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칼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모비스에 거는 기대
[WIKI 칼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모비스에 거는 기대
  • 김 완묵
  • 기사승인
  • 최종수정 2018.05.1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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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EV에 적용된 현대모비스의 디지털 클러스터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글로벌 경쟁의 강도가 높아지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국GM이 최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회생의 길을 마련했고, 현대차그룹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를 마련한다.

한국GM은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설치하고, GM과 산업은행이 7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경영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본사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힌 이후 혼돈에 휩싸였던 한국GM은 부족하나마 중장기 생존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맏형 구실을 하며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29일 열리는 현대차그룹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의 보통주 10억 달러 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엘리엇의 지분은 1.6% 수준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지분이 현대차 46%, 기아차 38%, 현대모비스 47%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주주의 50% 이상이 참석하고 이 중 3분의 2 찬성을 얻아야 한다는 점에서 외국인 지분은 3사에서 모두 비토권을 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고리로 차익을 노리려는 헤지펀드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어렵게 마련한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결단은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는 격랑에 휘말릴 수 있음은 물론,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지경에도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은 주주들이 단기의 시세 차익에 연연하기보다는 중장기 미래 비전을 보고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엘리엇의 문제 제기에 흔들리지 않고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길을 확실하게 걸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현대모비스 분할 후 존속하는 현대모비스를 통해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고 발전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와 같은 미래 기술 확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룹 내 완성차 부문인 현대·기아차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모비스가 핵심 기술 중심 회사로서 이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3개 주력사업(모듈, AS, 핵심부품·투자) 가운데 모듈·AS 사업 등 기존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넘겨주는 대신 남는 현대모비스의 핵심부품 및 투자 사업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미래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 4~5개 유망한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 계획도 갖고 있음을 밝혔다.

이런 구상은 사실 지난해 현대차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중국 시장에서, 신형 차 출시 부진으로 미국에서 점유율이 급락하던 당시 많은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단초가 되는 것으로 환영받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정부가 제시한 방향대로 단순화하고 또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도 납부해 사회적 책임도 다 한다는 방침이다.

더우기 애플, 구글 등 세계적 IT 기업들까지 가세해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비) 부문에서 미래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구상은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드는 상태다. 정 부회장은 특히 현대모비스의 미래차 부문은 '황금알을 낳게 될 거위'라고 표현하면서 독일 보쉬, 일본 덴소, 미국 델파이와 같은 수준으로 키워 완성차 경쟁력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사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완성차가 끄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신 기술경쟁이 부품 부문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좋은 성능을 지닌 차세대 부품을 장착한 완성차가 미래차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진단은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 부회장이 언급한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보다 더 ICT 회사답게 변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 대목은 정확히 미래를 꿰뚫어 본 안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역할을 앞으로 분할 후 남게 되는 현대모비스에 맡기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모비스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미래차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선도하는 회사로 혁신을 거듭할 것"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회사가 밝힌 지배구조 개선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줄 것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경영 승계를 위한 눈가림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런 시각에서 조금 벗어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미래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 날로 악화되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직시하며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노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최근 수출과 내수 시장에서 모두 고전하며 뚜렷한 반등 조짐도 보이지 않은 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하락은 물론 한국 제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전후방 산업으로 파급효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할 때 그 중요성이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 국내외에서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근간으로 파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와 업계가 지금보다 더 집중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단기적인 시세차익에 몰입하는 데 익숙한 헤지펀드 엘리엇의 주장보다는 현대차그룹이 미래를 위해 내던진 지배구조 개선과 발전 방안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kwmm307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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