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유럽의 우클릭 분위기 속에서 영국은 왜 중도 좌파를 선택했을까?
[월드 투데이] 유럽의 우클릭 분위기 속에서 영국은 왜 중도 좌파를 선택했을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7.07 06:55
  • 수정 2024.07.0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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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앞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부부 [사진 = 연합뉴스]
투표소 앞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부부 [사진 = 연합뉴스]

정당 의석수와 득표율이 한 세기 만에 최대 격차를 보이면서 현행 선거제도가 유권자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논란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영국 총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전체 650개 선거구 가운데 649곳에서 당선이 확정된 가운데 정당별 득표율은 노동당 33.8%, 보수당 23.7%, 영국개혁당 14.3%, 자유민주당(자민당) 12.2%, 녹색당 6.8%, 스코틀랜드국민당(SNP) 2.5% 등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확정된 정당별 의석수는 노동당 412석, 보수당 121석, 자민당 71석, 스코틀랜드국민당 9석, 영국개혁당 5석, 녹색당 4석 등이다.

노동당은 유권자 10명 가운데 3명 정도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는데도 전체 650석의 63%를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19년 만의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이번 영국 총선의 결과와 관련해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유럽 대륙이 전반적으로 우파 포퓰리즘 정당에 표를 몰아주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유권자들만이 ‘노동당’이라는 중도 좌파 정치 세력을 선택한 원인을 분석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영국이 중도 좌파 ‘노동당’에 의회 다수당을 넘겨주기로 한 선택은 유럽 전역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을 포함해 우파 성향의 의원들이 전례없는 숫자로 의석을 차지하는 역사적 결과가 나타났다. 그 결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난주 이뤄진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이 승리하며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주 네덜란드에서는 극우 인사들로 구성된 정부가 출범했다. 또, 이탈리아는 파시스트인 2차대전 전쟁 지도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가장 우파 성향인 지도자가 이끌고 있다. 이러한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이 우파 포퓰리즘 세력의 집권은 이제 더 이상 유럽 국가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처럼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원인은 종종 개별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폭넓게 말해서, 유럽 국가들 대부분은 경기 침체, 이민자 증가,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중 에너지 가격 문제는 부분적으로 탄소 배출 제로 정책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 게다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유럽 통합의 옥동자인 유럽연합(EU)을 국가적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유럽연합 회의론에 부채질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유럽 통합에 역행에 ‘브렉시트’ 국민투표까지 실시한 유일한 국가인 영국은 왜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는 선택을 한 것일까?

이번 영국 총선은 노동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국 우파가 결코 죽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 보수당은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선거 기간 동안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었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100석도 못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정말 그랬다면 대참패였을 것이다.

여론조사 기대치를 뛰어넘은 또 다른 정당은, 보수당을 오랫동안 괴롭히고 있는,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영국개혁당’이다. 패라지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으로도 잘 알려진 정치인이다. 또, 그는 수십 년간 영국의 유럽연합 가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인 끝에 브렉시트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여덟 번째 원내 진출 시도 끝에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영국개혁당' 당선인들 [사진 = 연합뉴스]
'영국개혁당' 당선인들 [사진 = 연합뉴스]

보수당은 금요일 현재 집계로 121석으로 줄어들었고 영국개혁당은 5석에 그쳤지만, 이 두 당의 전체 득표율을 합친 숫자는 노동당보다 많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영국 우파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영국개혁당’의 존재와 세금, 이민 등의 문제에 대한 패라지 대표의 압력은 이미 보수당을 더욱 오른쪽으로 몰아갔다.

패라지는 불법 이민자들, 특히 프랑스에서 소형 보트를 이용해 영국해협을 건너오는 사람들이 이번 선거 운동에서 핵심 이슈가 될 것이고 밝혔다.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결과 보수당은 논란이 많은 ‘르완다 정책(Rwanda policy)’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정책은 망명 신청자들을 나라 밖으로 내쫓은 다음 망명 신청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보수당은 이제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보수당 대표이자 총리였던 리시 수낵을 대신할 사람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은 당의 정체성에 집중될 것이다.

많은 보수당원들은 당이 좀 더 우경화하면 패라지의 표를 훔쳐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가 하면 패라지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믿는 당원들도 있을 것이고, 보수당을 파괴하는 데 수십 년을 보낸 사람과는 자리를 함께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개혁당’ 패라지 대표의 존재는 ‘보수당’ 지도부 선출에서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패라지는 보수당원이 아니면서 보수당을 자극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까지 패라지의 정치적 성공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않고 이루어졌다. 이제 그는 원내 입성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당 대표이자 새로운 총리가 될 키어 스타머를 최대로 괴롭힐 소수의 동료 의원들도 갖게 되었다.

이는 영국에서 통합된 우파가 탄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어쩌면 패라지의 우파 분열적 행보 때문에 노동당이 그렇게 큰 승리를 거두었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정치의 기현상은 득표율이 반드시 의석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의석은 지역구에서만 결정되며, 최다 득표자가 승자가 되는데, 50% 미만의 득표로 의원이 되는 경우가 흔히 나온다.

노동당이 압승한 가운데에서도 영국개혁당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극우 세력을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영국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동일한 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다.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새로운 총리로서 실패한다면,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국민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른 모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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