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오판, “유럽 아닌 韓고객 눈높이 맞춰야”
GM의 오판, “유럽 아닌 韓고객 눈높이 맞춰야”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09.10 16:40
  • 수정 2018.09.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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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판매량 줄어
이쿼녹스 실패, ‘수입차’도 현대기아 ‘대항마’도 되지 못 해
법정관리 이슈 이후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우선돼야
쉐보레 이쿼녹스 [사진=한국지엠 제공]
쉐보레 이쿼녹스 [사진=한국지엠 제공]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 8월 개별소비세 인하 속에서 판매가 늘어나며 전년 대비 회복세를 보였지만, 유독 한국지엠만은 전년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며 반등에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내수 판매는 한국지엠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이며 개별소비세 인하의 영향을 제대로 본 것으로 나탔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시장서 총 5만8582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7.4% 증가했고, 기아자동차도 신형 K시리즈 등 신모델 판매 증가로 전년 대비 7.7% 늘었다.

르노삼성도 8월 내수가 7108대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쌍용도 렉스턴 스포츠 판매확대로 전년 대비 9.7%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8월 1만4대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7391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26.1%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전월 9000대에서 못 미치는 것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실적 반등에 실패했다.

물론 전년 대비 판매 감소는 군산공장 폐쇄라는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볼트EV의 선전과 더불어 이쿼녹스 등 신차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은 예년과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히 올해 경영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첫 번째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쿼녹스의 판매 부진은 현재 한국지엠의 상황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쿼녹스의 판매량은 출시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8월 97대롤 포함, 총 673대에 그치고 있다. 이쿼녹스에 대한 국내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가격이다.

한국지엠은 가격 인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안전과 옵션을 위주로 한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고객들은 이쿼녹스를 좀처럼 ‘수입차’로 분류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GM본사가 잘못 판단한 것은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쿼녹스가 한국에서 그대로 먹힐 것이라고 여긴 점이다. 옵션 장착과 새로운 트림 추가로 북미 가격 대비 싸게 판매하고 있다지만 국내 고객들에게는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고객들이 한국지엠에 바라는 것 중 하나는 ‘현대기아차’의 대항마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올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첫 행보는 ‘수입차’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이쿼녹스는 수입차 역할도 하지 못하고, 현대기아의 대항마 역할로도 역부족이었다.

현재로서는 신모델 출시까지 아직 1년여 이상을 남긴 시점이어서 말리부 페이스리프트와 추가적인 후속 ‘수입차’ 투입 모델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한국지엠의 문제점을 볼 때 이미지 제고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법정관리 파동을 겪으면서 추락한 이미지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쿼녹스의 출시로 인해 반발감이 깊어졌다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어려운 순간은 넘기며 경영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지만, 한 번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쿼녹스의 실패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후속 타자들의 등판을 늦추는데 한 몫 했다.

이쿼녹스로 인해 추가 투입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였지만, GM의 가격정책이 쉽사리 바뀔 리 없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투입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의 경우 경쟁차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틈새시장 프리미엄이 있지만, 같은 전략이 두 번이나 실패한 상황에서 똑같은 전략적 투입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개별소비세 인하라는 정부의 지원 속에서도 활로를 찾지 못하면 이대로 현대기아차의 대항마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말리부 페이스리프트의 성공과 후속 추가 투입 모델의 성공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GM본사는 한국지엠의 역할이 한국 소비자들을 현대기아차로부터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급 차종과 제원에 경쟁력 있는 가격이 필요하다.

쌍용차 등 일부 완성차업체들이 틈새시장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면, 고객들이 한국지엠에 바라는 가장 큰 역할은 국내 시장에서 가장 다양한 모델로 무장한 현대기아차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데 있다.

데일 설리번(Dale Sullivan)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스파크와 볼트EV 등 제품 경쟁력과 상품성을 갖춘 쉐보레 제품들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9월에는 펀 드라이브 쉐비와 더불어 추석맞이 대규모 시승 이벤트는 물론, 스파크 마이핏 디지털 이벤트 등을 통해 보다 많은 고객들이 쉐보레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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