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현직 의사 남궁인이 본 우리나라 현재 폭염 상황
"밖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현직 의사 남궁인이 본 우리나라 현재 폭염 상황
  • 황채린 기자
  • 기사승인 2018-08-17 15:23:51
  • 최종수정 2018.08.17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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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에 육박하는 역대 최악의 폭염, 현직 의사는 무엇을 느꼈을까. 남궁인(35) 교수가 이번 폭염 속 응급실 풍경에 관한 글을 써 누리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부디 더는 사람을 해하는 폭염이 내리쬐지 않기를 바란다”며 온열질환의 심각성을 알리는 글을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남 교수는 최근 온열질환 때문에 내원했던 환자 16명을 나열했다. 온열질환은 무더운 날씨에 무리한 외부 활동으로 발병한다. 일사병,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으로 나뉜다. 

남 교수가 언급한 환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80대(8명)였다. 이 중 폐지를 줍다 응급실에 이송된 환자가 3명이었다. 

첫번째 사례는 폐지를 줍던 80대 여성이다. 그는 리어카 앞에서 기절해 있다 발견돼 실려왔다. 두번째는 시장에 누워있던 60대 중국인 남성으로, 육체노동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쓰러졌다고 한다. 

남궁인 전문의는 또다른 폐지줍던 할머니 사례를 언급하며 "너무 비슷한 환자가 많아서 저는 이번에 폐지 가격이 kg당 50원이라는 사실과 200kg의 폐지를 모으면 만원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살인광선 아래서 여기 실려 올 정도로 일해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봤다. 선선해지면 주우시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80대 환자 가운데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도 있었다. 길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환자였는데 혈압, 당뇨, 치매, 파킨슨병 등을 앓았다고 한다. 남 교수는 “호전될 가망이 없어 사망이 확정적인 상태로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집안에서 쓰러진 경우도 있었다. 말기암 투병 중이었던 80대 여성이다. 에어컨은 없었고 보양식으로 꿀물만 먹다가 의식을 잃었다. 병세가 나빠져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반지하방에서 살던 90대 노인은 발견 당시 체온 42도로, 이미 사망상태였다. 

지적장애가 있던 50대 남성은 외출 후 실종됐다가 외진 등산로에서 발견됐다. 남 교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실종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건강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고 결국 숨졌다”고 했다. 노숙자로 추정되는 60대 남성의 경우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전신 경련을 일으키는 상태로 발견됐다. 남 교수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확실히 사망이 예견된다. 혹은 지금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숨진 채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반지하방에 살던 90대 노인이었다. 발견 당시 체온은 42도였다고 한다. 남 교수는 이밖에도 에어컨 없는 방에서 동료들과 단체 생활하는 30대 중국인 노동자, 선풍기도 고장난 집에서 기절한 채 발견된 80대 여성 등을 열거했다. 그는 “비슷한 경우는 언급하지 않은 것도 많다”며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내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pixabay.com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pixabay.com

남 교수는 “이번 폭염은 예측하지 못한 바가 컸다. 갑작스러웠기에 충분한 대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의사들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로 몰려오는 환자를 맞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열사병은 전형적으로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직면한 질병”이라며 “거의 이들만이 고통받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적장애, 폐지, 80~90대, 노숙자, 반지하 등의 단어를 읽고 있자면 매년 가장 먼저 고통받을 이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은 분명해진다. 이들은 햇볕이 내리쬐고 의식이 가물거리는 위기에서도 한마디 못하고 매년 쓰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분명 우리나라의 폭염은 이와 비슷하게 계속되거나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이 환자군도 매년 똑같이 응급실을 찾을 것이다. 나는 이 사람들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할까. 부디 더는 사람을 해하는 폭염이 내리쬐지 않기를,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고통에서 먼 사람들이 대신 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남 교수는 지난 2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한마디 해야겠다. 현재 응급실은 열사병 환자 천지”라며 “지금 노약자에게 실외는 무작위로 사람을 학살하는 공간”이라고 경고했다. “누가 발견하지 못하면 바로 사망으로 직결된다. 발견돼도 사망률 50~90%다. 쉽게 말하면 뇌가 익는 병”이라고도 했다. 

또 “여기 있다 보면 바깥은 살인광선이 내리쬐는 전쟁터 같다”며 “주변 어르신들에게 전화해 외출 자제하시라고 해달라. 건강한 사람들이 노약자를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우리 집 근처 폐지 줍는 할머니가 2주째 안 보여서 걱정된다" 등의 댓글을 달며 어서 무더위가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위키리크스 한국=황채린 기자]

kd06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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