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칼럼] 큰 일 해낸 현대차 노조, 자동차산업 희망의 불씨 살려가자
[WIKI 칼럼] 큰 일 해낸 현대차 노조, 자동차산업 희망의 불씨 살려가자
  • 김 완묵 기자
  • 승인 2018.07.21 09:07
  • 수정 2018.07.23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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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0일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이는 8년 만에 여름휴가 전에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으로, 현대차 노사 협상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던 관계자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만일 오는 26일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올해 노조는 교섭 기간에 두 차례 부분파업(매출 차질 2502억 원 추산)을 하면서 7년 연속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노사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할 것이다.

한마디로 현대차 노조집행부는 안팎의 염려 속에서 큰 일을 해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합원들은 어렵게 만들어낸 합의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을 당부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차 노조원들은 미국의 관세 폭탄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지금 어려움과 기회가 공존하는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의 사드 압박과 미국에서의 시장 점유율 추락으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완성차 기업은 물론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도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수가 줄고 수출마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생산량(상용차 포함)은 200만4744대로 작년 상반기 216만2548대보다 7.3%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상반기 209만9557대 이후 최저 기록이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순위에서도 지난해 한국은 인도에 밀려 6위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7위인 멕시코에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195만6810대로 한국과의 격차는 불과 4만7934대에 그쳤다.

자동차 업계 전반에 전례없는 위기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생산이 줄어드는 속에서 중국, 미국 시장에서마저 회복이 더뎌지면서 향후 재투자를 위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미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4조5000억 원대에 그치면서 SK하이닉스 1개 분기 영업이익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올해는 4조 원대 영업이익마저 위태롭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위기는 가장 연결고리가 약한 협력업체들의 도산으로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가 매출 감소 및 리콜 비용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로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2차 협력업체 중에는 부도를 낸 회사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전체 분위기가 흉흉한 상태다.

도산까지는 안 갔지만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들 말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가 이렇게 장기간 어려움에 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통계를 보아도 이 분야에서 고용수치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 규모를 줄인 탓으로 보인다.

이런 침체국면에서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고 근로시간마저 단축될 기미가 보이자 한때 우리 제조업 일자리의 보고로 여겨지던 자동차 산업이 공멸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그런 차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과 파업으로 에너지를 소모할 여지는 없다. 더 이상의 생산과 판매 손실이 이어진다면 구제불능의 낭떠러지에 내몰리는 신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 노조집행부는 조기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해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게다가 정부는 3년 만에 다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수만이라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이마저도 파업이 지속된다면 기회는 허공으로 날아가고, 결국 외국산 자동차만 혜택을 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지난해 합의안보다 후퇴한 수준이고 노조가 당초 요구한 안에 비해서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은 여건이 만들어지면 얼마든지 가능한 게 시장의 논리다. 첫 술에 다 배부를 수는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연말에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이듬해 보상을 하는 체계가 잘 마련돼 있다. 현대차도 허리띠를 졸라 매서 열심히 일하고 그 결실을 함께 나누는 협상 시스템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적에 연동해서 임금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정착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기 임금협상에서는 대체로 가이드라인만 잡고 연말에 실적을 봐가며 성과급을 주는 방식으로 유연한 협상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단지 전년 대비 숫자에 집작해 지루한 협상을 이어가는 지금의 임금협상 행태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실적과 생산성에 연동해 임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도 더 이상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 공멸의 위기국면에서 노사가 합심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가는 서프라이즈한 반전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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