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토픽] 미국에서 가장 억울한 사형수는 리처드 글로십?
[WIKI 토픽] 미국에서 가장 억울한 사형수는 리처드 글로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8.02 07:39
  • 수정 2018.07.13 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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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글로십 [ATTI 캡처]
리처드 글로십 [ATTI 캡처]

미국 오클라호마 주 교도소의 사형수 동에는 49명의 사형수가 수감되어 있다. 그 중 16명은 최종심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리처드 글로십은 최종심까지 모두 마쳐 이제 더 이상 다른 수단이 남아있지 않은 16명의 사형수 중 한 사람이다. 그동안 리처드 글로십은 미국 대법원에 상고했었다. 그의 상고 이유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억울한 사형 집행의 방지 뿐만 아니라 판결의 근거인 증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데 있었다. 사실 리처드 글로십이 살인죄로 기소되어 사형 판결을 받은 이유는, 그의 교사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살인자의 진술 뿐이었다.

▷잔인한 살인

1997년 1월 7일 이른 아침 베스트 버젯 모텔 102호에서 저스틴 스니드는 야구방망이를 이용해 배리 반 트리즈를 때려죽였다. 당시 19살이던 스니드는 호텔 청소 일로 생활을 영위하던 중 돈 때문에 반 트리즈를 살해하였다. 살인 당시 스니드는 마약을 복용 중이었고 호텔 투숙객들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자주 벌이곤 했다.

반 트리즈는 오클라호마 시티에 있는 낡은 호텔의 사장이었다. 1997년 당시 리처드 글로십은 33살이었다. 반 트리즈는, 툴사에 있는 그의 소유인 다른 호텔에서 업무를 보지 않을 때는,  리처드 글로십이 호텔의 매니저 일을 하도록 편의를 봐주었다.

호텔의 매니저이자 스니드의 상관이었던 리처드 글로십은 새벽 4시에 벽에 무엇인가 긁히는 소리에 잠을 깼다고 한다. 몇 분 뒤 그는 102호 밖에, 눈에 멍이 든 스니드가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스니드가 반 트리즈를 살해한 사실을 자신에게 털어놓았다고 글로십은 주장했다. 당시 글로십의 여자 친구였던 디 애나 우드는 글로십을 설득해서 스니드가 자백한 말을 경찰관들에게 알려주지 말도록 했다.

호텔 102호와 반 트리즈의 차에서 수거된 증거물들은 스니드가 살인범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102호 여기저기에서 스니드의 지문이 채취되었다. 또 도난당한 후 다른 주차장에 버려졌던 반 트리즈의 차 안에서도 스니드의 지문이 나왔다. 차에서 도난당한 현금에서도 스니드의 DNA가 검출되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결정적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리처드 글로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리처드 글로십에게 불리한 정황

스니드는 살인을 자백하기는 했지만, 리처드 글로십이 그 살인을 부추겼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는 형사 한 사람이 형을 감해주겠다고 젊은 청년을 구슬려서 받아낸 자백이었다. 1급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당할 수도 있었던 스니드가 종신형으로 감형받기 위해 그의 상사를 끌고 들어갔던 것이다.

스니드는 조사관들과 배심원단 앞에서 선서를 한 후, 글로십이 여러 달 동안 사장을 죽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추측컨대 반 트리즈가 시내에 일 보러 갈 때마다 글로십은 스니드에게 사장을 죽이고 싶다는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글로십이 사장이 죽기를 바랐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글로십 자신이 호텔 두 개를 가로채고 싶었거나 호텔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자신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십에게 불리한 증거들은 많지 않았다.

스니드는 조사관들이 반 트리즈의 차 안에서 발견한 현금은 글로십이 자신에게 살인을 청부한 대가로 건네준 돈이라고 주장한다. 스니드는 글로십이 살인의 대가로 7천 달러를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글로십의 재정 상태를 잠깐만 들여다보아도 그가 그런 거금을 스니드에게 지불할 수 없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글로십은 폭력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반 트리즈의 살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글로십은 단 한 건의 범죄 기록이나 폭력 전과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측은 글로십의 유죄를 주장하면서, 글로십이 악화된 재정 상태와 직장 경력에 대한 불만으로 수년 동안 돈을 야금야금 빼돌렸다고 추정했다. 검사측은, 글로십이 호텔에 수익을 많이 남겨준 대가로 1996년 12개월 동안 무려 11개월 간 보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글로십이 스니드가 자신에게 실토한 살인 자백을 곧바로 경찰에 알리지 않은 사실이 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글로십이 자신에게 살인을 사주했다는 스니드의 주장을 근거로 검사측은 확증을 가지고 글로십을 기소하였다. 이렇게 해서 리처드 글로십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야기의 허술한 점

스니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목격자들은 살인은 스니드 혼자 저지른 것이라고 말한다. 한 예로, 스니드의 이전 감방동료는 스니드가 돈 때문에 반 트리즈를 살해했다는 말은 했지만 그 대가로 글로십에게 돈을 받았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편, 스니드의 딸이 2015년 오클라호마 가석방위원회에 편지를 보내서, “아버지가 수년 사이에 자신의 최초 증언을 철회하고 싶다는 소리를 여러 번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버지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듯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스니드 자신의 이야기도 계속 바뀌고 있다. 예를 들면,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는 스니드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에게 살인이 있던 날 밤 글로십이 자신을 직접 만나서 살인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니드의 이전 자백을 들어보면 그와 글로십 사이에서 있었던 살인 청부에 관한 대화는 전화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스니드의 진술이 계속 바뀐다는 사실은 글로십의 유죄를 더욱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사형제도의 현황

리처드 글로십은 2015년 오클라호마 주지사가 처형 약물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한 덕택에 사형 집행을 목전에 두고 집행 유예 조치를 받았다. 사형 집행에 필요한 약물이 전국에 걸쳐 품귀현상을 빚은 결과 잘못하면 인도적인 방법을 벗어나 사형수에게 고통스러운 처형을 안겨줄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집행 유예 조치는, 주의 법무부장관인 스콧 푸르트가 글로십은 이제 더 이상 법에 호소할 아무런 수단이 남아있지 않다고 확인해준 다음, 미국 대법원이 사형수의 긴급 재심 요청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행되었다.

형 집행을 위한 처형 약물의 부족 사태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사형집행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살인을 저지른 43명이 처형되었다. 그러다가 2016년과 2017년이 되어서는 사형 집행 숫자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대중의 여론도 사형 제도를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미국 인구의 55퍼센트만이 사형제를 찬성하는데 이는 최근 4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이다.

오클라호마 주는 사형 집행 약물 부족 사태를 질식사를 유도하는 약물로 교체함으로써 풀어 보려했다. 2015년 오클라호마는 ‘질소 저산소증’에 의한 처형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체내에 주입된 질소에 의해 저산소증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는 방법이다. 오클라호마는 2018년 내에는 이 방법을 사용해서 사형이 집행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모색 중이다.

그렇지만 결국, 사형 제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여론이 점점 높아가고 그의 유지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리처드 글로십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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