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벼룩의 간 빼먹기? ... 노숙자를 위해 모금한 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느 커플의 이야기
[WIKI 프리즘] 벼룩의 간 빼먹기? ... 노숙자를 위해 모금한 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느 커플의 이야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8.28 09:11
  • 수정 2018.07.26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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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보빗
선의를 베푼 후 논란의 중심이 된 존 보빗 [인디펜던트]

우리나라도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금을 모금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모금해놓고 이 돈을 엉뚱한 곳에 유용해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미국에서 ‘고펀드미(GoFundMe)’ 같은 클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통해 돈을 모금해놓고 예상 밖의 거금이 들어오자 이를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인디펜던트’ 최근 인터넷 판에 흥미로운 기사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작년 10월, 털털 거리던 케이트 메클루어의 차가 운명처럼 자니 보빗 앞에 와서 시동이 꺼져버렸을 때 노숙 생활과 마약 중독의 나락에 빠져있던 자니 보빗의 삶에 한줄기 서광이 비추는 듯했다.

운전 중이던 케이트 메클루어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주 경계 고속도로인 인터스테이트 95의 진출 램프에서 차에 기름이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자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때 때맞춰 인근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퇴역 군인 출신의 자니 보빗이 나타나 "차 문을 잠그고 있으라" 하더니 그가 지니고 있던 마지막 돈 20달러를 써서 깡통에 석유를 사다주었다.

이후 케이트 메클루어는 감사의 표시로 자니 보빗에게 음식과 의복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때로는 현금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자니 보빗이 다리 밑에서 노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펀드미(GoFundMe)’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자선모금 활동을 벌였다. 그녀는 네티즌들을 향해 ‘보빗씨는 인생을 새롭게 출발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날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저를 돕고자 했던 이 착한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케이트 메클루어는 ‘고펀드미’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마크 다미코는 자니 보빗을 만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고펀드미’를 통해 모금을 해보자고 의견일치를 보았었다.

그녀는 고펀드미를 통해 “자니 보빗씨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고, 그를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볼수록 저는 그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져요”라며 애절하게 호소했다.

케이트 메클루어와 남자친구는 ‘고펀드미’를 통해 1만 달러만 모금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였다.

‘워싱턴 포스트’ 같은 전국 신문들이 특집기사를 내주었다. 이 커플은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내밀 수 있었고, BBC와 인터뷰도 했다. 연말연시 연휴가 시작되는 시즌에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미담이 아닐 수 없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모금활동을 통해 들어온 돈이 무려 40만 달러가 넘었다. 기부자들은 거의 1만4천명에 달했다. 자니 보빗의 앞날은 밝아만 보였다.

그러나 지난 10개월 사이에 미담은 그 풍미를 잃어가고 있다.

자니 보빗을 내세워 모금한 돈의 부실한 운영과 명백한 유용에 대한 법정 소송이 있을 예정이다. 자니 보빗은, ‘고펀드미’의 기부금이 케이트 메클루어 커플의 휴가비나 고급 자동차 구입비, 그리고 마약 구입 등으로 새나가고 있다고 의심했다.

케이트 메클루어에 따르면, 지난 가을 자니 보빗에게 집과 그가 그토록 원하던 트럭 1999 포드레인저를 사줄 계획이었다고 한다. 자니 보빗도 노숙 생활을 할 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들과 단체들에 돈을 기부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자니 보빗이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도록 꾸며졌으며 한동안 일은 잘 굴러갔다. 당시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크리스마스에 케이트 메클루어 커플의 집 나무 근처에서 멜빵 옷을 입고 쿠키를 굽고 있는 자니 보빗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처럼 장밋빛은 아니었다. 케이트 메클루어 커플은 자니 보빗에게 집 대신에 캠핑용 자동차를 사주었는데, 그 차의 소유권도 이 커플의 이름으로 되어있었으며, 남자친구인 다미코 가족의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밖에 커플은 자니 보빗에게 텔레비전과 노트북 컴퓨터, 핸드폰 두 개, 그리고 음식과 의복 및 중고 SUV자동차를 사주었지만 이마저도 곧 쓸모없이 돼버렸다.

자니 보빗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모금한 돈에 어떤 접근도 허용되지 않았다. TV방송국 WTVR에 따르면, 그는 재정을 자문해주는 사람을 잠시 만났지만 어떤 변호사나 신탁전문가도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케이트의 남자친구 마크 다미코는, 캠핑용 자동차와 SUV자동차 및 그 밖의 다른 물품들을 사고 남은 돈 20만 달러를 은행 계좌에 보관 중인데 자니 보빗이 아편 중독에서 벗어나고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만 하면 그 돈을 그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니 보빗은 수천 명이 그를 위해 모아준 돈이 잘못되는 징조를 보았다고 말했다. 케이트 메클루어는 뉴저지 운송백화점의 접수계 직원이며 마크 다미코의 직업은 목수라고,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지는 밝히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케이트는 BMW를 새로 구입하고 이 커플은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라스베이거스 등지로 휴가를 떠났다고, 자니 보빗은 ‘인콰이어러’ 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 커플이 그랜드 캐니언에서 헬리콥터를 타기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나아가 자니 보빗은, 마크 다미코가 ‘고펀드미’ 기부금 중 일부를 도박을 통해 날렸다고 ‘인콰이어러’ 지에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마크 다미코는, 카지노 카드를 분실한 날 기부금 계좌에서 도박을 하는 데 500 달러를 쓰기는 했지만 돈을 따서 곧바로 채워놓았다고 ‘인콰이어러’ 지에 밝혔다.

많은 사람들의 선의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자니 보빗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지에 하소연하고 있다.

“많은 돈을 보더니 욕심이 발동한 거지요.” 자니 보빗은 말했다.

‘인콰이어러’ 지에 따르면, 마크 다미코는 자기와 여자 친구가 일도 못하고 자니 보빗을 돌보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큰소리로 주장했다고 한다.

자니 보빗에게 들어간 돈으로도 그의 마약 중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두 차례나 갱생보호소를 들락거렸지만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펀드미’ 기부금 중 그에게 흘러든 일부 돈들은 결국 마약상의 주머니만 채워주었다고, 자니 보빗은 ‘인콰이어러’ 지에 말했다.


케이트 메클루어와의 운명적 만남이 있은 지 6개월이 흐른 지난 4월, 자니 보빗은 자신이 3주 동안 마약을 할 수 없었고, 그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일 없이 지냈다고, ‘인콰이어러’ 지에 털어놓았다.

“제 남은 생은 힘겨운 싸움이 될 겁니다.” 그는 자신의 마약 중독과 관련해서 이렇게 말했다.

마약중독을 벗어나기 위한 카운슬링 모임과 중독자 단체 모임에 자니 보빗을 자동차로 자주 데려다주었던 마크 다미코는 ‘인콰이어러’ 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십만 달러의 돈을 아편 중독자에게 쥐어주는 것은 장전된 총을 건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니 보빗의 것이라 할 수 있는 돈의 얼마만큼이 지난 토요일까지 실질적으로 그에게 넘어갔는지는 불분명하다. 마크 다미코는 자니 보빗에게 돈을 일부 일괄 지급했다고 ‘인콰이어러’ 지에 밝혔지만, 이 커플은 자세한 내용을 묻는 ‘워싱턴 포스트’ 지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다른 언론사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재무 상황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보빗이 고용한 변호사인 크리스 팰론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예정된 회합에 앞서 은행계좌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노력을 경주 중이라고만 밝히고 조정 노력이 원만히 성공할 수 있도록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고펀드미’ 측은 기부금이 잘못 운용되었는지 조사 활동을 시작했으며 자니 보빗이 정당한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고 기부자들의 명예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만일 자니 보빗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내부고발 단체인 ‘고프로드미(GoFraudMe)’가 추적한 ‘고펀드미’를 통한 캠페인 중 가장 큰 사기 및 기금 유용 사건이 될 것이라고, ‘고프로드미’ 사이트의 편집인인 안드리엔 곤잘레스가 밝혔다.

안드리엔 곤잘레스에 따르면 모금을 강매하는 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기부금을 강요하는 연쇄 사기꾼들이라고 한다. 아무도 최근의 암 진단 같은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을 악용해서 질병을 가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경우에서는 큰 기부금이 들어오게 되자 이를 관리할 사람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의도하지 않은 사기꾼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전혀 계획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자니 보빗 사건과 관련해서 안드리엔 곤잘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모금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모금이 자기도 놀랄 정도로 늘어나자 이번에는 필요한 사람을 위해 실제로 어떻게 쓰여야할 지에 대해 전혀 대비가 없었던 거지요. 사람들은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 없이 그냥 기부합니다. 그리고 한 번 돈이 모이면 하루밤새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지요.”

철저한 기부자라면 기부금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전달되는지, 그리고 기부금이 엉뚱한 주머니로 들어가지는 않는지 검증할 수단을 확인한 다음 기부해야 한다고 안드리엔 곤잘레스는 덧붙였다.

케이트 메클루어를 만난 지 근 1년이 지난 지금 캠핑용 자동차와 SUV자동차는 사라져버렸다. 자니 보빗은 ‘인콰이어러’ 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여전히 마약중독자로 있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돈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밤이 되면 자니 보빗은 I-95 진출입로 인근의 캘로우힐 교차로에 있는 다리 밑에서 잠을 잔다. 그는 근 1년 전 케이트 메클루어의 차가 자신 앞에 멈춰 섰을 때와 완벽하게 똑같은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건 바로 구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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