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수첩] BMW 사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반드시 필요한가?
[WIKI수첩] BMW 사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반드시 필요한가?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08.10 16:54
  • 수정 2018.08.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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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BMW 사태 계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검토 (CG) [연합뉴스TV 제공]
BMW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CG) [연합뉴스TV 제공]

최근 BMW 화재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여부가 사회적 이슈로 함께 부상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가해자의 행위가 고의적ㆍ악의적ㆍ반사회적 의도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배상을 하도록 한 제도다.

현재 국내에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을 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과 함께 실제 손해액의 몇 배가 되는 금액을 배상토록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일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경우가 있는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 보호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법률’, ‘제조물 책임법’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법에서는 손해액의 최대 3배 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최대 8배의 손해배상이 규정돼 있고 유럽의 경우 이보다 더 큰 배상을 규정하고 있는 곳도 있을 만큼 제도가 소비자 위주로 안착돼 있다.

국내에서도 BMW가 연이은 화재로 자발적 리콜이 결정된 가운데, 회사 측의 미흡한 조치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의 도입은 쉽게 생각할 문제만은 아니다. BMW나 수입차 문제만이 아닌 국내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모든 기업들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기아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7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BMW 사태와 무관하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어느 기업이든 반대의 입장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품을 일부러 하자 있게 만드는 기업은 없다. 대부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의외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화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업의 태도에 달려 있다. BMW가 문제를 인지하고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면 현재와 같은 사태가 생겼을까?

우리나라 법률은 가해자에게 관대하다. 술을 먹어서, 의식이 없어서, 초범이라서,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어서, 상대방과 합의를 해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해자가 빠져나갈 '뒷구멍'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 같은 뒷구멍이 많다 보니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보다 빠져나갈 궁리부터 하게 된다. 국내법을 이용해 형을 감경하는 방법에만 신경을 쓸 뿐 가해자의 상황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소비자를 신경 쓰기보다 과징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결국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분명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법안이지만 정부에서도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또한 국내에서 7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에 가장 큰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도 현재 상황에서 법률 도입을 어렵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기업들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부분만큼은 어떻게든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BMW는 국내에서는 끝까지 발뺌을 하다 연일 이어지는 화재에 어쩔 수 없이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32만대의 차량을 선제적으로 보란 듯이 리콜하면서 국내 대응과 확실히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기업의 신뢰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또 한 번 새겨진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과 자원이 들어가게 된다. 폭스바겐도 문제가 발생한 이후 이미지 개선에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BMW도 이미지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미국 등과 같이 큰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재 국내에선 3배 정도의 배상액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동차와 같이 금액이 큰 경우 기업 측의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이 소비자를 무시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장치나 제도 도입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과 고객은 봉이 아니다. 가장 중요시 돼야 할 부분이 가장 등한시 되는 경우만큼은 국가에서 막아줘야 하지 않을까?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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