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수첩] 아시아나항공의 집회를 바라보며
[WIKI수첩] 아시아나항공의 집회를 바라보며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07.06 17:11
  • 수정 2018.07.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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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 포 벤데타' 표지. ⓒ시공사 & Alan Moore & David Lloyd
영화 '브이 포 벤데타' 표지. ⓒ시공사 & Alan Moore & David Lloyd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대한항공에 이어 6일과 8일 양일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집회를 연다.

이번 집회는 명분은 ‘예견된 기내식 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문화제’다.

이번 집회는 대한항공 때와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때 역시 직원들이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했었다.

‘가이 포크스’ 가면은 17세기 초 영국 정부에 저항하다가 처형당한 ‘가이 포크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주인공 브이가 이 가면을 쓰고 나와 유명해졌다. 이로 인해 ‘가이 포크스’ 가면은 올바르지 못한 권력층을 심판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희망을 뜻하는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운영위에서 집회를 위해 준비한 가면은 ‘가이 포크스’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권력층을 향한 부정과 갑질, 폭거에 대항하고자 하는 약자를 대변하려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이러한 집회를 통한 여론 몰이 방식이 이제는 하나의 관습과 문화처럼 정착될 분위기마저 엿보인다. 촛불 집회로 시작된 평화 시위는 이제 약자들을 대변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면을 쓴다는 것은 일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머릿속에서만 그려봤던 대담한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반대로 강자의 입장에서는 떳떳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가면 뒤에 숨은 비겁자로 보일 수도 있다.

결국 가면을 쓴다는 것은 제3자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정의가 실현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터진 이후 개설된 카톡방은 1000명 정원인 방임에도 불구하고 3개나 만들어져 있다.

내용에는 기내식 대란 외 갑질 행태와 그간 겪었던 업무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는 글이 많았다. 다소 기내식 문제와 동 떨어진 이슈들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이 올라왔다.

이번 집회도 그렇지만 본질이 깨지면 정당성을 잃게 된다. 익명성이 보장된 카톡방 개설로 수많은 글들이 오고 가고 있지만, 기내식과 관련된 노 밀 문제를 다루는 수준에서 끝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들만 해도 이번 사태를 이용해 오너가의 부정비리, 회사의 갑질 등 온갖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여론 몰이를 기자들이 더 부추기고 있을 만큼 본질에서 벗어난 부분이 많이 보이고 있다.

잘못된 점은 분명 드러내서 바로 잡아야 한다. 이는 대한항공 사태에서 봐도 알 수 있다. 땅콩 회항으로 시작된 사건은 나비효과마냥 커져 결국 조양호 회장의 오너일가를 위협할 만큼 부풀려졌다.

이를 인식한 듯 박삼구 회장은 직접 언론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내식 논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승객’이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의 사과는 승객들의 불편함보다 사태가 대한항공 때와 마찬가지로 확산되기를 두려워하는데 있는 것 같다.

정작 문제의 중심은 이미 기내식 가격이 포함된 운임비를 내고서도 합당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이들이지만 사실상 이들은 뒷전인 모양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자신들의 처우가 문제라며 피켓을 들 생각을 하고 있고, 각 언론사들은 대한항공 때와 마찬가지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화를 내야 하는 이들은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과 국민들이고, 이들의 불편함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다소 중심이 흐려지지는 않았나하는 느낌이 든다.

가면 뒤에 숨은 용기는 대중에게 인정받아야 비로소 만용이 아닌 진정한 용기가 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브이처럼 물리력이 포함되지 않은 평화로운 상징성 있는 집회라도 명분과 정의는 필요하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으로 인한 논란이 승객들이 얼마나 불편함을 겪었을 지에 보다 더 관심이 모아졌으면 한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번 기내식 문제로 경영진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기내식 공급을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대란이 일어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들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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