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최초로 선거권을 행사한 독일 16세들의 반란
[월드 프리즘] 최초로 선거권을 행사한 독일 16세들의 반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6.13 06:19
  • 수정 2024.06.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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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RN 선거 운동에 모인 지지자들 [사진 = 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RN 선거 운동에 모인 지지자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틱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기존 정치권에 소외감을 느끼던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15.9%를 득표하며 선전한 독일의 극우 세력 ‘독일대안당(AfD)’ 역시 16∼24세 유권자의 득표율이 이전 선거보다 11%p 상승했다

CNN은 12일(현지 시각)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드러난 이같은 젊은층의 우클릭 현상, 특히 독일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젊은 세대의 우경화 현상을 분석하는 칼럼을 실었다. 칼럼의 필자 폴 호케노스(Paul Hockenos)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재생 에너지 전문가이자 작가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5년 전 유럽연합이 마지막으로 투표했을 때에는 유럽 대륙 전역의 십대들이 대규모로 거리로 몰려나와 기후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었다. 당시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 삶을 결정하는 데 아무런 발언권도 갖지 못했다고 격노했다. 

“온난화가 해결돼 날씨가 선선해지면 등교하겠다.”

그들은 이렇게 외치고 수업을 빼먹는 것을 정당화하면서 기성 정치권을 열정적으로 조롱했다.

설문조사들은 대서양 양안 민주주의 국가의 젊은이들(18세~24세)은 우익보다는 개혁 성향이 강한 좌파 정당을 더 선호하는 것을 가리킨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 보수주의자들은 16~17세 젊은 유권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을 오랫동안 반대해왔다. 10대가 정상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고, 운전면허증이 있고, 연방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가장 어린 유권자들이 떼로 몰려나와 지구 온난화에 반대하며 관측통들이 ‘녹색 물결(Green wave)’이라 부르는 일종의 선거 혁명을 이뤄냈다. 독일 젊은이의 3분의 1이 ‘녹색당’에 투표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너무 많이 변했다.

지난 일요일에 끝난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독일의 투표 연령이 18세에서 16세로 낮춰진 뒤 치러진 첫 번째 선거였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벨기에, 몰타, 그리스에서도 16~17세 젊은층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막 성년의 문턱에 들어선 세대가 마침내 수십 년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수년 동안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문제에 대해 발언권을 갖게 된 것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D-Day) 80주년이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독일의 많은 초보 유권자들이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에 많은 표를 주었다는 사실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선거에서 16~24세 독일 유권자 중 16%가 AfD에 투표했는데, 이는 5년 전보다 11% 증가한 수치이다.(물론 대다수의 10대들은 극우 정당인 AfD에 투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득표율 증가는 놀라울 따름이다.)

당원들이 법으로 금지된 나치 슬로건을 반복하고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를 공공연히 입에 담는 AfD는 우파 ‘기독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CDU/CSU)’ 연맹과 거의 맞먹는 청년 표를 얻었고, ‘녹색당’보다는 훨씬 더 많은 득표수를 기록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민자 문제가 전 연령층의 많은 유권자들을 오른쪽으로 쏠리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AfD를 찍은 유권자의 95%는 독일이 외국인과 난민 유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중 상당수는 AfD가 핵심 의제를 피해가지 않는 한 극우 정당인지 아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후자의 주장은 AfD가 자신의 극단주의적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 사실과 맞물려 더욱 불안하게 한다.

선거 직전인 5월 20일, AfD의 당 대표 막시밀리안 크라는 나치의 악명 높은 준군사 부대였던 SS를 무조건 범죄자들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히틀러의 친위 엘리트들은 600만 명의 유대인 홀로코스트와 국내 정적 제거에 필수적 역할을 했다.)

막시밀리안 크라 독일 AfD 의원 [사진 = 연합뉴스]
막시밀리안 크라 독일 AfD 의원 [사진 = 연합뉴스]

크라 대표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이 물의를 일으키자 AfD는 그를 선거운동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그의 당 대표 자리는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 그를 둘러싼 다른 스캔들이 불거지자 AfD는 그를 새로운 유럽의원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AfD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보다 훨씬 급진적이지만, 이번 발언은 그 정도가 너무 과격해서 ‘유럽의회의 정체성과 민주주의 그룹(European Parliament’s Identity and Democracy group)‘조차 어쩔 수 없이 AfD를 연맹에서 추방했다. 프랑스 우파 정치인 마린 르 펜의 ‘국민연합’도 소속되어 있는 ‘유럽의회의 정체성과 민주주의 그룹’은 유럽 포퓰리즘 우익 정당들의 연합체이다.

올해 들어 AfD를 둘러싼 스캔들은 매주 불거지고 있다. 이 정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세력으로 독일 정보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 정보부는 정치 활동의 완전 금지를 명령할 수도 있다. 그리고 최근 독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의회 소속 AfD 당원 28명이 언어 폭력과 증오 선동을 포함한 폭력 관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명히 이러한 모습들은 차세대 독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여겨지는 정당의 정체성으로는 자격미달이다.

하지만 독일 젊은 유권자들의 이러한 반란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독일의 여론조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넓게 드러났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처하는 기성세대의 능력에 대해 좌절하는 것 같고, 이는 깊은 불안감으로 반영됩니다.”

『2024년의 독일 청년들(Jugend in Deutschland)』의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들에게 가장 핵심 과제는 돈, 취업, 건강, 주택 및 사회적 성공이다.

AfD는 이러한 문제 중 어느 것도 직접 다루지 않고, 이민자 반대와 유럽연합으로부터의 통제 완화를 만병통치약처럼 들고 나온다.

그리고 이는 독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의 최근 선거에서 가장 젊은 유권자들은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유럽연합 회의주의(eurosceptic) 정당들에 표를 더 많이 던졌다.

전문가들은 팬데믹과 소셜 미디어, 특히 틱톡이 무엇보다도 극우파에게 유리한 활동 무대를 마련했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 ​​젊은이들, 특히 역사 수업에서 나치 시절의 범죄와 마주해온 독일 젊은이들 사이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매우 우려스럽다. 그러나 BBC도 지적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백인, 남성, 대학 미진학자, 그리고 무엇보다 노년층으로 대표되는 극우 유권자의 이미지”가 장기적으로 바뀌었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젊은이들은 특히 충동적이고 감정적일 수 있으며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이 가파르다. 부진한 경제 회복, 그들에게 고통만 안겨준 팬데믹, 그리고 다른 위기들이 글로벌하게 중첩된 결과 생성된 그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극우 정치 세력은 이러한 문제에 해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만을 건설적으로 해소해야 한다.(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극우 유권자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번에 분노가 표출된 우파 성향의 반란은 민주주의 스스로 해법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화가 난다고 위험한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중에는 이 젊은이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보다 훨씬 더 나쁜 미래도 있을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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