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우리를 스파이 취급한다”...부동산 취득 금지에 분노하는 플로리다의 중국인들
[월드 프리즘] “우리를 스파이 취급한다”...부동산 취득 금지에 분노하는 플로리다의 중국인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6.18 06:17
  • 수정 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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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부동산 취득 금지법에 서명한 론 드 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 금지법에 서명한 론 드 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한 플로리다 주의 ‘Florida Senate Bill 264’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17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진 비안(31)은 작년에 고용주가 직접 출근으로 근무 형태를 바꾼 뒤 1시간가량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직장 인근에서 집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 같은 중국계는 부동산을 잘못 매수할 경우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단지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감옥에 가다니요.”

중국 난징 출신인 비안은 이렇게 말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집 매수는 아예 생각도 안 합니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을 하며 12년 동안 살고 있는 비안은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H-1B’ 비자를 소지하고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 산티스가 미국 영주권이 없는 중국인이 플로리다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한 후 거의 1년 전부터 그가 플로리다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범죄에 해당한다.

비안 등 플로리다 주민들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으로 인해 플로리다 주에 살고 있는 중국계 사람들 사이에 불안과 혼란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법 때문에 사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플로리다를 떠나는 것까지 고려 중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이 법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세계 최대의 두 경제 대국 사이의 긴장이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되고 있다.

비안은 플로리다 생활을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비안 혼자뿐이 아니다. ‘플로리다 상원 법안 264(Florida Senate Bill 264, 약칭 SB 264)’가 2023년 7월 1일 발효된 이후 영주권이 없는 중국인은 플로리다 주에서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중범죄로 징역형을 언도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판 매도자와 부동산 중개인도 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법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낍니다.”

중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이자 ‘플로리다 아시아계 미국인 정의 연맹(Florida Asian American Justice Alliance)’의 회장인 에코 킹은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중국인의 부동산 구입을 금지한 플로리다 주

‘SB 264’에 따라 러시아, 이란, 북한, 쿠바, 베네수엘라, 시리아 사람은 플로리다의 “군사 시설 또는 중요 인프라 시설” 10마일 이내에 있는 부동산을 구입할 수 없다.

특히 이 법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미국에 영구적으로 거주할 권리가 없는 중국인이 주 내 부동산 구입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드 산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위협인 중국 공산당(CCP)에 맞서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법은 현재 법정에서 정당성을 다투고 있지만, 다른 주들도 유사한 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과 협력해 플로리다 주를 고소한 변호사 클레이 주는 “플로리다 주는 소위 중국 공산당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수준을 훨씬 뛰어 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것이 인종, 출신 국가, 비자 상태에 따른 차별의 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법을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과 같은 과거의 차별법에 비유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과 일반 중국인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SB 264’는 “중화인민공화국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domiciled) 미국 시민이나 합법적인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의 “부동산 구매 또는 취득”을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소를 두고 있다”라는 용어는 법률로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

영주권을 소지한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중소기업 대표인 수잔 리(47)는 이 법안에 대해 알았을 때 “정말로 차별을 느꼈다”고 말했다.

비안과 마찬가지로 수잔 리도 이 법이 통과되었을 때 새 집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리는 미국의 합법적인 거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의논 끝에 법적 처벌 가능성 때문에 주택 구입 의사를 철회했다.

“귀찮은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지금은 포기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영주권을 갖고 있든, 시민권을 갖고 있든, 나는 여전히 중국인의 얼굴을 한 이방인일 뿐입니다.”

지난해 2월 4일, 미국이 정찰용이라고 주장한 중국 풍선이 미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미사일에 격추된 이후 추락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2월 4일, 미국이 정찰용이라고 주장한 중국 풍선이 미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미사일에 격추된 이후 추락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스파이일지 모른다는 의심의 눈초리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법안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점점 더 긴장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해 몬태나 주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이 발견돼 격추된 이후 중국 정부의 미국 내 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했었다.

틱톡(TikTok)과 같은 중국 기업 소유 앱이 스파이 활동에 사용된다는 주장(틱톡 측은 이를 부인함) 외에도 미국 국회의원들은 중국인의 미국 농지 구매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인은 미국에서 349,442에이커의 농지 및 비농업용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내 외국인이 보유한 전체 토지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공화당 소속의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위험한 적국인 중국 공산당이 버지니아의 농지를 소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건 상식입니다.”

그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비안에게 스파이일지 모른다는 공격은 너무나 부당하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는 이렇 말했다. 

“우리 중 99.99%는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을 뿐입니다.”

‘SB 264’의 여진

플로리다 주에서 모기지 대출 여신 회사를 운영 중인 테레사 진은 더 이상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이 아닌 고객들과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SB 264’에 들어 있는 “거주(domiciled)”에 대한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여신 회사는 테레사 진이 처벌을 두려워하여 거부했던 대출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법 때문에 너무 많은 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확실히 사업에 피해를 끼칩니다.”

변호사 클레이 주는 플로리다의 일부 모기지 대출 기관과 대출 중개업소들이 중국 여권을 가진 고객과의 상담을 거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합법적 거주자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해당자들은 자신들이 마치 중국 정부의 스파이처럼 의심받는다고 느낍니다.”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매우 불공평하고 미국답지 않습니다.”

시민권자인 테레사 진은 플로리다에 계속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SB 264’와 같은 법이 없는 다른 주에서 사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다.

수잔 리는 딸이 대학에 진학하면 플로리다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안은 이 법이 법원에서 불허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1~2년 안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면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는 이런 법이 없겠죠.”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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