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미국이 첨예한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유럽에 있는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 문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무역에 이어 안보 분야에서도 양 측간 균열이 커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뤼셀로 출발하기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유럽에 있는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방위력에 의존,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들 국가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거듭 촉구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기로 합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있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이 약속을 지킬 것을 압박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며, 70년간 유지돼 온 동맹의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까지 29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7개국(영국, 그리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만이 이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다른 나라보다도 (국방비) 몇 배를 지출하고 있다"면서 "미국 납세자들에겐 '공평'하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매일 유럽을 비판한다"며 반박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연 회견에서 "미국은 유럽보다 더 좋은 동맹을 갖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갖지 못할 것"이라면서 "오늘 유럽은 러시아보다 몇 배 많게, 그리고 중국만큼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많은 동맹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은 대비태세를 잘 갖추고, 잘 무장된 동맹을 기대한다"며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나토 회원국들은 더 많이 지출해야 하고, 미국은 더 적게 지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불공정한 것"이라고 적었다.
[위키리크스한국=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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