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세계 대통령 중 최고의 막말 챔피언은?
[WIKI 프리즘] 세계 대통령 중 최고의 막말 챔피언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6.27 16:55
  • 수정 2018.07.01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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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연합뉴스]
신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연합뉴스]

정치인들의 막말은 비난받기도 하지만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열광시키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의 막말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와 논란을 빚지만 '세계 최고의 막말 챔피언'을 꼽으라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아닐까?

1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신을 비하하는 언사를 사용함으로써 가톨릭 교단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톨릭교도인 필리핀에서 로마가톨릭교회는 정치적으로 막강한 위세를 자랑한다. 최근 필리핀 가톨릭 교단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종교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가 감히 입 밖에 내지도 못하고 글로 쓰지도 못하는 모욕적인 언사를 신을 향해 퍼붓고 있습니다.” 

교구의 신자들을 향해 발표한 성명에서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심지어 모태신앙의 본거지인 이 교회를 떠나도록 도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레가스 대주교는 지난 주 금요일 이루어진 두테르테 대통령의 연설을 비난하며 이 성명을 발표했다. 금요일의 연설에서 두테르테는 "신은 왜 아담과 이브를 창조해놓고 그들이 유혹에 빠지도록 했느냐"며 성경의 창조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었다.

 “이런 멍청한 신의 정체는 도대체 뭔가? 진짜 멍청한 놈(son of a bitch)이 아닌가. 이런 신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정말 믿을 수 있나?”

두테르테는 이렇게 욕설까지 섞어가며 신을 비난했다.

이런 식의 막말은 입담이 거칠기로 소문난 대통령에게는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그 막말을 신에게까지 퍼부은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구의 80% 가량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자들조차 이번 막말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미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원죄’라는 개념은 ‘대단히 어리석은 설정’이라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빌레가스 대주교는 “우리는 두테르테 영혼의 치유를 위해 기도하며 신이 그를 용서하기를 기도하지만 그의 잘못만은 분명하게 꾸짖어야 한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그는 "우리가 믿는 신앙의 진리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상원의원인 리사 혼티베로스는 두테르테가 신을 비난한 것은 행정부의 무능과 부패로부터 대중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마약과의 전쟁을 놓고 가톨릭교회와 마찰을 이어오고 있다. 가톨릭의 주교들은 정부가 벌이는 마약 사범 일제 소탕령에 반기를 들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2년 전 취임한 이래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경찰이나 자경단원들에 의해 수천 명이 희생되었다.

가톨릭교회는 이러한 살인 행위를 고백·증언하는 경찰관들을 보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으며, 지난해에는 경찰의 총에 사망한 세 명의 십대들을 기리는 대대적인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 시위로 두테르테는 마약과의 전쟁을 일시 중지하도록 지시하기도 했지만 12월에 재개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신부들이 여자들과 섹스를 즐긴다며 교회의 위선을 줄기차게 비난해왔다. 그러다가 이번 달 가톨릭 신부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지난 해 12월 이후 세 번째로 희생된 신부) 빌레가스 대주교는 그러한 비난이 신부들을 향한 공격을 부추긴다고 두테르테를 향해 가톨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두테르테는 이를 거절했다.

지난 4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사범 소탕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패트리시아 폭스라는 호주 출신 수녀의 체포와 추방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리핀 법무부는 '이민국이 이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명령을 거부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로지 행복만을 추구하는 새로운 종교를 창시해 내가 교주가 되는 꿈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농담처럼 던진 적이 있다.

세계적 권투 챔피언이었던 매니 파귀아오 상원의원을 포함한 많은 정치적 지지자들은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신교)이다. 그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또한 필리핀에서 상당한 정치적 힘을 소유한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라는 기독교(신교)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복음주의 기독교 필리핀 위원회’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향한 비난에 가담하며, 대통령에게 ‘기독교 신앙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종교적인 배척이 적의를 낳고 폭력을 부추긴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필리핀에 있는 약 3만 여개의 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한다고 밝힌 ‘복음주의 기독교 필리핀 위원회’는 주장했다.

한편 두테르테의 대변인 해리 로크는 "사태가 악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두테르테의 메시지를 전하며, 정부는 가톨릭교단과의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단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로크 대변인은 “국가와 교회의 권력 구조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굳이 대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대통령은 대화의 문을 열어놓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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