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인도, 물에 빠져 죽어도 천민의 손은 거절한다?
[WIKI 프리즘] 인도, 물에 빠져 죽어도 천민의 손은 거절한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8.22 09:46
  • 수정 2018.07.0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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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인도는 카스트제도라는 엄격한 신분제도가 오늘날까지 남아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나라이다. 간혹 카스트제도 때문에 생기는 웃지 못할 뉴스들이 외신을 장식하곤 한다.

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한 순간까지 신분제도를 앞세우고, 종교를 따지는 사람들의 양태를 대하고서는 인간의 신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인도 남부에 기록적인 호우로 홍수가 밀어닥쳤다는 뉴스와 함께, CNN이 전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구조와 관련된 일화는 인간 의식과 행위를 지배하는 원칙의 우선순위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가져다 준다.

기록적인 홍수가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 밀어닥침에 따라 수천 명이 밀려드는 홍수를 피해 건물의 높은 층으로 피신을 하고, 발코니로 몰려들어 절망적인 상태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구조 보트들이 도착했다.

어부들이 트럭에 보트들을 싣고 10미터 이상이나 물이 차오른 케랄라 주의 깊숙한 지역까지 자발적으로 구조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의 조난자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구조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들 구조자들을 영웅 맞이하듯이 환영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들 자원봉사자들에게 모욕적인 언사와 욕을 퍼부었다.

47살의 어부인 마리온 조지는 금요일 콜람 시에 도착해 17명의 가족이 고립되어있는 한 주택에 이르렀다.

조지가 보트를 타고 도와주러 왔다는 소리를 하자, 고립된 사람들은 그에게 그 보트가 기독교인의 배인지를 물었다.

조지가 "그 말이 맞다. 나는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하자 가족 중의 남자들이 그의 배에 타기를 거부하며 손짓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 가족은 인도의 최고 카스트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이 절망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 곁에 오기를 꺼렸던 것이다.

다섯 시간 뒤, 조지가 그 마을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 가족이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보트를 그들의 집 가까이 대고 다시 도와주려했지만 이번에도 남자들은 조지가

그들을 만지지 않아야 보트에 타겠다는 말을 했다.

“보통의 상황에서는 저 사람들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좀 바뀔 것으로 생각했지요” 

조지는 자신의 배가 망가져서 더 이상 구조 활동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이틀 동안 150명을 구조했다고 추정했다.

CNN은 구조 활동에 나섰다가 조난자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등 역시 모욕적 상황에 맞닥뜨렸던 다른 어부들과도 대화를 해보았다.

케랄라 주 당국은 2800명 이상의 어부들이 구조 활동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100년만의 최악의 폭우로 빚어진 이번 홍수로 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가옥과 도로들이 파괴되었다. 사람들은 탈출을 위해서라면 물에 떠다니는 무엇이라도 붙잡아야했다.

홍수의 와중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했다. 조난자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의 집과 재산들이 외부인들에게 약탈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콜람 시의 어부인 아룬 마이클은 TV를 통해 갑자기 불어난 물에 대한 뉴스를 보고 구조를 결심했다. 목요일 아침, 그는 지역 경찰에서 빌린 9.6미터 짜리 보트를 트럭에 싣고 다른 세 명의 어부들과 함께 파타남티타 지역으로 구조 활동 길에 나섰다.

이후 3일 동안 마이클은 1500명 이상을 구조했다. 그는 불어나는 물과 급류를 해치며 보트를 저어나가 물에 잠긴 집들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올라타게 했다. 마지막 날에는 그는 도합 600명을 구조할 수 있었다.

“지금 벌어진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지요. 만일 내일이라도 우리에게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우리도 다른 사람들의 구조의 손길을 기다릴 겁니다.” 마이클은 말했다.

그러나 마이클은 의심과 모욕의 눈초리를 보내는 조난자들의 눈빛을 대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부 조난자들은 대피하라고 조언하는 그에게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러한 일부 조난자들 중에는 보트에 오르기 전 자신들의 애완견을 먼저 옮겨 실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을 떠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그들은 오만하기 그지없었고, 우리한테 그냥 음식만 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마이클과 동료들의 용감하고 창의적인 구조 활동에 고마움을 나타내고 있다.

일례로, 마이클과 동료들은 물이 가득 들어찬 집을 발견하고, 수영을 해서 다가가 현관문을 부수고 정신이상인 한 여성을 구할 수 있었다.

마이클의 구조팀은 턱까지 차오르는 물을 이기기 위해 테이블 세 개를 찾아서 3층 높이로 쌓은 다음 그 위에 그 여인을 실어서 옮겨야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때때로 물속으로 잠수를 해야 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구조 활동에 나선 어부들 각자에게 보트 수리비 외에 일인당 3천 루피(미화 40달러)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어부들 중 상당수가 배가 망가져 고기잡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며, 그들은 정부로부터 지원되는 지원금이 하루빨리 당도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클만은 지원금을 기다리지 않고 있다. 그는 말했다.

“내 배가 심각한 손상을 입은 건 사실이지만 저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않을 겁니다. 무슨 이득을 고대하고 구조 활동에 나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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