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노르망디에서 전사한 쌍둥이 마침내 함께 잠들다
[WIKI 프리즘] 노르망디에서 전사한 쌍둥이 마침내 함께 잠들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6.22 08:06
  • 수정 2018.06.23 0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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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에서 전사한 쌍둥이 입관식이 진행되고 있다. [유투브 캡처]
노르망디에서 전사한 쌍둥이 입관식이 진행되고 있다. [유투브 캡처]

미국은 자국 전사자들을 끝까지 챙기기로 유명하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국가적 신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북미대화의 와중에도 미군유해 송환을 요구하는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이를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통과 관련, 전 세계인의 감동을 사고 있는 미담 기사가 보도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화요일 늦은 시각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위치한 미군 묘지(Normandy American Cemetery and Memorial). 티 한 점 없이 말쑥하게 정돈된 묘역에는 대부분의 참배객들이 참배를 마치고 돌아간 뒤 정적이 감돌았다.

이곳에 성조기로 감싼 금속관을 사이에 두고 대여섯 명의 피에퍼(Pieper) 일가가 모여 있었다. 묘역에 잠들어있는 9,387기의 흰 대리석 묘비에서 비추는 은은한 빛을 받아 참석자들의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차례대로 관 위에 붉은 장미를 헌화했다. 관 안에는 오래전에 사망한 그들의 가족 줄리어스 피에퍼(Julius Pieper)의 유해가 놓여있었다. 줄리어스 피에퍼는 정확히 74년 전 노르망디 해안에서 사랑하는 쌍둥이 형제인 루드위그(Ludwig)와 함께 전사했다. 루드위그는 집 안에서는 ‘루이(Louie)’로 더 잘 통했었다.

  “두 영혼이 다시 만날 것이라는 사실은 저 하늘의 별들에 아로새겨졌지만, 그것이 정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에요.”

남동생 딘과 네 명의 사촌들과 함께 둘러섰던 피에퍼 형제의 조카 수잔 로렌스가 말했다.

“삼촌 둘이 같은 배에서 함께 싸웠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은 반드시 함께 묻혀야하지요.” 그녀는 덧붙였다.

로렌스는 삼촌들이 합장되는 순간을 보기 위해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노르망디까지 날아왔다. 살아서 떨어질 수 없었던 쌍둥이 형제는 이제 오마하 해안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콜레빌쉬메르에 있는 미군 묘지에 나란히 묻히게 되었다. 그러나 전직 해군병사였던 두 사람의 유해는 70년 이상 600킬로미터나 떨어져있어야 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개시되고 13일이 지난, 1944년 6월 19일 네브래스카 출신의 형제는 영국 팰머스 해안을 출발해 프랑스의 오마하 해안에 진입하는 상륙정 523호에 승선 중이었다.

가뜩이나 폭풍우가 심하고 강한 파도가 평평한 상륙정 바닥을 강타하는 와중에 상륙정 523호는 독일의 수중기뢰를 맞고 수분 이내에 침몰하고 말았다. 이때 피에퍼 형제를 포함하여 100여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루이의 시신은 이내 발견되고 신원이 확인되어 인근 묘역에 안장되었다. 그러나 줄리어스의 시신은 확인 불가 상태로, 그 이름만이 행방불명자 명단(the Wall of the Missing)에 새겨져있었다.

오랫동안 피에퍼 가족들은 줄리어스의 시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래왔다. 하지만 실마리는 2015년이 되어서야 풀렸다.

네브래스카 주의 고등학생 바네사 타일러는 과제로 주어진 역사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피에퍼 형제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바네사는 ‘전쟁포로 및 실종자 수색국(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에 문의를 해서 줄리어스 파일을 입수했다. 2년 뒤, DNA 테스트 결과 1961년 프랑스 잠수부가 침몰된 배의 통신실에서 발견한 유해와 행방불명이었던 통신병과 같은 인물임이 입증되었다. 이 통신병의 유해는 벨기에의 누빌에 있는 미군 묘지에 ‘무명용사 X-9352’라는 이름으로 안장되어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

  “기적에 가까운 믿을 수 없는 우연의 일치입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미군 묘지들을 관리하는 미군전쟁기념위원회(American Battle Monuments Commission)의 팀 노잘 대외국장은 말했다.

“이 여학생의 관심이 없었다면 두 유해 사이의 상관성을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는 끝으로 덧붙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겁니다.”

미 육군이 이 독특한 발견을 피에퍼 가족에게 통보했을 때 수잔 로렌스의 어머니는 눈물을 터뜨렸다. “어머니 어깨 위의 무거운 짐이 벗어지는 순간이었지요.” 로렌스는 회상했다. “두 사람의 시신 중 하나가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이 항상 어머니를 괴롭혀왔어요. 어머니는 나머지 한 명의 삼촌의 유해가 발견되고 드디어 둘이 합장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지요.”
 
▶가장 친한 친구

 “쌍둥이는 매우 친밀했습니다. 마치 가장 친한 친구 사이 같았지요. 항상 붙어 다녔어요. 한 사람이 아프면 다른 사람도 아팠어요.”

로렌스는 그녀 어머니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녀 어머니는 쌍둥이 오빠들이 전사했을 때 겨우 15살이었다.

 “어머니는 네브래스카에서의 어린 시절에 대해 늘 말하곤 했지요.” 로렌스의 남동생 딘이 거들었다. “어머니는 오빠들이 징집되어 전장으로 떠나는 날을 정확히 기억했어요. 삼촌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겼답니다.” 오마하 해변과 영국 해협의 회색 물결을 바라보는 딘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는 마지막 말을 이렇게 읊조렸다. “삼촌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떠올리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애석하게도, 쌍둥이 형제의 여동생 매리 앤 로렌스는 오빠들이 합장되는 순간을 볼 수 없었다. 매리 앤 로렌스는, 노르망디 행을 며칠 앞둔, 금년 5월, 88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어머니는 우리가 여기에 와있는 것을 아실 거에요.” 딘 로렌스는 말했다.

“이것은 한 이야기의 끝이자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줄리어스와 루이 피에퍼 삼촌들이 마침내 나란히 안식에 들 수 있음에 안도하며 수잔 로렌스는 말했다. “우리는 나머지 다른 가족들과 이곳에 다시 오기를 희망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그들의 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가족들의 기억도 소중히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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