지방 자치단체는 폭염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예산 부족, 노숙자 증가,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불어닥치며 여러 위기가 노출된 사례를 피닉스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은 없다.

2년 안에 ‘팬데믹 자금’이 소진되면 새로 마련한 폭염 피난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분명하다.

“올해 자금이 확보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 합니다.”

마리코파 카운티의 의료 책임자인 레베카 수넨샤인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예산 부족

피닉스의 폭염 관련 사회안전망은 취약계층 구조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담당자들은 사망자가 급증함에 따라 예산 부족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폭염 피난처, 생수 배포 지점의 위치가 매년 바뀐다. 이 같은 공적 시스템의 빈자리를 교회와 지역 자선단체가 메우고 있다.

피닉스의 폭염 대응 국장인 데이비드 온듈라는 현 상황을 “터무니없다.”고 설명했다.

“뉴잉글랜드에서도 교회들이 해마다 돈을 모아 제설차를 새로 사나요? 또, 그게 유일한 제설차인가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여름이면 마리코파 카운티에서는 수백 명의 온열 질환 사망자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은 정책결정자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고 있다고,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폭염 연구자인 멜리사 과다로 교수는 말했다.

“매년 우리는 예산 마련을 위해 온갖 쇼를 다합니다.”

과다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폭염 피해자들은 취약계층입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기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마리코파 카운티 전역에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및 교회에 약 117개의 폭염 피난처가 있었다. 그러나 밤에도 온도가 섭씨 32도를 넘어서는데 그중 어느 곳도 야간에 문을 열지 않았다. 시에서 운영하는 17개 센터 중 단 한 곳만 일요일에 문을 열었는데, 그것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만 운영했다.

게다가 카운티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많은 민간 및 공공 피난 센터가 애완동물 동반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일부 개를 데리고 있는 노숙자들은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 거리에서 개와 함께 생활해야 했다.

노숙자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의 미니밴을 이동식 피난처로 개조하면서 보조금 지원을 받은 바가 있는 오스틴 데이비스는 개 동반 금지를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미국 거리의 노숙자 텐트 [사진 = 연합뉴스]
미국 거리의 노숙자 텐트 [사진 = 연합뉴스]

“노숙자들이 5개월간 완전한 위기에 방치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에서조차 ‘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사람과 개가 그날 같이 죽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지난해 7월에는 최고 기온이 섭씨 43도를 넘나들었고, 밤에도 30일 연속 32도 이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정말 잔인하고 실망스럽습니다.”

노숙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인 ‘Circle the City’의 의료 봉사 책임자인 마크 부에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여름 그와 동료 의사들은 폭염으로 인한 탈수, 장기 손상, 화상, 횡문근융해증(메스암페타민 사용과 관련된 근육 쇠약 과정) 환자들을 치료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생수나 IV 백을 공급해주는 정도이지만, 그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거처입니다.”

카운티의 검시관은 지난 여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645명을 받아들였다. 그중 거의 400명이 피닉스에서 발생했는데,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노숙자들이었다. 그리고 폭염 관련 911 신고 중 3분의 1은 폭염 피난 센터가 문을 닫는 ‘정규 업무 시간’ 외에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서 시의 폭염 대응 국장인 온듈라는 “피난 센터가 밤에 문을 닫아버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작년에 분명하게 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계로 내몰린 사람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피닉스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노숙자 퇴출 유예 정책’의 종료를 결정한 뒤 노숙자가 늘어나면서 폭염 사망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위는 마약에 이어 카운티에서 노숙자 사망의 두 번째로 원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노숙자 사망자의 약 23%는 오로지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고, 다른 18%는 폭염과 약물이 모두 관련되어 있다.

마리코파 카운티의 수석 검시관인 제프 존스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리코파 카운티의 노숙자는 2017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해 2023년 1월 약 9,600명에 이르렀다. 임대료 상승이 두드러진 피닉스에서는 2022년 노숙자의 수가 시가 운영하는 노숙자 보호소 수용 능력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피닉스 시 다운타운에서는 노숙자가 모여있는 한 곳에서만 숫자가 2022년에 약 1,000명으로 늘어나 ‘The Zone’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 해, 시는 노숙자 처우 문제로 두 차례 고소를 당했다.

첫째, ‘The Zone’ 주변 상인들은 시가 노숙자를 방치함으로써 건강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고 장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송에서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소속의 노숙자들은 시 경찰이 노숙자 캠프를 너무 공격적으로 해산시키면서 신분증 등의 문서와 텐트, 생수와 같은 “생존 물품”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노숙자 인권운동가이자 재판 중 하나의 원고인 엘리자베스 베너블은 이렇게 말했다.

“시 당국이 노숙자 문제를 방치함으로써 ‘The Zone’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대피소를 마련하지도 않는 등 어떤 대처도 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도 노숙자들은 늘어만 갔습니다.”

법원도 이에 동의했다. 법원은 2023년 여름,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시는 7월 중순 이전까지 ‘The Zone’을 청소하고, 노숙자 캠핑 금지 조례 시행을 보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베너블은, 법원이 ‘The Zone’에서 쫓겨난 노숙자들을 보살피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노숙자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녀는 올해에도 노숙자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들의 삶의 방식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길에서 빵처럼 구워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