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말한다면, 각국의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한 선결조건에서 정치 경력은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난 수년 동안 각국의 대통령, 수상,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계층에서 배출되었다. 그들의 이전 경력을 들여다보면 어떤 이들은 음악가이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운동선수나 심지어는 코미디언이나 방송인을 지내기도 했다.
아이티공화국의 마이클 마르텔리 대통령은 가수 출신이었다. ‘스위트 미키’라는 무대명으로 유명하기도 했던 마르텔리는 2011년 대통령이 되기 전에 10년 이상이나 성공적인 가수 생활을 영위했었다.
색다른 분야에서 정치로 뛰어든 경우, 이전 직업을 보면 배우가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존경받던 영국 여배우 글렌다 잭슨은 국회의원으로 변신하였고, 미국 드라마 ‘사랑의 유람선(The Love Boat)’ 시리즈에서 고퍼로 더 잘 알려진 프레디 그랜디는 아이오와 주의 하원의원을 지냈다. 또, 한때 춤을 잘 추는 가수로 유명했던 조지 머피는 1964년 캘리포니아의 상원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1980년 미국 대통령 자리를 거머쥔,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로널드 레이건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레이건의 경우 대통령이 되었을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두 번이나 역임하며 정치 경력을 충분히 쌓은 상태이기는 했다.
그리고 현재의 도널드 트럼프를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사업가와 리얼리티 TV쇼의 유명 방송인이었던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는 일체의 정치 경력이 없었다.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마르잔 사레크가 최근 슬로베니아의 수상으로 지명되었다. 국영 STA 통신사에 따르면, 올해 40살의 사레크는 중부유럽에서 가장 젊은 수상으로 등극할 예정이다. 슬로베니아는 미국의 영부인 멜라니아의 고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레크는 2011년 연기 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방송진행자로 활동하다 ‘라디오 가가’라는 풍자 코미디 쇼의 코미디언이 되었다. 이 ‘라디오 가가’라는 프로에서 사레크는 잘 알려진 슬로베니아의 몇몇 정치인 역할을 하면서 대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사레크는 유명한 TV 드라마에서 심술쟁이 노인 역으로 인기를 끌다가 정치계로 뛰어들었다.
사레크는 2010년경 슬로베니아 북부의 도시 캄니크의 시장을 하면서 정치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4년 뒤 그는 ‘마르잔 사레크[LMS]’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온건주의 정당을 창당했다. 이 정치초년병은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파키스탄의 신임 이므란 칸 수상은 젊은 시절에 크리켓 선수 생활을 했다. 선수 생활을 하던 1992년 그는 크리켓월드컵에서 파키스탄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명성을 얻었다.
65살의 칸은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라호르 지역의 사립고등학교에서 엘리트 과정을 거치며 공부했다. 그는 이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를 계속하다 크리켓 국가대표에 발탁되었다.
이후 칸은 관심분야를 크리켓에서 자선사업으로, 그리고 종교로 옮기다가, 1990년대 스스로 ‘정의행동당(the Pakistan Tehreek-e-Insaf)’을 창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의 이러한 인생 유전(流轉)은 대단한 인기를 끌던 유명인으로서의 젊은 시절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변천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칸은 정치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국, 파키스탄의 경제 위기에 지친 유권자들이 부패한 엘리트 층과 대결을 선언한 칸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지난 7월말 칸의 불굴의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맺어 그의 정당이 라이벌 정당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운 의석수를 차지하게 되었고 수상에 올랐다.
‘바비 와인’이라는 무대명으로 더 잘 알려진 우간다의 정치인 캬굴라니 쎈타무는 2000년대 초 대중가수로서 돈을 벌었다. 레게 리듬의 영향을 받은 노래를 부르던 쎈타무는 여러 번의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마케레레 대학에서 음악과 춤, 그리고 드라마를 공부했다.
36살의 쎈타무는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의 오랜 통치에 싫증을 느낀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모아 시위를 조직함으로써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의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그에게 2021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쎈타무의 앞날은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그는 지난 목요일 불법무기 소지죄로 군사법정에 기소되었으며, 8월에 소요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쎈타무는 체포된 이후 소식이 묘연한 상태이며, 그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는 운동권에서는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밝혔다.
2015년 지미 모랄레스가 대통령 선거에 나섰을 때 그가 이길 승산은 희박했었다. 선거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1%도 되지 않는다고 여론조사는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모랄레스의 지지도는 급상승을 해서 그는 70%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복음주의 기독교도인 모랄레스는 그 태생이 비천하였다. 그는 1969년 과테말라 시에서 세 명의 자녀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그가 3살이 되었을 때 그의 가족은 친척 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으며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나서는 생계를 위해 바나나를 팔아야했다.
성인이 되어 모랄레스는 TV에 나오는 코미디언이 되었으며, ‘모랄레자스’라는 인기 쇼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되었다. 그는 바보스러운 역할을 자주 했으며 소외계층을 희화화한 연기를 해서 종종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가 했던 연기 중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카우보이 역할이 있었는데 그의 미래를 정확히 예견한 역할이 아닐 수 없었다.
2011년 모랄레스는 정치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우익 정당인 ‘국가발전행동 당’의 믹스코 시 시장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3등에 그치고 말았다.
모랄레스가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 그의 당선을 점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대통령 선거는 오토 페레즈 몰리나 전임 대통령의 사임 때문에 이루어졌다. 몰리나 전임 대통령은 부패 혐의와 관련해서 기소 면책특권을 박탈당하고 구속영장 발부를 앞두고 있었다.
모랄레스는 자신이 정치꾼이 아닌 초년병임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접근했으며 ‘부패도 안 되고 도둑놈도 안 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했다.
결국 모랄레스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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