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젠이 예상대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회계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9일 공시에서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49.9%로 올라가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 경영체제에 돌입한다.
바이오젠은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었다. 기존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4.6%, 바이오젠이 5.4%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콜옵션 행사에 따라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취득과 관련한 국가별 기업결합 신고 절차에 돌입한다. 콜옵션 행사 계약은 약 3개월 후인 9월 28일 이전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콜옵션 처리절차가 완료되면 삼성바이로직스는 현재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1956만7921주 중 922만6068주를 바이오젠에 양도한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당 5만원과 그간의 이자 금액을 더해 9월 28일 기준 7486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바이오젠의 지분율은 5.4%에서 49.9%까지 늘어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바이오젠이 얼마만큼의 차익을 얻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치평가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대체로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노무라증권은 22조6000억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최초 투자 금액이 약 49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8000억원으로 10조원에서 23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지분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앞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공동 경영체제로 운영된다. 이사회는 양사 동수로 구성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미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2%를 갖지 않으면 누구도 이사회 결정권을 가질 수 없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에 따른 파생상품부채로 반영된 1조9335억원이 완전히 사라져 부채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88.6%에서 35.2%로 떨어질 전망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두 회사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이클 보낫소스 바이오젠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콜옵션 행사는 주주들에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중요한 관계를 구축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그간 "분식회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감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고 증권선물위원회에 조치를 건의한 상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미국 바이오젠사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회계 처리 변경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kwmm307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