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핵 전문가들이 보는 북한 비핵화의 난제들
[WIKI 프리즘] 핵 전문가들이 보는 북한 비핵화의 난제들
  • 최 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18.07.1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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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기의 핵무기 보유 추정..비핵화 확인 난항 불가피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이라는 세계적 쇼를 연출한 이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연일 김정은을 추켜세우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물리학자인 마크 뷰캐넌은 블룸버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과학자의 입장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왜 어려운지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마크 뷰캐넌은 물리학자이면서 작가로 과학 관련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뷰캐넌은 트럼프가 사실이 아닌 말들을 많이 하지만, 김정은과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말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비핵화에는 적어도 1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국가가 핵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적 인프라를 포함해서 핵무기 전체를 폐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북한은 약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핵무기들을 폐기하는 데는 몇 주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원심분리기 등의 다른 기술 및 지하 시설을 포함한 핵실험 시설들을 폐기하는 데는 그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비핵화에서의 가장 어려운 난제는 상대방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 비핵화를 요구하는 상대방이 수긍할 정도의 확인이 가능하냐에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 과정에 수많은 어려움들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지니고 있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북한이 외국의 사찰단 앞에서 25~30기 정도의 핵무기를 폐기한다고 해도 그들이 자국 여기저기에 산재한 지하 시설에 얼마나 많은 핵무기들을 대피시켜놓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난 핵시설들을 사찰하고, 과거 핵 활동 이력을 점검할 수는 있겠지만 과거 이력들은 얼마든지 왜곡, 조작될 수 있다.

또한 핵 전문가인 스콧 캠프가 최근 주목하듯이 다른 문제들도 많다.
다른 국가들은, 북한에 이미 폐기한 것들 외에 또 다른 우라늄 분리 시설들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들은 지하 터널에 손쉽게 감출 수 있다.
 
이 시설들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열추적장치나 화학물질 방출 추적장치를 통해 감지해내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추적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확인이 곤란한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많은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했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북한의 주장을 누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그동안 북한이 실행한 다양한 핵실험들에 얼마나 많은 양의 핵물질들이 실제로 사용되었는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북한에 얼마나 많은 핵물질들이 남아있는 지와 관련하여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핵폭발에는 지극히 소량의 핵연료만이 사용된다. 과학자들은 지진 데이터를 사용하여 북한이 시행해온 다양한 실험들에서 폭발 위력을 측정할 수는 있지만 얼마나 많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연료가 실제로 사용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북한은 실제 사용된 양보다 많은 양이 사용되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적지 않은 양을 저장고에 빼돌릴 수도 있다.
 
 
그래서 목표로 한다고 해도 북한의 실재적인 비핵화는 빠른 시일 내에 완수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떠들썩한 정치적 행사를 통해 성취될 문제가 아니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룩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신뢰는 그 본질상 지속적인 상호 교류와 성공적인 협력을 통해 천천히 찾아온다.
그동안 상대방에 대해 품고 있던 불신에 비추어 보면 미국과 북한의 앞길은 가시밭길에 가깝다.
 
스콧 캠프는 미국과 북한 간의 그동안의 상호 불신을 근거로, 북한의 비핵화 선언에 고도의 신뢰성을 부여하기에는 적어도 10년은 걸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25년 전 미국 정부가 일단의 물리학자들을 동원해 효율적인 핵검증에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해본 이래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검증에는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결론을 냈었다.
 
“검증은 분명 완전하지 않을 것이며......이는 기술적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매우 독특한 과정을 거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민당’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새로 탄생하는 ‘아프리카 민족의회’에 핵무기를 넘겨주기 싫어서 국제 사찰단에 핵시설들의 접근을 손쉽게 허락해버렸다.
 
만일 트럼프와 김정은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슷한 성취를 이룬다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겠지만 상호 내재된 난제들과 두 지도자의 예측 불가능한 기질들 때문에 앞길은 험난할 것이다.
어쩌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예측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한계를 더욱 넓힌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통제하는 정도일 수도 있다.

dtp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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