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31) ‘종이호랑이 안된다’ 미국 반격에, 신군부 ‘미국 믿을 수 없다’ 민족주의 부추겨
청와대-백악관 X파일(31) ‘종이호랑이 안된다’ 미국 반격에, 신군부 ‘미국 믿을 수 없다’ 민족주의 부추겨
  • 특별취재팀
  • 승인 2018.01.15 05:30
  • 수정 2018.11.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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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3월 말 계엄사령관 전두환(오른쪽)은 스스로 중앙정보부장 겸직을 통고하고 4월 14일 ‘중정부장 서리’에 취임해 사실상 실권을 장악했다. 사진은 3월 1일 청와대에서 최규하 대통령(왼쪽)에게 중장 진급 신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1980년 3월 말 계엄사령관 전두환(오른쪽)은 스스로 중앙정보부장 겸직을 통고하고 4월 14일 ‘중정부장 서리’에 취임해 사실상 실권을 장악했다. 사진은 3월 1일 청와대에서 최규하 대통령(왼쪽)에게 중장 진급 신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특별취재팀] 셀프 중장 승진과 함께 보안사령관-중앙정보부장 겸직으로 ‘양대 국가정보기관 장악’이라는 기습 공격을 당한 미국은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은 12.12 쿠데타 직후부터 ‘정승화 사령관만 조사하고 나면 원래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두환의 약속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믿는 쪽에 보다 기울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룰(Rule)과 약속을 중시하는 미국 정치와, 권력 쟁취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한국 정치의 차이이기도 했다.

존 위컴 한미연합사령관, 로버트 브루스터 CIA 한국지사장은 미국이 전두환의 행동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종이호랑이’로 비쳐질 것이라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의 견해에 동의했다.

셋은 미국의 기본적인 이익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할 방법에 대해 숙의를 거듭했다.

하지만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전두환을 직접 공개적으로 비난하면 군부 내에 불안을 조성해 역쿠데타 움직임이 다시 일어나는등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한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도 할 수 없었다.

▶미국의 카드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 연기와 CIA국장의 한국 방문 최소’

여러차례 논의 끝에 이들은 워싱턴에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 연기와 CIA국장의 한국 방문 최소’를 건의했다.

사실 이는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양국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는 한국군에 대해 미국이 매년 승인 도장을 찍는 일로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이 회의는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노력 이후 한국군이 위안을 얻고 미국의 지원을 확인하는 자리로 정착돼 있었다.

미국이 12.12 사태 후 안보협의회 일정 조정을 연기했을 때도 전두환 신군부는 강력하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 이후 미국이 태도를 완화해 80년 6월로 잠정결정하자, 신군부가 안도했었는데 미국이 이 회의를 다시 연기하겠다는 카드를 만지작 거렸던 것이다. 미국은 회의를 6월로 연기하되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워싱턴은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전두환을 만나 미국측 입장을 전달하라고 승인했다. 또 위컴 사령관에게 같은 내용을 주영복 국방장관에게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우선 최규하 대통령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 4월 18일 청와대를 방문했다.

“군인인 전두환 장군이 민간분야까지 세력을 뻗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는 일은 없겠지만 미국의 상징적인 조치들이 대통령이나 전두환, 신군부 세력들에 의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기 바랍니다.” (글라이스틴 대사)

“대사께서 상황을 좁은 시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각종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데, 정부에 물리적 힘이 필요합니다. 학생 시위와 노동자들의 소요가 과격해지는 것을 막지 않으면 극우세력의 반발을 초래해 정치개혁의 희망이 무산될 것입니다. 전두환 신임 중정부장은 경찰에 힘을 보태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규하 대통령)

“솔직히 말씀드리면 12.12 사태 이후 전장군의 말이 자꾸 바뀌어 이제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의 진짜 속내를 믿지 못하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우려할 것은 극단주의자들이 아니라 온건한 국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라이스틴 대사)

▶신군부, 전두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미국으로 돌리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대통령 면담 후 “최 대통령은 전두환 장군의 중정부장 임명을 본인의 계획이 아니라 마지못해 택한 것으로 보였고,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고립된 지도자 같아 보였다”고 국무부에 보고했다.

위컴사령관도 주영복 장관을 만나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주장관은 한술 더 떠서 “미국이 군사적 동지를 저버리고 과격분자들의 소요사태를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최규하 정부, 신군부의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얼마 후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가 연기됐다는 일본의 언론보도가 나왔다. 한국 정부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강경 항의하며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며 군부 내 민족주의적 감정에 불을 당겼다.

신군부측은 이 사건을 전두환에 대한 한국민들의 분노를 미국으로 돌리는데 이용했던 것이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을 직접 만나기로 했지만, 4월 15일 면담 요청에 회신이 업어 18일 재차 요청해 25일로 정해졌다. 그러나 당일 ‘바쁘다’는 연락을 받고 일정을 일주일 연기했다.

면담이 연기되는 동안 전두환은 박동진 외무장관, 김용식 주미대사, 손장래 중정 워싱턴 지부장 등을 통해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가 예정대로 개최돼야 한다’며 필사적으로 로비를 시도했다.
[특별취재팀= 최정미, 최석진, 박정우 기자]

<참조 문서>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EOUL19408_e.html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EOUL19204_e.html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TATE281946_e.html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EOUL19088_e.html

http//wikileaks.org/plusd/cables/1979STATE320837_e.html

▷Massive Entanglement, Marginal Influence / William Gleys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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