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우리 친구들을 추방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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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9.04 16:48
  • 수정 2018.09.05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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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즉각적인 추방 위기에 놓인 아르메니아 출신 남매를 둘러싼 논란
네덜란드에서 아르메니아 출신 남매 송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BBC 캡쳐]
네덜란드에서 아르메니아 출신 남매 송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BBC 캡쳐]

최근 전세계에 걸쳐 집단 난민 신청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도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인들의 문제로 논란이 거세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망명을 신청한 아동을 대상으로 불법체류라는 판결이 나오고 추방이 결정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난민과 인권의 문제가 다시 한 번 불거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태어나서 대부분의 시간을 네덜란드에서 보낸 아르메니아 출신 남매가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그동안 숨어 살던 것이 발각되어 즉각적인 추방의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13살의 호익과 12살의 여동생 릴리는 2008년 어머니와 함께 네덜란드에 입국했다.

이 남매의 어머니는 작년에 추방되었으며, 현재 남매의 친구들이 나서서 이들을 내쫓지 말라고 탄원 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네덜란드의 망명정책은 공정하다며 남매의 추방을 밀어붙일 기세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정서는 이해하지만 망명자의 숫자는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이 나라에 머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남매의 어머니인 아르미나 햄바트쥬미안(37)은 2008년 러시아에서 네덜란드로 넘어온 직후 망명을 신청했었다. 따라서 남매는 아르메니아에서는 생을 보낸 적이 없으며, 당연히 아르메니아 어를 할 줄도 모른다.

남매의 어머니는 2017년 추방되기 전에 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은밀한 장소로 남매를 피신시켰다. 남매는 그 이후 이 조력자 가족과 함께 생활했었다.

이들 남매의 어머니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녀들을 돌볼 수 있는 처지에 있지 못하므로 남매는 아동보호소로 보내져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몇 달 동안 이 남매의 사건을 심리했다.

아머스푸트 시에서 남매의 같은 반 친구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이 사건은 네덜란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전국적 뉴스거리로 비화하고 있다.

몇 차례의 재판을 거친 후 지난 달, 남매는 네덜란드에 머무를 수 없다는 최종 판결이 나왔다. 최고행정법원은 아르메니아가 박해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국가라고 결론지었다.

최고행정법원은 남매는 길거리로 내몰려서는 안 되지만 9월 8일까지는 네덜란드를 떠나야한다고 밝혔다.

남매의 어머니는 알헤멘 다흐블라트 지에 보낸 최근의 편지에서 남매가 안전한 장소에 은신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이 문제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강제로 추방된다면 정신적으로 무너져내릴까봐 겁이 납니다.”

그녀는 편지를 통해 이렇게 밝히면서 남매가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고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헤멘 다흐블라트 지는 남매가 3일 동안 숨어 지내던 은신처에서 나왔으며 이 사실은 당국에 보고되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이민국은 개인들의 개별적인 사건들에는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신문에 밝혔다.

남매는 지난 토요일 ‘네덜란드 TV’의 토크쇼에 출연해서 자신들이 즉각적으로 추방될 것이라는 소식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나라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너희들은 아르메니아로 돌아가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우리보고 어디로 가라는 거지요?”

여동생 릴리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우리가 아르메니아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20명이 정원인 고아원에 들어가게 될 테지만, 그 고아원에는 이미 30명이나 있어요.”

오빠 호익은 이렇게 덧붙였다.

몇몇 유럽 국가들도 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아동들의 추방을 놓고 갈등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아동들을 위한 운동 단체인 ‘아동의 보호(Defence for Children)’는, 네덜란드 이민국 장관이 이번 판결을 기각해주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네덜란드에서 5년 이상 영주 허가 없이 지내면서 망명을 신청 중인 아동들의 숫자가 4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네덜란드의 큘렘보그 시에서는 아이가 셋이나 되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한 가족이 추방되었을 때 시위가 벌어졌었다. 이 가족은 네덜란드에서 17년 동안 살았으며 세 명의 자녀는 모두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네덜란드 이민국은 2017년 한 해 동안 16785건의 망명 신청 중 절반 이상을 각하한 바가 있다.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나라 중에서는 모로코와 알제리 출신 국민들이 가장 많았다.

한편 2015년과 2016년에 동행자가 없는 아동들이 독일로 들어가서 이들 중 거의 90% 가까이 망명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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