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복지천국’ 환상에서 탈출한 칠레... 포퓰리즘으로 만성 인플레 늪에 빠진 아르헨티나
[글로벌 포커스] ‘복지천국’ 환상에서 탈출한 칠레... 포퓰리즘으로 만성 인플레 늪에 빠진 아르헨티나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17.12.24 06:30
  • 수정 2017.12.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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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피녜라 전 대통령


박예은 기자= 칠레 대선에서 우파인 피녜라 전 대통령이 승리하는등 브라질, 페루에 이어 남미에서 우파 열풍이 불고 있다. 반면 여전히 포퓰리즘 정책을 지속하는 아르헨티나는 만성 인플레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칠레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피녜라 전 대통령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칠레 경제를 개혁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 미첼 바첼레트 정권의 사회복지 정책 의도 자체는 좋았지만 그 재정은 결국 기업에서 나오는데 정작 그 기업들을 너무 홀대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4년간 복지를 내걸고 칠레를 통치했던 좌파정권이 선거에서 패함에 따라 칠레가 다시 기업가 출신이 다스리는 우파정권으로 넘어간 것이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빗대 '칠레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경제 회복과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변화를 호소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기업인 출신답게 140억달러(약 15조8550억원)에 달하는 에너지·사회간접자본·보건시설 투자와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세제 개혁, 연금 개편 등의 친시장 공약도 내걸었다.

피녜라는 칠레의 민주주의 회복 이후 20년간 계속된 중도좌파 집권 시대를 끝내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통령을 역임한 바 있다. 2014년 정권을 내놨던 피녜라가 4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셈이다.

칠레 국민은 복지를 강조하면서 도로 건설 등 공공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가 부재했던 게 좌파정권의 패착으로 분석했다.

한 시민은 “인프라가 활성화해야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바첼레트 정부에서는 일하지 않으려는 '게으름병'으로 국민은 일찍 퇴직해 연금으로만 생활하려 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복지 정책을 선호하지만 재정 확충 없이 어떻게 지속할 수 있겠느냐"며 "기업인 출신 피녜라의 당선으로 칠레 경제가 빠른 성장과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초 중도좌파 여당 연합 단일 후보인 기예르 상원의원을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 젊은 층도 피녜라 후보 편이었다. 박빙 승부가 예상됐지만 압도적 표차가 벌어진 이유다.

피녜라는 남미에서 손꼽히는 부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피녜라의 자산은 27억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녜라는 지상파 방송인 칠레비시온과 인기 축구클럽 콜로-콜로 등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피녜라는 2014년 퇴임 당시 경제 불평등 악화와 교육 정책 실패 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했지만 바첼레트 정권이 경제난 등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자 다시 기회를 얻었다.

1999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당선을 시작으로 남미에서는 20년 가까이 좌파정권이 맹위를 떨쳤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영향으로 최근에는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피녜라의 이번 승리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에 이어 칠레에서도 우파정권이 탄생하게 됐다.



한편 여전히 좌파적 정책을 지속하는 아르헨티나는 만성 인플레 늪에 빠졌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 위치한 문화부 청사. 차관실 직원들은 분주히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관실 분위기 이면에는 반전이 있었다.

이날 출근한 직원들은 실제로 출근해야 할 인력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월급 명단에 이름만 올려놓은 채 출근 도장을 찍은 적이 없는 이른바 '유령 직원'들이다.

지금의 사태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정부가 7년 전 도입하기 시작한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플란 아르헨티나 트라바하)'에서 비롯됐다. '페로니즘'을 적극 옹호할 뿐 아니라 스스로 아르헨티나 빈곤층의 '성녀' 에바 두아르테 페론 전 영부인의 이미지를 자처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에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규모로 조성했다. 전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정부가 출범한 2003년 당시 26만6000여 명 수준이었던 공무원은 2015년 40만명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그렇게 고용된 실업자 출신 공무원 중 절반 이상이 '뇨키'로 불리는데 업무가 없거나 출근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게 됐다는 인식은 아르헨티나 사회 전반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켰다.

키르치네르·페르난데스 좌파 정권이 슬로건으로 내건 '승리의 10년' 동안 포퓰리즘 정책은 지속적으로 쏟아졌다. △전기·휘발유·물·대중교통 보조금 지급 △실업자 부모의 자녀 양육수당 지급 △학생들에게 전자기기 무상 지급 △무주택 가정 집세 보조금 △빈곤층 무상 주택 지원 △연금 수령액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에 관련 복지정책 지출은 52%나 상승했다.

이로 인해 국가재정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의 공공지출은 200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7.4%에서 2015년 37.8%로 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기업들을 쥐어짜 2004년 18%였던 조세부담률은 2014년 26.7%까지 상승했다. 세금 조달로도 모자라 2006년부터 중앙은행의 자산과 사회보장자금까지 끌어썼다.

현지 유력 일간지 클라린은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1982년 이래 역대 최고의 재정적자(GDP의 7.2%)를 유산으로 남기고 퇴임한 대통령으로 기록했다.

정부가 복지정책 자금 충당을 위해 마구 찍어낸 돈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빈민층을 위한다는 포퓰리즘 정책이 되레 중산층을 빈곤의 늪에 빠뜨렸다. 2007년부터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율은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최근 6년간 최소 24%에서 지난해 최대 46%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인들의 '달러 사랑'과 개인금고 시장은 활황세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UBA) 재학생 가브리엘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틈틈이 달러 지폐를 모아 집 안 옷장이나 침대 밑에 보관해두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치안 불안과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kbs1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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