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유럽의회 선거의 극우 약진은 트럼프에게 득이 될까?
[월드 프리즘] 유럽의회 선거의 극우 약진은 트럼프에게 득이 될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6.12 05:23
  • 수정 2024.06.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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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광장에 모인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지지자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6월 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광장에 모인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지지자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럽연합(EU) 내 극우 양대 정당이 각각 4, 5위에 오르며 크게 약진했다. 그리고 EU의 양축인 프랑스와 독일에선 집권당이 극우 정당에 참패했다. 

지지율이 극우 정당의 절반에도 못 미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9일,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극우의 대약진을 두고 서방에서 ‘새로운 우파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美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현상이 유럽에 그치지 않고 美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소식과 관련,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유럽 선거 결과가 과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를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2016년 6월, 영국은 포퓰리즘을 등에 업고 유럽연합을 탈퇴(브렉시트)하기로 결정하면서 몇 달 뒤 벌어질 미국 대선에서 정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의 충격적인 승리를 예고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8년 뒤인 2024년 6월, 트럼프의 포퓰리즘적 민족주의, 반이민주의, 과격한 경제 정책에 공감하고, 통치 엘리트(governing elites)와 글로벌 기구(globalist institutions)를 경멸하는 극우 후보들이 유럽연합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미국에도 정치 격변이 다시 한 번 찾아올까?

미국 유권자들은 외국의 전철을 따르지 않으며, 주별로 진행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유럽연합 선거와는 많이 다르다. 게다가 8년 전 트럼프의 승리는 브렉시트 같은 보수 바람보다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측의 대선 캠페인 실수와 더 관련이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걷잡을 수 없는 이민자 증가, 높은 물가, 기후 변화 대처가 개인들에게 지우는 부담 등에 대한 혼합된 메시지가 우파 성향 투표로 드러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메시지들은 바로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트럼프가 美 대선의 격전지에서 외치는 목소리들과 궤를 같이 한다.

9일(현지 시각)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한 이탈리아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날 밤 로마에 있는 소속당 이탈리아형제들(Fdl)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9일(현지 시각)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한 이탈리아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날 밤 로마에 있는 소속당 이탈리아형제들(Fdl)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유럽 선거가 입증한 또 다른 교훈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현직들이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 앞에서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이다. 이번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힘을 잃고 있는 4명의 서방 지도자들과 합류하게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럽 대륙의 과거 악몽을 떠올리는 유럽 선거 결과에 괴로워하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은 그가 내년 말에 예정된 선거에서 ‘자유당’을 이끌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수당 집권 14년 만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다음 달 총선에서 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러니하게도 G7에서 가장 확고한 유럽 지도자는 빠른 속도로 정치 지도자들을 갈아치우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우파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이다. 멜로니의 당은 이번 유럽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면서 그녀를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바이든에게 다행스러운 점을 꼽으라면 전통적으로 미국 선거는 반란의 기치를 든 아웃사이더 세력과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 간의 대결이 아니라는 분석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여러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백악관 재임 시절을 떠벌이고, 두 차례 탄핵을 받고,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정치적 짐을 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적 민족주의가 모든 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지만은 않다.

바이든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공세에 맞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음 달 총선에서 예상대로 영국 노동당이 집권하면 우파 약진이라는 추세를 거스르게 될 것이다. 또한 폴란드 유권자들도 트럼프로부터 영감을 받은 8년간의 포퓰리즘 통치를 거부했다.

마크롱은 극우 정당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약진하자 과감하게 대응해 TV 스튜디오에서 유럽 선거 후 대통령 연설을 지켜보던 평론가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프랑스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선거를 소집했다.

‘국민연합’은 극우 성향의 반이민주의 성향이던 ‘국민전선’이 진화한 정당인데, ‘국민전선’은 프랑스 대선의 2단계 선거제도를 한차례도 통과한 적이 없다. 르펜은 현재는 지지층 확대를 위해 일부 극우 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유럽 ​​선거에서 패배한 중도 정당의 대표인 마크롱은 프랑스 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여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럽 선거 결과에 맞서기 위해 반극우 연합이 의회에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국민연합’이 파리 올림픽을 몇 주 앞두고 치러지는 2단계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마크롱은 어색한 연정 계약을 통해 28세의 극우 스타 조던 바르델라를 총리로 임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프랑스 정치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마크롱이 극우 정부가 폭망하기를 은근히 바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2027년 대선에서 자신을 계승하려는 르펜의 희망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도박은 “미래 세대를 위해 가장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 프랑스 국민의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의회 해산 선언이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경제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국가의 기본 가치를 지켜달라고 무언으로 간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주 노르망디 상륙작전 D-Day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바이든이 마크롱 옆에서 밝힌, “심각한 위험에 처한 미국 민주주의를 구출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호소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악관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보다 7월 7일 프랑스 의회 선거 결과를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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