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창립 40년 눈 앞에 둔 이랜드그룹…‘이랜드 스피릿’으로 뛴다
[FOCUS] 창립 40년 눈 앞에 둔 이랜드그룹…‘이랜드 스피릿’으로 뛴다
  • 유 경아 기자
  • 승인 2018.07.04 05:57
  • 수정 2018.07.04 0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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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 박성수 회장의 '제2의 도약' 전략 기대

오는 2020년 창립 40주년을 눈 앞에 둔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이 내년 상반기 이전에 주력 기업을 상장한다는 목표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부채비율을 150%대까지 낮춰 자본 건실화부터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랜드그룹(이하 이랜드)은 크게 △이랜드월드(패션) △이랜드리테일(유통) △이랜드파크(호텔·레저·외식) 등 '삼각편대'로 구성됐다. 그룹의 주축인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는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최근 잇따라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됐다. 이랜드리테일은 기업신용등급이 6월 기준 BBB0에서 BBB+로,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은 기존 A3 0에서 A3+로 상승했다.

이랜드월드는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3-에서 A3 0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 이랜드는 올해 중 1조원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쳤다.

자본 건실화 작업 중 하나인 유휴 부동산 매각도 활발하다. 올해 초 SK 계열사 비앤엠개발에 켄싱턴제주호텔과 상록호텔 부지를 128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랜드는 1980년 9월 23일 이화여대 광생약국 앞 작은 보세 옷 가게 ‘잉글랜드’로 태동했다. 불과 10여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이랜드는 38년 만에 국내 계열사, 판매사 직영 직원 5만명, 해외 5만명을 거느린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1986년 법인화 당시 66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10조원 규모로 수직 상승했다. 무려 1500배가 넘는 규모다.

현재 주력 계열사인 이랜드월드는 지주사 체제의 중심과 더불어 그룹의 태동인 ‘패션’ 부문을 겸하고 있다. 지주부문은 김일규 대표가, 패션부문은 정수정 대표가 각각 맡고 있다.

김일규 대표는 지난달 이랜드그룹의 커뮤니케이션실 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그는 패션사업부와 생산, 글로벌소싱 등을 거친 후 미국과 영국 등 해외 법인장을 지냈으며 그룹 전략기획실장, 미래사업부문 비즈니스그룹장, 이랜드건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 김일규 대표가 보는 박성수 회장의 경영 비결

김일규 대표는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이랜드와 인연을 맺어 최고경영자에 오른 박성수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박 회장과 대학 성경공부반에서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는 “박 회장이 짧은 기간 급성장한 비결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도경영과 지식경영이 그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수 회장의 정도경영 철학은 다른 그룹 총수들의 '선언적 개념'과 차이가 크다. 크리스천으로서 아무리 관행이라도 잘못된 것이면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왔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마포 사옥을 구입했던 당시의 일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택은 물론 빌딩을 사고 팔 때도 구입가격을 낮춰 쓰는 ‘다운(Down) 계약서’가 일반화 돼 있었다. 이는 파는 측이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위한 것이었고, 사는 측도 취득세를 낮출 수 있어 전국적으로 관행처럼 돼 있었다.

“박 회장께서는 이러한 관행이 잘못된 것이라며 서울 시내 건물 중 정확하게 매입 가격을 쓸 수 있는 건물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는데, 당시 여러 매물 중 유일하게 마포구 와우산 밑의 홍익공업전문대학 건물만이 정확하게 매입가격을 신고할 수 있는 곳으로 보고되자 1989년 그 곳을 사옥으로 매입했습니다.”

이같은 경영적 결단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랜드는 30여년의 마포 사옥시대를 마감하고 2020년 40주년을 맞아 마곡사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박 회장은 또 사업 초기부터 독서를 통한 사원 경쟁력 향상을 추구해왔다. 언론에서 ‘지식경영’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10여년 전부터 지식경영을 실천했던 것이다.

이랜드 마포사옥
이랜드 마포사옥

피터 드러커를 비롯한 세계 석학, 기업인들의 경영서를 거의 일주일에 한권씩 책을 읽고 팀별로 소감을 발표하게 했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남들이 축적해놓은 경험과 지식, 판단력을 흡수할 것이라는 취지에서였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50인,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 헝그리정신, 불가능은 없다,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내가 연봉 18억을 버는 이유, 로마인이야가, 오다 노부나가, 하버드식 외교술 협상, 세븐일레븐의 유 통혁명, 세계 최고 리미티드사의 성공비결, 월마트의 성장전략... >

박 회장이 추천한 책은 경영서는 물론 자기개발서, 역사 교훈서, 협상전략, 사업전략 등 상상을 뛰어넘는 폭과 깊이에 이른다.

그의 이같은 독서경영은 젊은시절 수년간 근육무력증을 앓게 되지 누워서 책을 2천여권 독파하면서 책의 중요성을 깨달은데 따른 것이었다.

박 회장이 필독을 강조했던 책 중 하나가 ‘기적의 사과’였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농민 기무라 아키노리가 10년간 토양을 연구해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썩지도 않는 사과를 생산하게 됐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인데, 기업 조직도 유기농 토양처럼 건강하고 창조형 시스템으로 바뀐다면 급성장할 수 있게 됐다고 믿었던 것이다.

박 회장의 독서경영 방침에 따라 중국에 발령받는 직원들은 미리 중국 현지를 여행하는 것은 물론 100여권의 읽어야 했다. 자연히 중국에 진출하자마자 현지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중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줄줄이 풀어놓곤 했다.

이같은 지식경영은 자연스럽게 ‘이랜드 정신’과 연결됐다.

‘이랜드 정신’은 이랜드가 직원 13명이었을 때 워크숍 자리에서 만들었다는 18가지 항목을 정리한 것으로, 회사의 모든 결정 과정에서 이랜드 스피릿에 부합되는지 여부가 기준이 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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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직원들과 소통 중인 박성수 회장

‘이랜드 스피릿 18’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 중심·믿음 중심·말씀 중심 △캔 두 스피릿(할 수 있다) △월드 비전 △돈보다 일 중심 △일보다 사람 중심 △미래지향적 사고 △절약 정신 △상인 정신 △재능보다 성실 △배우려는 자세 △정돈·청결·위생 △감사 정신 △팀워커(Team Worker) △내실 △최고 정신 △'남' 중심적 사고 △프로 정신 △다르게 생각한다

이랜드의 정신 중 ‘다르게 생각한다’(Think Different)는 항목은 훗날 세계 IT시장을 뒤흔든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줄기차게 강조했던 좌우명이었다. 박성수 회장과 스티브 잡스가 특별한 교류는 없었겠지만, 탁월한 경영자들로서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는 덕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의 선구자 박성수 회장

이랜드의 성장과정은 혁신의 연속이었다. 다브랜드 전략, 프랜차이즈 개념 도입, 도심형 아울렛 등 박 회장이 이끌어온 이랜드의 역사는 '혁신의 역사'였다.

재계 인사들마다 박성수 회장을 '혁신가'로 평가하는 이유다. 

박 회장은 특히 그룹 총수들 가운데 글로벌 사회공헌에 앞장서왔다.

그의 '월드 비전'과 '사람 중심'의 이랜드 스피릿은 '나눔 정신'으로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 이랜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주민돕기사업을 벌였는데,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 주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이랜드는 NP와의 협력으로 주민 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식량과 의약품, 의류, 생필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142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시행됐다. 

이외에도 이랜드는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매년 수익의 10%를 사회공헌에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각지대 위기가정지원사업, 이랜드복지센터 운영, 해외에서는 중국 장학사업 등 그 지역의 필요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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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빈 아그라월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평양사무소장과 정재철 이랜드복지재단 상임이사.

최근에는 지난달 방한한 프라빈 아그라왈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북한 사무소장이 이랜드에 감사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아그라왈 북한소장은 “지난해 북한 식량지원 규모가 21년 만에 가장 적었던 어려운 상황에서, 이랜드의 식량지원은 상황을 개선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앞서 올해 5월 방한한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도 이랜드에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WFP는 지난 2017년 이랜드와 협력하여 5억원 규모의 지원을 통해 함경북도 10개 시에 거주하는 8만4000의 영유아 및 임산부 등에게 영양식을 제공했다.

이랜드가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 만은 아니었다.

IMF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이랜드 역시 그룹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정도경영과 지식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최근에도 중국사업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지난해 유휴 부동산 매각 및 일부 사업 매각을 단행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이랜드그룹의 행보가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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