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토픽] 내 어린시절의 기억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WIKI 토픽] 내 어린시절의 기억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18-07-20 07:56:45
  • 최종수정 2018.07.20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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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의 기억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ATI]
유아기의 기억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ATI]

우리가 갖고 있는 어린시절의 기억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유아기의 기억과 관련하여 가장 최근에 실시된 연구에서 인간은 세 살 반 정도의 연령에 이르기 전에는 장기적인 기억을 형성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 세 살 반 이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러한 현상을 ‘유년기 기억상실(childhood amnesia)’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유아기에는 두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나, 반대로 두뇌의 활동이 너무 활발해서 우리가 나중에 기억으로 회상할 수 있는 일들을 뇌에 기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 시기의 기억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정신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최근 심리학 사이언스(Psychological Science)지를 통해 인간의 초기 기억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40%에 달하는 사람들이 조작된 초기 기억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났다.

연구 과정에서 영국의 런던시티대학교, 브래드포드대학교, 그리고 노팅험트렌트대학교 연구자들은 6,641명의 대상자들에게 생애 최초의 기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볼 것과 그 기억이 형성된 시기가 몇 살 때였는지를 물었다.

설문에는 단 한 가지 단서가 붙었는데, 응답자들은 자신들의 기억이 그야말로 완전히 기억에만 의존해야지 가족사진이나 비디오, 또는 간접적으로 취득한 내용을 말해서는 안 되었다.

조사 결과 기억은 생후 3년 2개월 이후부터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38.6%의 응답자들이 2살 이전의 일을 기억할 수 있다고 답을 한 것이다.

심지어 893명의 조사대상자들은 첫 번째 생일 이전의 기억도 지니고 있다는 답을 했다.

과학적으로 말한다면 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연구자들은 이러한 유아기의 초기 기억은 진짜 기억이 아닐 것이라는 추론에 도달했다. 그 기억들은 조작된 기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기억의 내용과 언어를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이러한 잘못된 기억을 말하는 대부분이 중년 이상의 연령대에 속했다. 중년 이상 연령대 응답자들 중 10명에 4명꼴로 잘못된 기억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의 기억은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 물론, 특정한 노래를 들은 매 순간을 정확히 기억해내는 놀라운 기억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초고도자기기억(HSAM : highly superior autobiographical memory)’을 소유한 일종의 신경질환 환자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잘못된 유아기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 50% 정도의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우리의 기억은 왜곡되기 쉬워서 조사자들은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조작된 기억을 심어줄 수도 있고, 중요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게끔 할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기억을 술회하는 언어와 기억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가공의 기억들은 파편화한 초기의 기억들을 근거로 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슬픈 감정이나 가족들 간의 관계, 대화, 그리고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한 지식 같은 것들이 결합하여 지각된 사건(a perceived event)을 형성하고, 이것은 다시 특정한 순간과 결합하여 진짜 있었던 일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아기였을 때 아기 침대에 서서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는 식으로 세부적인 내용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암시, 또는 첨가될 수 있다.”

이 연구의 책임자 샤지아 아크타르 박사는 말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단편적인 그림처럼 형성된 유사 기억이 정신 상태를 이루어 시간이 지나면서 회상적으로 경험화해서 마음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해당 개인에게는 그것들이 특히 유아기를 가리키는 기억으로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공의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사실로 확신한다.

공동 연구자인 런던시티대학교의 기억연구센터 마틴 콘웨이 교수는 “결정적으로, 유아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기억들이 조작된 기억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기억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주면 그들은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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