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국내 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
[WIKI 진단] 국내 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
  • 김 완묵 기자
  • 승인 2018.09.09 05:49
  • 수정 2018.09.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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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해외 명품 판매... 국내 산업 활성화에 거의 도움 안돼
붐비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 [사진=연합뉴스]
붐비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내 소비 진작과 여행객 편의를 위해 공항에 대한 입국장 면세점 허용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여기에 정부는 물론 여야 의원들이 거의 일치된 의견을 내면서 입국장 면세점은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세형평성 문제라든지, 우리 산업 및 내수 진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또한 안전 및 보안에 관한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 다각도로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입국장의 혼잡 등 부작용 대응 방안까지 포함해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여행 3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광수지 적자가 해마다 늘고 국민의 국내 소비 증가보다 해외 소비 증가율이 몇 배 높다"고 언급했다. 또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가세하며 공항 입국장 면세점 마련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국내 공항과 항만 등에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국제공항은 2013년 63개국 117개 공항에서 계속 증가해 2018년 6월 기준으로 73개국 138개 공항으로 늘었다"며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해 자국 공항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해외 여행을 하는 국민들도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002∼2017년 공항 이용객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여행객 편의 증대를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찬성했다.

그러나 '해외 사용'을 전제로 면세한다는 '소비지 과세의 원칙'을 깨며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허용할 것이냐 하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로 나갔다가 국내로 들어왔을 때 입국장 보세구역에서 면세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을 뜻한다. 즉 일반 서민들은 쉽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소비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해외를 '제 집 드나들이' 하는 부자들에게 주로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결과가 된다. 부자들의 소비에 합법적으로 감세 혜택까지 부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해외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하는 서민들에겐 불이익을 초래해 조세형평성의 원칙에도 위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내 여행객이 들어올 때 주로 찾는 제품이 국내 상품이 아니라 외국의 고가 명품이나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이나 소비 진작에도 별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안전(Security)이나 보안 문제에서도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할 경우 공항을 통한 각종 안전 범죄자는 물론 밀수, 탈세범 등을 가려내는 데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공항, 항만을 노리는 범법자가 많은데, 언제든 테러 등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사태에서도 보듯이 공항이 허술하게 뚫리면 만사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게 현재 해외 교류의 현주소다. 이런 데도 별 경제적 실익이 없는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해 혼란만 자초할 것이냐 하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이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하고 있는 추세라는 주장도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여론을 조성한 측면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전 세계에는 현재 1,200여 개의 국제공항이 있는데 11% 남짓한 138개 공항만 입국장 면세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88% 이상의 세계 대부분의 공항은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여행수지 적자를 보완하고 국내 소비 진작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 등의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근본적으로 국내 관광산업을 진흥시키는 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해외에 나가는 국내 관광객 못지않게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고 그들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이 진정한 내수를 살리는 길이고 국내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빠른 길임을 알 필요가 있다. 그 길이 조금은 먼 길이 될지라도 모두의 지혜를 모아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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